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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공학 전환 둘러싼 동덕여대 시위...지성도, 공론화도 없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신지우

    2024.11.18 09:11
    남녀공학 전환 둘러싼 동덕여대 시위...지성도, 공론화도 없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재학생들은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 캠퍼스엔 ‘공학 전환 결사반대’라고 쓰인 근조화환 수십 개와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벗어 놓은 학과 점퍼 수백 벌이 놓여 있다. 동덕여대 설립자의 흉상을 비롯한 교내 벽과 바닥은 스프레이와 계란 범벅이 됐다. 건물 내부에도 "민주주의는 죽었다"등 문구가 적힌 대자보와 피켓이 붙여져 있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은 대학 발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에 불과하며,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러한 논의 자체를 반대하며, 공학 전환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동덕여대는 시설 파괴 및 직원 감금 등 교내 폭력 사태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동덕여대로 촉발된 여대 존폐 논쟁…"시대와 동떨어져" vs "여성차별 여전"

     동덕여대 재학생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대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 가부장제로 교육에서 소외됐던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다는 설립 취지가 현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2005년 이후 대한민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의 대학 진학률을 상회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 부문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현재 상당 부분 평등을 이뤘기에,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공학 전환 추진은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남성들로부터 "여대는 역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여대의 존재 가치가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폭력이 만연하며, 이러한 사회에서 여대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물론 여대는 수백 년 간 이어진 여성 차별에 대항하며 교육에서만큼은 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낸 성과를 가진 역사적 자산이기도 하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교육 받을 수 없던 시절, 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와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녀 등이 여대를 찾았다. 

     우리가 여성의 대학 진학을 당연시하게 된 건 불과 이삼 십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공간을 개방하는 건 여성 인권 회복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지금까지도 여대는 여성의 정체성 확립을 표상하고 있으며  여대를 없애는 것은 여성 인권의 후퇴이자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현재 전국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7곳이다. 다른 여대에서도 '동덕여대의 공학화 추진이 여대 공학화 흐름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 연대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교수 감금·폭력 등 과격해진 시위… '시위의 연대'보다 고민해야 할 것은

     그러나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의 양상과 수위를 둘러싼 비판도 들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출입을 통제 당한 동덕여대 교수가 벽돌로 문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돌하고, 학교에 방문한 남자 배달원이 학생들로부터 "나가라"며 뭇매를 맞는 듯한 영상이 올라왔다. 또 학생들이 학내 건물을 점거하며 교직원들이 감금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사실상 논의만 이뤄진 공학 전환의 가능성을 두고 섣불리 과격한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 공학 전환을 환영하는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제한되는 건 또다른 억압이기도 하다.

     

     학문적 자유와 의견 개진은 대학의 핵심적인 가치다. 학생들은 학교 측 결정에 반해 얼마든지 시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단순히 의견의 관철이 아닌, 의견이 실질적으로 학교의 정책이나 방침에 발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성숙한 토론과 상호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학문하는 곳인 만큼 학부생들 역시 지적 풍토를 벼릴 수 있는 자세를 가짐과 더불어 자신의 의견을 성숙하게 대학 당국과 나누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공식, 비공식이건 상호 토론이 이뤄지며 의제를 공론의 장에서 다루고, 그를 통해 진전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여대 소멸의 위기에서 공학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 있다. 학생들이 이례적으로 보인 과격한 양상의 시위는 학교 측의 독단적인 결정을 우려한 강한 의지 표명일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여대라는 역사적 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의미 있게 지켜낼 지 고민하는 신중함이 필요했다. 불법과 폭력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위의 방식은 이미 '건전한 시위'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그 취지만으론 정당화될 수 없다.  공격적인 시위 행위에 무고한 피해자까지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정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 측 결정에 항의할 수 있지만 이러한 대응 방식이 옳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에 여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그 현재적 가치와 역할을 재구성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여대가 성평등 및 여성 인권을 증진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여대의 목표가 “자연 소멸”에 이르는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재고해봐야 한다.  그간  많은 이들의 노력과 결실로 이뤄진 교정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어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그런 과정 없이 여대가 그 자체로 옳다고 주장할 수도 없으며, 동시에 학교 측 역시 대학 생존을 위한 카드로 무작정 공학화를 제시해서도 안될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신지우

    서강학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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