FOMEK 책임경영, 혁신성장, 중견련

    로고

    美, 장거리 미사일 지원 카드 만지작거리는 이유

    전문위원 이상현

    2024.09.19 11:00
    美, 장거리 미사일 지원 카드 만지작거리는 이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지원 얘기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완전히 꺼진 불씨인 지는 미지수다. 이 얘기는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인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의 연장선에 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추가 희생을 막거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애당초 러시아를 국제정치적으로 무력화 시키는 게 대리전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핵도발에 나서게 자극한 뒤 우크라이나 키이우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처럼 불타오르는 것을 지구촌 만방에 보여주는 것이 서방의 목표다. 당연히 전쟁은 끝날 것이고,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한 전쟁범죄국가가 될 것이다. 전범국이 된 러시아는 미국에 속칭 코를 꿴 짐승이 될 것이다. 덩달아 중국은 러시아의 에너지와 군사적 협력을 받지 못할 것이고, 미중 전략 경쟁은 싱겁게 미국의 판정승으로 끝낼 수 있다.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서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을 공식 허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공식 신경전에 나선 것은 이때부터다. 

     국내 정치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미국은 나토의 대주주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지원 등 대러 심리전을 맡겼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려는 영국과 프랑스의 결정을 지지하며, 푸틴이 레드라인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토가 갈등에 직접 연루되는 갈등이 확대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중 헝가리만 “유럽의 안보 이익과 상충된다”며 이런 나토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지원은 기존 우크라이나 대리전을 나토의 대러 전쟁으로 전환시킬 ‘인계철선(Tripwire)’이다. 벼랑 끝에 선 젤렌스키가 수개월 동안 로비해 온 이유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여러 가성비 높은 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나토의 위성 및 사격 통제 지원 없이 운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은 아직 없다. 있더라도 스스로 운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나토가 러우 전쟁에 공식적으로 참전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미국이 끝까지 부인할지 모르지만 장거리 미사일 지원 결정이 이미 내려졌다고 본다. 크렘린 대변인도,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가 비밀리에 핵무기 운용 지침을 개정한 뒤 러시아도 ‘적의 공격 징후가 분명하면 먼저 핵을 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핵교리를 바꿀 예정이다.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러시아에게 핵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빈축을 살 수 있다. 그냥 안 하는 척하면서,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최대한 도발하도록 꼬드겨 러시아가 핵무기를 먼저 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카드는 미국 단일 패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지구촌의 움직임이 구체적인 규약(프로토콜)으로 형상화될 것을 교란시킬 고육책으로도 풀이된다. 러시아가 오는 10월 미국 일국 패권에 맞서 지구촌 다극화의 대장정을 선언할 브릭스 총회를 앞둔 의장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이런 다극화 규약을 이끄는 리더로 지구촌에 각인되는 순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에 앞서 어떻게든 지구촌이 러시아 악마화 분위기를 이어갈 동력을 마련해야 했고, 그것이 바로 장거리 미사일 지원 계략의 실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쏠 때까지 최대한 도발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런 계략에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 다양한 층위의 대비에 나서고 있다. 드러나게는, 나토와의 전면전(3차대전) 가능성에 대비해 상비군을 132만에서 150만으로, 예비군 포함 240만까지 증강할 것을 푸틴 대통령이 지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 직전이나 도착 직후 물류 허브를 선제 타격할 수 있다. 물류 허브 지점의 국가들이 반발하겠지만, 러시아의 명분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대결을 원치 않는 나라일수록 미국과의 협력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걸 노린 러시아의 강공이 가능하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소재 스타링크 위성 통신국을 파괴했다.

     17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수도를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 이란 대통령은 “우리는 그런 거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도 갖고 있다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의 원조는 러시아다. 첨단무기 기술이 날개를 달고 확산되는 장면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전쟁 기간 국방장관을 지낸 쇼이구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사무총장(서기장)이 최근 며칠간 북한과 시리아, 이란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란에는 핵 기술 지원 논의가 감지됐다. 이미 S400 등 대공망과 전자전 지원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어느 나라, 누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이 도착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미사일 지원 카드는 일견 일단락 된 듯 보인다.  영국과 미국의 이견으로(미국이 영국 요구를 거부해서) 이미 물 건너간 얘기라는 분석도 있다. 미 국방부가 장거리 미사일 부족을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핵무기는 보유하되 재래식 무기가 매우 빈약한 영국이 더 이상 나설 상황도 아니다. 영국군은 러시아군의 전자전(EW) 능력이 NATO의 GPS 시스템을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도 언론에 흘렸다. 물론 정보전, 심리전에 능한 영국이 어떤 현란한 스크린 플레이를 하는지 가늠키 어렵다. 

     

     그러나 어떤 방식과 양상으로 재현될 지 아무도 모른다. 서방의 노회함을 잘 아는 지구촌은 언제든 다시 가슴을 졸일 준비가 돼 있다.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미국과 나토, 이에 맞서 부지런히 방책을 마련하는 러시아의 줄다리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다.

     

    (사진=TASS 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9일(현지시간)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특별기술센터 전시장을 찾아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이 안드레이 러시아 국방부 장관, 오른쪽이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소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