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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광장을 '이념의 공간'으로 만들 수 없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원한빈

    2024.04.23 09:29
    시민의 광장을 '이념의 공간'으로 만들 수 없다

     최근 열린송현 녹지광장(이하 송현광장)’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22년 송현동 부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2년도 되지 않아 이곳을 이념의 장소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경복궁 옆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말 우국지사 김석진의 집이 있었고 이후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윤덕영 일가의 집과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던 장소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과 미 대사관이 숙소로 사용했고 이후 삼성생명과 대한항공이 매입했지만, 계속 빈 땅으로만 있었다. 이에 지난 2021년 서울시가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이 시기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유치에도 성공해 정부와 함께 송현동 부지에 기증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때아닌 이승만 기념관 논쟁
     그런데 이승만 기념관을 송현광장에 짓겠다는 때아닌 말이 나오고 있다.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을 비롯한 건립 추진단체에서 이 장소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시의회에서 건립 장소로 송현동 공원이 가장 높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건축물이 차지하는 면적과 층수가 크지 않다며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110억 원이 훌쩍 넘었다. 유명 배우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금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 기념관과 더불어 영화 건국전쟁역시 화제가 되면서 이승만 다시 보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송현광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승만 기념관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이 건립돼선 안 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송현동 자체가 이념의 장소가 돼버린다는 문제가 생긴다. 광화문 일대는 지금도 보수 단체의 태극기 시위가 적잖게 일어나는 장소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이 생긴다면 공원은 시민의 쉼터가 아닌 태극기 집회를 위한 장소가 돼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념의 장소보다 여가와 휴식, 문화를 누릴 공원을 원한다. 100여년 만에 시민의 품에 돌아온 광장이 다시 갈등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소 마케팅의 시각에서도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이 건립되는 것은 옳지 않다. 장소 마케팅이란 특정 장소나 공간을 상품으로써 개발하고 홍보해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마케팅이다. 여기에는 건축물 등 랜드마크를 만드는 방식과 축제 등 문화 행사 개최 방식, 역사적 유산 활용 방식이 있다. 먼저 이승만 기념관은 이미 주변의 광화문과 경복궁 등으로 인해 새롭고 강력한 랜드마크가 될 수 없다. 현재 광화문 일대는 고궁으로 인해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종로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서촌, 북촌 등에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장소에 이승만 기념관이 새로운 공간으로서 어떤 이점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이승만 기념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축제나 문화 행사를 개최할지도 궁금하다. 임시정부 탄핵과 더불어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을 지나 3.15 부정선거로 막을 내린 이승만 대통령의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어떤 역사적 가치를 호소하겠다는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 짓는 기념관이 갖는 역사적 유산이나 해당 장소와의 개연성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이유를 제외하고도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몇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관 사례와 국가보훈처의 책정 예산안을 봤을 때 몇백억 원의 국비가 투입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을 충분한 공감대 없이 진행한다면 개관을 한다 해도 사회적 갈등과 대립만 남길 것이다.
     
    시민이 누리는 광장으로 만들어야
     송현광장은 서울광장의 3배 크기이고 그 앞에만 가도 경복궁과 그 뒤 북한산이 시원하게 보여 공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광화문 광장이 계속 확장됐으나, 시민들이 잔디에 앉아 쉴 녹지공간으로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서울광장 역시 잦은 공사와 사방이 도로인 탓에 공원의 온전한 기능이 어렵다. 이와 달리 송현광장은 넓은 녹지를 가지고 있어 종로의 대표적인 녹지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또 고궁 옆 공원이라는 특수성과 이점을 살릴 수도 있다.
     
     공원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공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하고 공간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송현광장이 특정 인물을 위한 장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쉼과 여가를 가질 수 있는 열린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2022년 10월 7일 공식 개방을 앞둔 서울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 녹지광장의 모습.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원한빈

    국민대신문 전 기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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