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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정치인은 몇 명일 때 ‘충분’한가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권지은

    2024.05.07 07:51
    여성 정치인은 몇 명일 때 ‘충분’한가

     지난달 29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이뤄졌다. 이들은 비서실장, 대변인 등 6명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국정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 소식을 접한 필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무려 720일이 지나서야 제1야당 대표와 만났다는 점이었고, 둘째로 회담 테이블을 채운 인사가 모두 5060 남성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필자는 두 번째 사실을 깨달은 뒤 복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정장을 입고 비슷한 디자인의 넥타이를 맨 중년 남성 정치인이 과연 2030세대, 그리고 여성의 민의(民意)를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회에 여성이 없다... 과소 대표되는 여성 유권자
     우리나라 정치계의 남성 편중 현상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4대 국회 1%(3)로 시작해 조금씩 증가했지만,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15대 국회 3%, 16대 국회 5.9%에 머물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기초의회·광역의회·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50% 여성할당이 의무화되며 17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13.3%)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점차 비율이 늘어난 결과, 지난 4월 총선으로 꾸려진 22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20%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33.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작년 국제의회연맹(ITU)이 발표한 세계 여성 의원 비율 순위에서는 138개국 중 120위에 그쳤다.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적다는 것은 인구의 절반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즉 국회가 국민의 온전히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정책 또한 입법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평균적으로 남성 의원은 1명당 3.4, 여성 의원은 1명당 11.5건의 여성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보다 여성 관련 법안을 3배 이상 많이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안 통과율은 1.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여성 의원이 여성과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법안을 더 많이 발의한다는 건 과거 국회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다만 여성 법안에 관심을 갖고 밀어붙일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워낙 적은 데다 국회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재선 이상 의원 숫자도 적어 법안 통과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질적 변화 위해선 강제성 필요해
     이러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각종 권고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나 효과는 미비하다. 200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전체의 30%를 여성 후보로 추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지금까지 해당 권고를 한 번도 이행하지 않았다. 2022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공천 할당제를 비례 의석 뿐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을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에게 권고했으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은 더불어민주당이 16.7%, 국민의힘이 11.8%에 그쳤다. 단순 권고가 아닌 의무화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회적 인식도 발맞춰 성장해야, 하지만...
     제도적 장치와 함께 할당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또한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현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여성할당제 폐지를 당 대표 공약으로 내놨고, 이번 총선에서도 개혁신당의 이주영 당시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 또한 지난 2022CNN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구성된 내각이 남성 정치인에게 편중돼있다는 지적에 첫 내각을 구성하는데 시간도 없고 제약도 있어서 잘 알려진, 눈에 띄는 이들로 내각을 꾸렸다고 답변해 여성이 정치적으로 과소 대표되는 현 상황에 부족한 이해를 보였다.
     
     할당제를 통한 성별 대표성 확보는 민의를 온전하게 대변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 담론에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대법원에 여성이 몇 명이나 있어야 충분하냐고 물을 때마다 난 ‘9명 전원이라고 답한다. 사람들은 놀란다. 하지만 전원이 남성일 때에는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 미국 연방대법관 루즈 베이더 긴즈버그
     
    (사진=연합뉴스)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 전 배석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권지은

    숙대신보 前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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