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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치의 제도 도입, 의료 개혁의 핵심

    전문위원 김진수

    2024.03.24 20:52
    주치의 제도 도입, 의료 개혁의 핵심

    의료 개혁의 핵심은 1차 보건의료 강화
     대부분 국가가 의료비 절감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 의료 제도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개혁의 핵심은 바로 1차 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주도로 1996년 1차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한 주치의 등록 시범사업을 계획한 바 있으나 정부의 준비 소홀과 의사들의 반발로 시범사업을 포기했다. 이번 전공의 사태를 거치며 미래의 의료 환경에 적합하고 국민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주치의 제도 도입 필요성이 다시금 강력히 제기된 셈이다. 아울러 주치의 제도 도입에 따른 전공의 수련 문제를 개선하고, 의료 개혁의 핵심인 1차 보건의료 서비스 중심의 의료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의료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이 여러 가지 질환에 노출되고, 병원은 다양한 첨단 의료기술 도입으로 의료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생활 습관의 서구화와 인구의 노령화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병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음주, 흡연, 비만 등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책임 강화, 질병 요인의 사전 발견, 생활 습관의 개선 등 질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1차 보건의료 중심의 의료 체계로 전환할 때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주치의 제도는 의료전달체계의 근간
     선진국은 전국민 의료보장 시스템과 재정이 안정된 가운데에서도 주치의 제도를 1차 보건의료의 근간으로 한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다. 주치의 제도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책임성과 지속성을 높일 뿐 아니라 보건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형평성 그리고 국민 만족도를 높이는 제도다. 누구나 질병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평소 자신을 잘 알고 신뢰할만한 의사와 상의하고 교감하면서 진료받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 주치의 제도에서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이 주치의에게 세세한 부분도 물을 수 있고 전화 상담도 가능하며 왕진도 요청할 수 있다. 보건의료 수준이 높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모두 엄격한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이다. 주치의의 주요 역할로는 암이나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한 건강진단, 예방접종과 스트레스의 관리,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의 관리 등을 들고 있다. 결국 주치의 제도는 1차 보건의료를 강화하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의 질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프랑스는 최근에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 국가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와는 달리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이 높은 우리와 유사한 의료 환경인데도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의 조화를 이루면서 모범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주치의제도를 도입하여 환자가 일반의, 전문의를 가리지 않고 의사를 선택해 외래 진료를 받고 개원의뿐만 아니라 병원의사나 보건소 의사도 외래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의료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있다. 의원과 병원이 함께 주치의 기관으로 등록할 수 있어 비교적 주치의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한국이 주치의 제도 도입에 본보기로 참고할만하다.
     
    전공의 교육 수련과정 쇄신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1차 보건의료 의사가 의료 시스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1965년 메디케어가 창설되면서 1차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차 보건의료 의사 수련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2005년 이후부터 2년의 기초 수련의 과정을 마친 뒤 다시 3년의 수련 과정을 거치는 등 졸업 후 총 5년의 임상을 수련하고 지역 주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1차 보건의사를 배출하고 있다.
     
     한국의 전공의 수련 과정은 지역사회 공공의료기관 등에 파견 기회가 적고, 지도 전문의와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 부담 등으로 수련 교육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이는 전공의 수련비용과 급여를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어 병원 근로자 역할이 강조되어 왔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공적인 재원으로 전공의 수련을 지원하고 1차 보건의료 교육 수련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과 재정을 지원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차 보건의료는 그동안 의사면허만 가지면 1차 보건의료 수련 여부를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질 낮은 의료로 인식되어왔다. 그 결과 질 낮은 1차 보건의료를 경험한 국민이 동네 의원을 불신하고 대형병원을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국민에게 필요한 1차 보건의료가 제공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1차 보건의료 서비스는 실패하고 만 것이다.
     
     정부가 1차 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제도를 개선하고 의과대학에서 1차 보건의료 중심의 교과과정이 비중 있게 편성되어야 하며 1차 보건의료 수련 프로그램의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대학병원을 기반으로 한 전문과목 교육과 졸업 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구미 의과대학과 비교할 때 1차 보건의료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지역사회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과 연계한 1차 보건의료 교육 수련이 절실하다.
     
    의료 개혁 완수, 정부의 확고한 의지 필요
     의료 개혁에 있어서는 의료 정책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 이익 집단의 반발이나 로비가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정책의 실현을 위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무기력하게 로비나 집단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보건 의료 정책 분야에서 정부는 중재자의 입장보다는 유인과 제재의 방법을 적절히 병행하여 국민건강이라는 상위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주치의 제도는 의료전달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인 만큼 국민을 포함한 관련 주체들의 합의를 통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이 실시되는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할 것이며, 의료 서비스 공급자인 주치의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므로 관련 단체는 물론 보험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여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전문위원 김진수

    전 식약처 기획관리관, 전 식약처 대전, 대구, 광주, 부산지방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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