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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최선일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임예영

    2024.11.07 16:36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최선일까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이 화제다. <돈의 얼굴>2012년 방영된 <자본주의> 시리즈의 최신판으로, 제작진들은 2년 동안 9개국을 돌아다니며 세계 경제 석학·억만장자·은행 강도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시청자들은 ‘<자본주의>를 이을 경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며 환호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인터뷰가 나올 땐 EBS의 섭외력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하지만 기억에 남은 장면은 경제 석학들의 인터뷰가 아니었다. 공장 노동자들이 명목 임금과 실질 임금의 차이를 배우고, 실질 임금을 직접 계산하는 장면이었다. 명목 임금은 통장에 찍히는 액수고 실질 임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돈이다. 한 출연진은 이번에 월급 올랐다고 좋아했는데, 평생 이런 계산법도 모르고 살았네라며 씁쓸해했다. 그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임금이 오르면 기뻐하고, 그대로면 어쩔 수 없다고 낙담하는 모습은 마치 근로장학생 시급이 100원 올랐다고 좋아하던 올해 초 내 모습 같았다.
     
     실질최저임금 2년 연속 하락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최저임금 그래프가 다시 보였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14320원 이후로 떨어진 적이 없지만, 하지만 물가 인상을 고려한 실질최저임금 증가율은 2022(-0.2%), 2023(-1.1%)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첫 회의를 앞둔 가운데, 핵심 쟁점은 업종별 차등적용이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월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서 만 65살 이상 노인을 제외하자는 건의안을 발의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외국인 돌봄 노동자 유입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돌봄난과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연령별·인종별 차등적용이 나라를 살릴 유일한 방안으로 취급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시청한 K-드라마가 스쳐 지나갔다. 소중하다고 말은 하는데 함부로 대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취약한 위치에 데려다 놓고 널 위한 행동이었다고 하소연하는 한국(드라마)식 사랑말이다. 노인이 더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려 한다. 돌봄의 중요성은 커져만 가는데 되려 돌봄 종사자 임금을 깎으려 한다. 우리 산업계에 필수적인 구성원인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사업장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데 내국인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외국인 노동자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며 임금을 다르게 주려 한다. 이런 기조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경기도 안양 유세에서 최저임금을 200만 원으로 잡으면 150만 원,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고 발언했다.
     
     선진국과 적용 방식 달라
     로마 정치인 키케로는 재판장에서 쿠이 보노(Cui bono)’라고 말했다. 어떤 일을 판단할 땐 그 일로 누가 이득을 얻는지 보면 된다는 것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도입되면 누가 이득을 볼까. 낮은 임금으로 어떻게든 취직한 노동자? 임금이 낮아진 덕에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게 된 사용자? 당장 결과를 가늠할 순 없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식대로라면 노동자는 더 힘들어진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영계는 음식·숙박업, 편의점, 택시운송업 같은 업종부터 차등적으로 임금을 줄일 것을 제안하며 선진국 대부분이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ECD 26개 국가 중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도입한 곳은 독일, 일본 등 6개국이다. 이들은 업종별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을 경우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높이면 높였지, 낮추진 않는다. 우리나라는 특정 업종 최저임금을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현 노동자들은 똑같은 일을 해도 적은 돈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하면 업종을 기준으로 삼긴 어렵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시행되면 편의점, PC, 공장, 카페, 패스트푸드점, 마트 등이 우선 적용될 것이다. 등록금·생활비를 벌려는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 여성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이미 고용노동부 신고가 빈발하게 발생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이슈는 쉽게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사이의 문제로 귀결된다. 문제는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모두 약자라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부담은 인건비뿐만 아니다. 재료비 폭등·고금리·임대료·배달수수료 및 배달비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건비를 줄이는 건 언뜻 보기에 가장 쉬운 수겠지만 정치는 가장 쉬운 방안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다. 노동자는 들어오는 돈이 줄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다. ‘돌봄 노동자가 노동자 위원으로 선정된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이 신중하게 논의되길 간절히 바란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임예영

    前 고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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