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현솔
2025.02.22 11:45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 김하늘 양이 교사에 의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교사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교육부는 정신 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어려운 교원을 조기에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늘이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신 건강 검진을 강화하고 그 결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사의 정신병력을 조회하는 방식이 과연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병력 조회는 겉으로는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검진이 교사 지원이 아닌 부적격 교사를 선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정신 건강 문제는 개인의 결함으로 간주될 것이며 이는 결국 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검진 결과가 인사 조치나 근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교사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를 더욱 숨기게 될 것이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 지쳐가는 교사들
교사의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현재 한국 교사들은 학생 지도뿐만 아니라 과중한 행정 업무까지 떠안고 있어, 정신적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한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수 역시 과도하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5.8명, 중학교 13.1명, 고등학교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0명과 12.8명을 상회한다. 또한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에 따르면 대한민국 교사의 행정 업무는 평균 6시간으로 OECD 평균인 2.9시간의 약 2배를 넘는다. 이러한 과중한 업무 환경 속에서 교사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건강 검진 결과를 인사에 반영한다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교사들조차 불이익을 우려해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현장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 치료 받아야 할 교사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게 만들면 문제가 있는 교사가 음지에 머무르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교사 검열이 학생 보호로 이어지는가?
반면, 해당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교사의 정신 건강 상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해외에서도 교사의 정신병력 조회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은 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미국에서는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싱크탱크와 교육 기관들이 정기적으로 교사의 정신 건강 상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교사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 스트레스 검사와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신 건강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정신병력 조회가 교사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건강한 상태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검열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의 정신 건강과 학생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신 건강 검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근무 환경과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교사가 온전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정신 건강 문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다. 정신 건강 검진을 강화하고 그 결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 보호를 위한 대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사를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간주하고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건강한 상태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검열이 아닌, 교사의 정신 건강을 위한 진정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빈 교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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