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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 개혁, 배는 이미 떠났다. 하지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조유진

    2024.10.10 09:57
    의료 개혁, 배는 이미 떠났다. 하지만...

     

     “대화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현재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입장이다. 함께 대화를 통해 의료 공백을 해결하자는 회유책인 것으로 이해된다. 응급실 뺑뺑이로 하혈 임신부가 75시간 만에 아이를 낳는 게 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왜 의사들은 환자들을 책임지지 않는 걸까. 그들은 희생·봉사·장인 정신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은 걸까. 그들의 묵묵부답 이면에는 정부의 외면이 있다. 함묵하는 의사들을 향해 이제 와서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만 표명하다가는, 그들의 입과 귀를 열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문제는 의사 숫자가 아니라 필수 의료에 대한 의료 수가와 의사들의 근무 환경에 있다. 의료 수가는 인기과와 비인기과를 구분 짓고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했다. 실제로 인기 많은 성형외과·피부과 등은 ‘비급여’ 체제로서 낮은 의료 수가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받으며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은 생명과 직결된 의료 행위를 수행함에도 수가가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단적으로 뇌동맥류 수술 수가와 쌍거풀 수술의 가격이 290만 원대로 비슷하다는 예가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필수의료 붕괴에서 짚어야 할 두 번째 요소다. 위중 진료와 관련된 의료 행위에 보호 조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의료 행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문제는 의사 숫자가 아냐

     기형적인 우리나라 의료 보상 체계에 의협은 ‘인기과 포화상태가 우려된다’며 의대 증원을 반대해 왔으며 필수의료 근무환경의 열악함을 지속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했다. 해당과 의사들 또한 20여 년 이상 수가 정상화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위 요구를 지속적으로 미루기만 하는 땜질식 대응으로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

     

     사실상 확정돼버린 의대 증원으로 인한 부작용은 정부가 아닌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의료보험료를 내는 인구는 줄어드는 마당에 의료보험 수급자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료 개혁을 감행했던 일본의 경우, 점진적으로 인프라를 갖춰가며 의사 수를 늘렸다. 그 결과로 현재 한국에 비해 의료진 수가 5배에서 6배 정도 많다. 하지만 매년 재정 적자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의사 수를 늘렸는데도 도쿄에만 의료진이 쏠려있다는 점에서 현재 언급되고 있는 지역의사제를 재고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의정갈등 해결하려면 의료 수가 정상화부터

    결국 강제적 조치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의사진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의료 수가 정상화 조치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대응방안인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의료 개혁을 감행해야 할 것인데 지금의 정부는 떠난 배에 대화로 해결하자고 속삭이는 판이다. 정부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의사집단을 대화의 테이블로 앉게 하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게 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차별화된 의료 수가 인상으로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서비스나 부족한 지방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더욱 높은 수가 인상을 적용할 수 있다. 의료진 보호법 제정 및 강화를 통해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를 강화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응급실이나 소아과처럼 고위험 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곳에서는 법적 보호와 안전 장치를 마련해 과중한 업무 부담과 위험성을 줄여야 할 것이다. 

     

    지난 1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접고 미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첫 사과를 건넸다. 정부로서 의정갈등 해결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 싸움의 볼모는 일반 시민이다. 그들을 향한 희생·봉사·장인 정신의 선서를 기억하고, 의사들이 답을 할 차례가 왔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조유진

    前 서울여대학보사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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