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김진수
2024.12.10 10:59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 아동의 유병률이 최근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저출산으로 영유아 인구가 줄고 있는 와중 설상가상으로 발달 장애 아동이 늘어난다는 것은 한국 사회 미래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22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증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등록된 환자는 2018년 2만6703명에서 2022년 3만7603명으로 70% 증가했다. 최근 들어 자폐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진단 환자 수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한 대규모 전수조사에 따르면 7~12세 아동 100명 중 2.6명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가정에 자폐아가 생기면 부모의 경제 활동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족 모두의 걱정거리가 되어 가정에 활력을 잃고 자폐아 치료를 위해 부모는 복지시설과 병원으로 오가는 힘든 일이 벌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국처럼 자폐아를 24시간 돌보는 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자폐아 다양한 증상…노력 따라 개선 가능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자폐증의 공식 진단명이다. 그동안 자폐증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중증 장애부터 특정 분야에 뛰어난 서번트 증후군, 언어·인지능력은 정상이나 정서적으로 교감하지 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지능지수 70 이상의 고기능성 자폐까지 다양한 용어로 혼용되었다. 그러다 2013년 자폐의 심각도와 증상이 다양한 스펙트럼처럼 나타난다고 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명칭이 통일됐다.
자폐아의 특징은 또래보다 말이 늦으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무관심하고, 상황에 맞는 적응 기술이 부족하며, 표정이나 몸짓 등의 표현으로도 의사소통이 어렵다. 또한 특정 행동이나 생활 방식을 지나치게 반복하며, 사소한 자극에도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서 조절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폐증(autism)은 신경학적 기능장애로 행동 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다. 개선의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진전이 있지만, 방치하면 정신분열증으로 이행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자폐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출생 전후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특히,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된 사회가 되면서 엄마가 아닌 사람의 돌봄으로부터 받는 영 유아의 스트레스로 비롯된 환경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정부 프로그램 등 사회적 노력 있지만 여전히 부족
자폐아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은 다양해지고 있으며, 디지털 치료제 개발, 행동 발달 증진 센터 운영, 교육 및 행동 중재 강화 등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자폐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들에 대한 치료와 예방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영 유아기 장애 아동 및 중증 장애 아동을 위한 공공 재활의료기관을 전국에 13개소를 설립하여 집중 재활치료 및 의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출생일부터 2년 이내의 영 유아에 대한 진료 및 처방에 의한 약제와 치료 재료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 아동 가족지원 사업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예방 및 치료를 강화하고 재활 및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자폐아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미국, 발달장애 아동 조기 지원 통해 예방 및 치료
미국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은 최근 몇 년 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2020년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8세 아동 중 약 1.85%가 자폐 진단을 받았다. 이는 약 54명 중 1명에 해당하며, 남아에서 더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폐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CDC는 조기 진단과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모와 의료 제공자에게 자폐 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장애자 교육법(IDEA,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에 따라 자폐아동은 특별 교육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개별 교육 계획을 통해 이루어진다. NIH(국립보건원)와 CDC는 자폐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치료법과 정책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24시간 보호센터에는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개인의 필요에 따라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가족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부모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국과 EU 모두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조기 개입과 전반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연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조기 진단 시스템 강화 필요…자폐아동 및 가족, 한국사회 미래 위한 정책
우리나라는 미국 등의 자폐아 정책과 비교할 때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조기 진단을 위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조기 개입이 이루어질수록 아동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자폐아를 치료하기 위한 전국의 거점 병원을 늘리고 24시간 돌보는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 식약처에서 허가한 디지털 치료제의 가상현실(XR) 기반 신체 활동 촉진, 스마트 토이를 활용한 치료, 모바일 게임 기반 인지 행동 치료 등이 병원, 시설 등에 널리 보급되어 상시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또한 자폐아를 돌볼 수 있는 교사와 치료사를 양성하여 시설과 병원 등에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자폐아 부모와 가족을 위한 상담 서비스 및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심리적, 정서적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울러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도 필요하다. 나아가 보건, 교육, 사회 복지 부문 간의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자폐아와 그 가족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같이 자폐증 치료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 때 자폐아와 그 가족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자폐증으로 인한 고통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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