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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신구 분리--- 지속 가능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첫걸음

    전문위원 윤인모

    2024.03.31 22:02
    국민연금 신구 분리--- 지속 가능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첫걸음

     겨울은 춥고 힘들지만 순기능도 있다.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기회가 되고 살아남은 개체는 봄에 새순을 틔우며 성장을 이어간다. 위기 대응 능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국가도 고령화와 저성장, 저출생의 겨울을 겪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국가들을 관찰하면 다양한 방법들이 보이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분리. 즉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위기 대응 능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즉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민연금 신구분리안은 이러한 경계 설정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연금은 불안하다. 현행처럼 운영될 경우 2054년 또는 그 이전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재정안전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현재 급여 산정 방식을 확정 급여형(DB)에서 확정 기여형(DC)으로 전환할 필요를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자면 현재의 청년층이 납부한 연금은 기존의 연금과 섞여 소진될 수 있다. 따라서 연금을 납부한 청년의 몫을 분리해 미래세대 연금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개념이다.
     
    주요국 관련 제도에 설정된 경계들
     싱가포르는 보건 복지의 책임에 대해서 국가와 국민의 경계를 명확히 하였다. 공공의료와 민간 의료의 경계 그리고 공공의료 내에서도 1,2,3차 의료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그 결과,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은 6.1%, 연평균 의료비 증가율은 3.94% 정도로 한국의 절반 수준(8.4%, 9.5~19% 2020)이면서도 평균 수명은 83.2세로 한국의 83.3세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스웨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였다. 위중증 치료는 중앙정부의 책임이지만 치료 이후 케어는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한 예로 위중증 치료 완결 후 지방정부가 환자를 관할 지역 돌봄 센터로 5일 내에 옮겨가지 않으면 이후 환자의 입원비는 지방정부가 부담을 해야 한다. 비슷한 예는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관찰된다. 실직자에게는 우선 최선의 재취업 교육을 시행한다. 그러나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제안한 직장도 거절할 경우 이후 지원은 대폭 낮아진다. 국가와 국민 간의 고용 지원 범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주요국의 성장 정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복지제도에 분리즉 경계의 개념을 명확히 하여왔다.
     마치 큰 배의 침몰을 막기 위한 배의 구조와 유사하다. 큰 배의 하부에는 부력을 위해 빈 공간이 있고 만일의 암초에 대비해서 공간을 칸막이로 나눠서 놓는다. 한 곳이 침수되어도 이것이 전체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여 전체 침몰을 예방한다. 추후 침수 부분을 수선하더라도 부분에 국한된다. 배 운용의 지속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청년들의 미래 걱정 해소할 수 있어
     한국의 청년세대는 국민연금 고갈 관련 내용이 대두될 때마다 불안했다. ‘국민연금을 내도 받을 수 있을까등의 4대 보험에 관한 불안은 증폭 중이다. 이로 인한 국민연금 납부 저항과 근로의욕 저하는 복지제도가 침수될 수 있는 큰 허점이다. 하지만 이번 제안이 구체적인 제도로 연결돼 집행된다면 이러한 걱정을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다. 본인이 납부한 금액 이상 보전해 주는 안전장치를 통해 연금의 고갈 방지와 본질적 목적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 금융 측면에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현재의 국민연금을 IRP제도나 연금저축 형태로 대체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크다.
     
    경계를 설정하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
     첫째, 본인 몫을 보전하게 됨으로써 개인의 근무 의욕 저하를 막을 수 있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다. 따라서 근로 동기부여의 유지를 통한 청년 노동력의 양적 질적 확대는 유일한 자원이기도 하다.
     둘째, 포퓰리즘을 견제할 수 있다. 표를 의식하여 증가하는 비경제활동 인구를 약자로 미화 포장하며 나타나는 포퓰리즘 정책은 일하는의무를 통해 공공재정에 기여하는 국민을 존경하기보다는 기여에 비해 공공재정의 지원을 더 많이 받는 능력 있는 무임 승차자를 양산하며 복지 비용의 저효율화를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상황은 남미, 남유럽의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주요국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하여 책임과 혜택의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서 포퓰리즘을 견제하고 있다.
     셋째, 복지 재정을 사회의 수용 가능한 범위 내로 운용이 용이하다. 복지 비용은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노동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기업 활동의 위축을 유발한다. 이후 일자리가 줄어들며 동시에 비경제 활동인구를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복지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결국 복지 재정의 규모는 사회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 파산에 이르게 된다. 경계 설정은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한다.
    국민연금의 신구 분리는 이러한 여러 순기능을 복지제도에 도입하고자 하는 개혁 제안이다. 국가의 곳간은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관성적인 퍼주기식 복지는 미래 대안이 되기 어렵다.
     
    경계 설정과 국가 경쟁력
     위기를 극복해온 국가는 대부분 일하는 복지를 추구한다. '일하는' 의 의미는 자유시장경제를 의미한다. 독과점 등 공정한 경쟁을 해소할 법질서는 필요하지만 경계가 최소화되어야 경쟁을 통한 혁신이 일어난다. 그러나 '복지' 부문은 사회를 지탱하는 영역이므로 오히려 경계가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은 파고처럼 다가오는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분리협력의 영역을 잘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신구 분리는 경쟁력 있는 복지 인프라 구성을 위해 세대 간의 경계 설정을 제안한 사례 중 하나이다. 국가 미래 100년의 관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KDI)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연금 기금 운용 상황과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전문위원 윤인모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미래위원회 위원,(전)연세대 병원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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