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신지우
2025.03.23 10:30'드러누워 아무것도 안하는' 中 청년 탕핑족
'바닥에 평평하게 누워 있기'라는 뜻의 신조어로 중국의 '탕핑족'이 있다. 탕핑족은 취업이나 결혼,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청년 세대로,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이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탕핑족의 유행은 일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중국 사회에 대한 자조적 태도로 풀이된다. 중국 사회 전문가 샹비아오는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됐을 때 경제 침체의 희생자가 됐다"며 "청년들은 '어릴 적 행복을 희생하면서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공부했는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졸업 후에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소극적 반항의 형태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2004년 이후 4배 증가한 1200만 명에 달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급증하다 보니 이들을 받아들일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처럼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일자리의 불일치'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제조업 등 일부 산업군에선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저숙련 업종보다는 고숙련의 고임금 직종을 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온라인 구직 회사인 즈롄자오핀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대졸자의 25%는 IT 분야의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들이 원하는 건 회사에 취업해 화이트칼라 직군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 자체를 단념하게 된 것이 청년 백수가 증가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024년 6월에 21.3%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중고교생과 대학 재학생을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는 집계 방식을 도입해 2024년 12월 기준 15.7%라는 낮춰진 수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업 자녀'나 '탕핑족' 등을 실업자에 포함하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실제로는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업 자녀란 전업 주부로 활동하는 자녀들을 지칭한다.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과 달리 전업 자녀는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와 용돈을 월급 개념으로 받는다.
집을 나와 ‘청년 양로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주요 도시 중심으로 청년 양로원이 생기고 있다. 청년 양로원은 쉐어하우스의 일종으로 말 그대로 청년들이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이다.
'편히 쉬세요(Please Lie Down)'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해당 시설의 요금은 보증금 없이 한 달에 28만원, 하루에 8000원 꼴로 저렴하다. 청년 양로원은 헬스장, 카페 및 노래방 등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정보를 공유하거나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기도 한다. 청년 양로원의 입소자 수가 늘어나며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외곽 도시들에도 생겨나고 있다.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탕핑’을 즐길 수 있는 쉼터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 청년들의 이러한 태도가 정부에 대한 비폭력적인 저항이라고 분석한다. 고소득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는 암울함과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하라고 몰아붙이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소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청년 실업이 더 악화되면 ‘백지 시위’ 같은 반정부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돈 받는 중년, '애저씨' 늘어가는 일본
탕핑족은 비단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일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73세 아버지로부터 매달 용돈 받는 이른바 일본의 '코도오지(こどおじ)' 뉴스가 국내에서도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끈 바 있다. 코도오지는 중장년의 나이에도 독립하지 않고 고령인 부모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말로는 '아이'와 '아저씨'를 합성한 ‘애저씨’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부모집에 얹혀 생활하는 35세~54세의 독신 남녀는 2016년 기준 446만명에 달한다. 8년이 흐른 지금은 그 숫자가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과거 히키코모리로 살던 청년들이 중년이 되어서도 부모 곁을 못 떠나, 부모는 80대가 되어서도 자녀을 계속 양육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과거에 취업하지 않고 알바로 생계를 유지했던 이들, 일명 '프리터족' 청년들이 중년이 되어서도 부모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취업 시장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OECD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과거 버블 경제로 직격탄을 맞고 제대로 취업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거나 은둔해 생활하던 청년들이 나이를 먹어서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립돼 있던 히키코모리 집단이 경직적이고 착취적인 조직 문화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부모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중장년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냥 쉰다’는 우리나라 청년 역대 최다
최근 구직난이 극심해지며 국내에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 중 직업 교육을 받거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그냥 쉰’ 청년이 무려 8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3만 8000명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3년(2022∼2024년) 중 가장 큰 수치다. 장기 미취업 청년 중 가장 많은 비율이 ‘그냥 쉰’ 청년이었다.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청년은 34.2%로, 장기 미취업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다. 그중 75%는 '구직 의사 없다'고 답했다. 구직을 원한다는 나머지 청년들은 구직 활동을 안 한 이유에 대해 희망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42.9%) 그냥 쉬었다고 응답했다.
심각한 건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청년 실업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졸자 이상의 청년들은 넘쳐나는 반면,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취업을 포기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경제 성장의 둔화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 및 공채 축소 현상까지 겹치며 구직난이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일 공통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게 된 것이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그것도 '교육의 실패'라고 지적되는 획일화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직업 선택의 폭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적은 편이며, 그중에서도 고숙련 고임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초등학교 의대 준비반이 나올 정도로 의과대학의 인기가 치솟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의 소득이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결국 직종 및 사업간 큰 소득 격차에서 무한 경쟁과 교육의 과열이 벌어진다. 미국에서도 의사는 고소득 직종에 해당하지만, 미국엔 이외에도 로펌이나 IT업계 등 고소득 전문직과 대기업 일자리 수가 많다. 다양한 양질의 직종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우리나라처럼 의대 광풍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반면 동아시아 학생들은 경직된 교육 제도 및 환경 속에서 고소득 일자리를 갖기 위해 바늘구멍 같은 취업 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취업 지원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일자리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조차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눈높이를 문제로 삼지만, 실제로 주당 근무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기 근로 청년이 93만 6000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청년 취업자 355만 7000명의 약 26%에 달한다. 이는 전일제보다 단기 계약직 혹은 시간제 일자리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지방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소득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일자리의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무엇보다 고임금 일자리가 더 많이 존재해야 한다. 명문대 수준의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교육 문제의 해결은 노동 시장 격차 해소에 답이 있다. 이를 위해 노동 시장은 앞으로 더 유연하고 다양한 고용 형태를 수용해야 하며,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합리적인 임금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노사 간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근로 시간 운영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노동 개혁 요구된다. 여기에 더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제조업 및 서비스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업 활력 제고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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