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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필요 없는 지방, 원전 없이 못사는 지방②] 원전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는 동네가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김현주

    2024.11.07 16:35
    [원전 필요 없는 지방, 원전 없이 못사는 지방②] 원전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는 동네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원자력 발전소란 '지방 격차문제와 떼려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고향집에서는 약 1시간 반방학마다 내려가 지내는 시골집에서는 고작 20분 거리에 있는 한울 1·2호기학창시절 내내 나의 고향에 '원전 유치'를 하냐 마냐를 두고 옥신각신 논의가 오갔습니다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와 전기 문제에 대해 추상적인 수치와 공허한 논의를 넘어 원전과 지방 격차의 역설을 다룹니다지방민 청년으로서 나름의 생활밀착형 '원전 생활권'에 살고 있는 이 경험에 비추어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적습니다. 함께 머리 맞대고 가장 지혜로운 방안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上 : 지방으로 모든 걸 ‘외주 주는’ 나라

    下 : 원전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는 동네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삼척 남부부터 울진 북부 근교는 전반적으로 재미없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었다인구 4만의 조용한 소도시명절이면 발도장을 찍곤 했지만 읍내에 나가도 이렇다 할 재미있는 놀거리 하나 없고익숙한 프랜차이즈조차 별로 들어와 있지 않은 곳이었다. ‘특별한 날’, ‘제대로 놀고 싶은 날이면 인접한 삼척 시내또는 동해·강릉이나 포항까지 버스를 타고 나갔다이곳에 머무르고 있자면 이런 마을의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일에 종사할까’ 싶은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곤 했다.

     주변 친구들의 부모님의 직업군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 듯 했다발전소에 근무하거나관광 서비스업(펜션이나 카페음식점 등)에 종사하거나말하자면 이런 동네는 발전소가 아니라면 인구 유입도경제의 순환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법하다는 이야기다지방에 위치한 원전은이렇듯 부정적 이미지의 이면에서 지방 경제에게 꼭 필수적인 존재로 기능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울진의 거의 대부분을 유일하게 먹여 살린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산업은 단 하나한울 원전이다그 탓일까직접 몸으로 느낀 울진의 분위기는 원전에 호의적인 경우가 다수였다. “원전 들어오고 나서 훨씬 나아졌지가게나 식당도 많이 들어서고.” 지역 주민 이 씨는 이렇게 표현했다. “저쪽(해안가 도로근처에 생긴 상권은 다 원전 생겨서 들어온 것들이야편하지살기엔 훨씬 편해졌지.”

     

    원자력 발전소의 경제적 효과 분석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울진의 인구 감소율은 약 9%, 인근 지역 영덕이 약 13% 감소한 것에 비하면 인구 감소 추이가 훨씬 완만함을 알 수 있다울진 한울본부에는 본사 직원과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약 4000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으며그들 가족의 수까지 고려하고 나면 울진은 원전이 먹여살린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 자체만으로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원전 건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몇 년 동안 진행되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사업인 만큼지역 내 고용 창출 효과와 세수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일례로 지난 2022새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 직접 고용한 인력은 약 1만 7000여명에 이르렀다개중에서도 주변 지역 출신 채용자 비중은 31%를 차지했다단순히 채용뿐을 넘어지역업체들과의 협업이나 참여가 이루어지는 만큼 지방 소규모 업체나 중소기업의 발전도 함께 도모된다

     원자력 발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2016년 울진지역 총생산에서 전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53%로 절반에 달한다. 2015년부터 신한울 원전 1~2호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동안 경상북도 지역의 총고용, 1인당 GRDP(지역총생산), 개인소득이 모두 전국 평균에 비해 증가한 현상도 나타났다전반적으로 원전이 지역경제 순환 자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증거다단순 전기 생산업을 넘어관광산업에 의지하고 있는 울진지역의 타 업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리라는 분석이다.

     

    원전 덕분에 먹고 산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분명히 계속되는 지방 소멸의 작태 가운데원전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주도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국내 농어촌 지역은 전부 고질적인 인구 고령화와 감소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이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인구 유입을 위해서는 고용 창출을 꾀해야 한다사람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낼’ 가장 효과적인 유인이 이러한 대규모 발전소의 건설이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지방으로 기피 시설을 내몰고 있는 가운데지방은 이 기피 시설 덕분에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씁쓸하게 느껴진다이러한 이면은 원전 건설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논쟁거리인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원전의 건설이 경제적으로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지역이 오히려 원전 경제에만 의존해 돌아가는 만큼 건설 당시에만 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발생했다가폐로 절차에 접어들수록 점점 경제가 퇴화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원자력 발전소 소재지라는 낙인으로 잃는 사회적 비용과공동체의 갈등으로 인해 지출되는 무형의 비용도 고려해야 할 터다. 원전의 위험성과 안전에 뒤따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만의 하나 경우로 사고라도 발생했을 때는 그 위험성이 극단적으로 치솟는다. 지방 소멸 사태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라는 편리한 선택으로 회피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울진군은 올해 초 ‘천만 관광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덕구온천과 해양과학관을 비롯한 각종 관광산업의 개발에 앞장섰다. 정부 역시도, 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 더 책임감 있는 대책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한울원자력발전소의 전경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김현주

    前 서강학보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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