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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러우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전문위원 이상현

    2025.01.08 10:08
    트럼프가 러우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말 24시간 안에 끝낼까?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20년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지 않되, 나토가 아닌 미국의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완벽하게 무장시키겠다는 종전안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드미트리 수스로프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국제연구센터 부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공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려 한다”며 그가 바이든 현 대통령과는 결이 다름을 짚었다. 하지만 “미러 간 합의가 빨리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심지어 “트럼프 2기 내각에서도 러시아 입장과 정반대인 근본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협상은 실패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군사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핵심적인 걸림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의 비(非)군사・비(非)나치・비(非)반러 등을 특별군사작전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개전 초인 2022년 3월 이스탄불 협정 때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내각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군사적으로 강한 국가로 부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비군사(비무장)화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할 가능성이 높다. 

     수스로프 부소장은 미국이 러시아의 종전 조건을 형식적으로는 충족시켜주면서 자신들은 실리를 취하는 방향을 취할 것으로 본다. 실리는 나토가 아닌 미국의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재무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안보 보증 차원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정규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떤 가상의 침략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트럼프, 러시아는 유럽에 맡겨 괴롭히고 중국 공략에 집중

     유럽을 지정학적으로 활용하는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은 ‘초당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재직 시절 미국의 나토 탈퇴로 유럽의 군사적 자립을 촉구해왔기 때문에 더 강성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을 수렁에 빠뜨린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온 유럽연합(EU) 정치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으로 설정, 유럽의 군사 재무장 명분을 이끌어냈다. EU 차원이든, 개별 국가 차원이든, 군사력 보강은 이제 유럽에서 상식이다. 미국은 유럽 각국들에 방위산업 부활의 야욕에 불을 지폈다. 

     미국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려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색깔 혁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외교가 한 켠에서는 최근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선거에서 친러시아 당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조치 ▲실패로 귀결된 조지아 색깔 혁명 시도 ▲시리아 내전 재격화 ▲심지어 한국의 탄핵 정국까지 이런 맥락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2기 내각은 ‘방위비 분담금’을 명분으로 러시아를 유럽 국가들에게 묶어두고, 중국 공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미국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가 유럽이 부담하는 운용 비용과 반러시아 정체성의 도움에 힘입어 러시아를 계속 괴롭혀 주는 시나리오다. 이 가운데 미국은 오는 2027년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이해 대만 침공이라는 국지전을 성공리에 이끌어 낼 수 있다. 유럽에 발목이 잡힌 러시아는 중국을 돕기 어려울 것이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 받지 못하는 러중 관계는 곧 틀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은 역설적이다. 러시아는 확장된 영토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20년 유보를 대가로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재무장을 용인하는 종전 시나리오를 마뜩잖아 한다. 

     

    친러 미국 대통령, 형용 모순에 논리 모순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니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다. 2016년 첫 트럼프 집권 당시 지구촌은 러시아가 트럼프를 지지했다면서 트럼프를 친러 정치인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친러 미국인’은 논리 모순과 형용 모순을 모두 지닌 표현이다. 미국이라는 절대 강국의 사고방식과 정신 상태를 이해 못하고, 가까운 역사도 복기하지 못하는 ‘유치한 틀짜기(framing)’다. 

     우크라이나에 사상 최초로 재블린 미사일 등 살상무기를 제공한 것도, 개전 후 즉시 파괴될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제시설(C4I)의 대안으로 일론 머스크를 통해 스타링크를 제공한 것도 모두 트럼프 1기 내각의 작품이다. 미국의 이익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트럼프 당선인이 친러 정치인일 리가 없다.

     미국은 지정학(Geopolitics)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사해온 나라다. 1980년대 말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하려고 할 때도, 일부 서방 국가들이 급한 경제위기를 넘긴 러시아를 끌어들여 G8의 틀로 관리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모두 멀리 보는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가성비 높은 외교안보 정책을 구사하도록 보장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러시아가 유럽(서방) 정체성을 갖게 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정학 장치를 파괴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은 혈기 넘치는 청년기에 접어들었고, 이란과 북한은 ‘해외 우려 실체(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가 되려면 갈 길이 멀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러시아만이 ‘지정학을 이용한, 가성비 높은 외교안보 정책’을 보장했다.

     

    트럼프의 성공이 전쟁 가능성 낮춰

     트럼프 2기 내각은 러시아에 이익을 주면서 "중국과 멀리하라”고 유혹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외려 중국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쓰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책사 스티브 배넌의 핵심 정치 철학은 관료주의에 대한 ‘증오’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 공무원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수십 년 간 정책 실패를 거듭해도 단 한번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들이다. 연간 국채 이자만 1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적자, 주요 우방국들과 중국으로부터 만성적인 무역 적자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자들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직자들에게도 이런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들의 실존적 존재를 위협하는 천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미국내 공무원들과 언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대통령처럼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도모할 가능성은 확실히 낮다. 핵전쟁이 아니라면 재래식, 국지전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가장 불신하는 관료 사회에 온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트럼프 2기 내각이 서아시아(중동) 이란과 시리아를 제외한 다른 전쟁터를 유지 또는 신설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대통령은 관례적으로 취임 후 5개월간 외교・안보 기조를 원점에서 재검토 한다고 한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이 5개월에 노심초사 하는 건 자국 관련 미국 외교의 우선 순위와 방향이 재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 숙고의 과정은 통과의례가 아니다. 새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철학을 함께하며 외부에서 수혈한 이들과 늘 자리를 지켜온 관료들이 서로 맞서며 전임 정부의 대국을 복기 및 분석, 향후 4년 간의 외교 기조와 방향, 전략, 전술, 액션 플랜을 짜는 소중한 시간이다.

     다만 트럼프 2기 내각에서는 5개월 숙고 기간을 거치더라도 ‘시나리오 경영’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전략적 가상화폐 비축을 통해 단기간에 미 국채가격을 회복시켜 국가 부채 원리금을 줄이고 달러 위기를 극복한다면, 미국이 대만해협에서든 호르무즈해협에서든 전쟁을 일으킬 필요는 줄어든다. 트럼프의 숙적(공무원, 언론)들이 선전한다면 전쟁은 여전히 불가피하다.

     

    (사진=워싱턴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JD 밴스 부통령 지명자가 지난해 11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서 열린 선거 밤 시청 파티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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