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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통수권자의 책무란 무엇인가

    전문위원 주은식

    2024.02.29 14:55
    국군통수권자의 책무란 무엇인가

     2월 26일 육사 80기 임관식이 화랑대에서 국방부 장관 주재로 개최되었다. 올해는 과연 대통령이 사관학교 졸업식 행사를 주관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다.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이 중요하지만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죽고 사는 문제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부국강병이라는 말이 근대화, 선진화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지도자가 되면 하기 싫어도 해야 될 일이 있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될 일이 있다. 국민들과 대화하는 신년기자회견을 포함하여 군 통수권자로서 중요한 과업은 국군의 날과 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하여 젊은 청년장교들을 격려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여야 하고 그 체제를 최선두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헌법 질서를 지켜야 하며 그 유지를 위한 대표 집단이 군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국정지표에 나와 있는 국가번영과 통일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집단 또한 군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각군사관학교 임관식 참석에 눈치를 보면서 오락가락하거나 통합 임관식을 했다.

    군 통수권자의 임관식 주관은 시혜 아닌 책무
     냉전 시대에 미국의 대통령들은 소련에 대한 경고를 임관식 연설에서 다 했다. 미국민들은 자국 대통령이 육사에 가서 무엇을 말하는지 주시해 왔다. 헌법을 수호하고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다짐을 임관식에서 하게 되면 그 결의가 더 강조되는 것이다. 헌법수호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그러한 장소에서 안하면 할 데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 육사 임관식 주관은 시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책무다. 만약 대통령이 바빠서 못간다 해도 국방부장관은 반드시 주관해야 한다고 강력히 말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대통령의 책무를 가장 정확히 인식하고 국가전략에 대한 비전을 확고히 갖고 수행한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바쁜 일을 제쳐두고 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을 주관하였다. 며칠 전 윤 대통령이 카이스트 졸업식에 가서 과학기술 중요성을 역설하고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정부 보조 장학금을 80만원 남짓을 준다고 연설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달가워하거나 그리 신통치 않았다.
     R&D 예산을 일률적으로 10% 삭감하여 과학 연구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어 놓고 뒤늦게 보조금을 지불한들 그들의 마음이 풀어졌겠는가? R&D 예산 집행과 관련해 심층진단을 위한 분석을 통해 성과가 미흡한 과제나 진단 결과에 따라 차등하여 삭감이나 증액의 조치를 했다면 과학기술 종사자들은 그렇게 불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비서진들의 판단 역량이 이렇게 떨어져서야 어떻게 국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그리고 카이스트는 가면서 육사에 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작년 이맘때 연세대 졸업식을 주재하고 육사를 가지 않아 그 문제를 지적한 바 있었다. 군의 사기는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면 안된다. 지금 초임장교들과 초임부사관들이 모자라 전방에서는 아우성이다.

    대통령의 격려 한마디에 좌우되는 군의 사기
     직업군인들은 돈만 보고 군 생활을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긍지와 사기는 자기들이 묵묵히 국방의 소임을 다하고 있음을 국민과 국가지도자들이 알아주고 치하해 주는 한 마디 격려사로 사기가 드높아진다. 군 통수권자의 기본책무 중 하나인 사관학교 임관식을 주재하는 일은 바쁘다는 핑계로 제쳐둘 정도의 일이 될 수 없다.
     육사가 이뻐서가 아니라 상징성 때문이다. 군을 대표하는 것이 육군이고 육군을 대표하는 상징이 육사이고 육사의 행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졸업 및 임관식이다. 대통령이 주재한다고 소위들이 중위, 대위로 임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중차대한 자리를 빌려 국군통수권자로서 급변하는 국제정세나 국가안보에 관한 입장 등을 밝히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중요한 정치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정은의 핵을 앞세운 겁박에 오히려 경거망동을 공개적으로 경고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한번 돌아봐야 한다. 지켜내야 할 올바른 전통과 버려야 할 폐습을 제대로 구분하며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국민들은 국방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자제들을 군에 보내고 청년들은 인생의 황금기를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한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국가안보와 조국 수호,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지키기 위한 대열에 동참하자고 말하는 것이 그토록 하기 어려운 일인가? 군 통수권자의 책무를 망각하는 이런 일이 번번이 반복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국가안보와 청년 문제 등 여러 과제에 대한 인식을 가늠할 수 있기에 안타까움이 작지 않다.
     현충일과 국군의 날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군 통수권자가 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군의 사기가 어떠한지 관심이 있다면 직업군인의 길을 가는 젊은 청년장교들에게 군 통수권자가 장교의 책무를 자각시키고 격려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의무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대통령 당선 시 득표율(48.6%)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자기 책무의 경중을 가리지 않는 데서 오는 실망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나라가 잘못될까봐 걱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접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가지도자로서 책무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본래의 위치에서 그 책임을 다하길 촉구한다.

    한반도 주변에 폭풍우는 몰려오는데
     한반도 주변은 북핵 문제,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에 더해 중국 해군의 굴기에 따라 미 태평양함대 세력만으로 감당하지 못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북중러가 결속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군비를 포함하여 지도자가 어떤 생각과 대비를 하고 있는지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궁금한 것이 많다.
     도대체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과 사명감으로 국정을 보좌하고 있는가? 선거의 불이익을 고려해 그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짚은 것이다. 도대체 뭐가 중한지를 알고는 보좌하는가?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권한만 행사하는 사람보다 비참한 경우를 보지 못하였다. 보좌관 중에서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내려오는 결기라도 있었으면 이토록 낭패감이 치밀어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2월 26일 치른 육사 졸업식 및 임관식 모습 

    전문위원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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