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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 아닌 N포세대, 우리 시대의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가을

    2024.04.16 11:19
    MZ 아닌 N포세대, 우리 시대의 ‘청춘’이란 무엇인가

     64년 전 4 3만여 명의 학생들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며 거리로 나왔다. 김주열 열사의 사망을 시작으로 청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함께 투쟁했다. 민주주의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신상구 충청문화연구소장은 4·19 혁명을 두고 한국 역사에서 학생과 일반 대중이 봉기해 독재정권을 쓰러뜨린 최초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정신을 똑바로 심어주었다고 설명한다. 기성세대의 청춘에는 이처럼 사회 개혁을 향한 뜨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의 청춘이란 예전과 사뭇 다르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 부양 부담, 기후위기 속에서 청년 세대는 더 이상 미래’에 기대감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 사회 속에서 잠을 줄여가며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재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대학 등 고등교육을 수료한 25~34세 청년이 10명 중 7명에 달할 만큼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전 세계적으로 높지만 정작 청년 고용률은 갈수록 떨어져 46%에 이른 상태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은 하나둘 포기하고 나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은 126만 명에 달했으며, 그중 30만 명은 구직 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 취업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어려운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청춘'이란 포기와 체념의 시기다. 자기 자신의 미래조차 포기하고 있는 청년들이 사회 발전에 무관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MZ세대아닌 ‘N포 세대
     오늘날 청년들을 사회는 ‘MZ세대라 부르며, ‘개인주의’ ‘과소비’ ‘불통’ ‘무개념등의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의 'MZ오피스' 코너에서는 이같은 부정적 인식들이 극적으로 과장되어 묘사된다. 업무 중에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모습에서는 불통,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는 모습에서는 무개념'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MZ세대라는 표현 이전에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말은 ‘N포 세대였다. 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의미하는 ‘3포 세대’, , 경력을 더한 ‘5포 세대를 넘어 ‘N가지포기를 하게 된 세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청년들이 어떤 세대에 더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MZ세대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청년들의 포기가 존재한다. 예컨대 출산을 포기하면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적다 보니 소비에 관대해지고, 내 집 마련을 포기하면서 돈보다 현재의 일상을 중요시하다 보니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식이다.
     
    이제는 청년들의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청춘이 되도록
     저출생 문제가 갈수록 고조되면서, 정부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 육아 보조금 등 청년들을 움직일 여러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며칠 전 끝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고, 숏폼을 통해 유세를 벌이는 등 청년층의 투표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청년들을 진정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일차원적 지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 개선이다. 청년들에게는 지원금이 아닌 일자리가, 홍보가 아닌 공약이 필요하다.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동철은 취업 준비생인 세진에게 말한다. “프랑스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던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다 자기 탓인 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아요.”
     
    오늘날 청년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MZ라는 말로 사회의 문제들을 청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갈 청년들이 미래를 상실하고 있는 지금, 이제는 청년을 위한 나라'가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4.19혁명 당시 모습.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가을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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