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이상현
2025.03.26 18:13“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의견을 같이하지 않지만, 최근 그의 논란이 될 만한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그러에도 그의 발언이 황당해 보이는 이유는 서방 세계 사람들이 10년 이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꾸준히 접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대학 앨런 J. 쿠퍼만 교수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지 <더힐(The Hill)>에 기고한 칼럼의 첫 문장이다. 쿠퍼만 교수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지속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3가지 근거를 칼럼에서 밝혔다. 컬럼비아대학 제프리 삭스 교수처럼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런 주장을 했던 미국의 양심 있는 학자들이 몇몇 있었지만, 트럼프 2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진실을 향한 목소리가 점점 더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은 공직 사회가 민주당, 주류 미디어와 똘똘 뭉쳐 반트럼프 전선을 공고히 한 나라다. 미국 민주당 인맥이 대부분인 한국 사회에는 기본 시각부터 표현까지 미국 언론을 그대로 번역, 소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의 러시아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녹록지 않은 이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공했는가?
쿠퍼만 교수는 우선 2014년 반러 극우 세력이 쿠테타를 통해 폭력적으로 친러 정권을 전복한 ‘유로마이단’ 당시의 정황을 설명한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주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친러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해산하는 순간, 극우 신나치 세력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쏜 뒤 이 만행을 야누코비치 정권에게 덮여 씌웠다는 것이다. 극우 반러세력들의 자작극성 조작으로 다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로 피신했고, 러시아는 크림 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들과 친러 우크라이나인들 보호에 나섰다. 숭고한 ‘시민 혁명’이 아니라 ‘무장 쿠데타 폭동’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체결된 두 차례의 민스크 평화 협정(러・우・프・독)을 모두 위반하고 북대서양조역기구(NATO) 가입과 군사 원조를 추진, 사실상 전쟁을 도발한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민스크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2015년 말까지 도네츠크 지역에 제한된 정치적 자치를 보장하기로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또는 나토의 군사 기지화 되는 걸 막는 데 충분한 장치가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무려 7년 동안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2019년 선거운동 당시 민스크 협정 이행으로 분쟁을 없애겠다고 공약, 당선됐다. 그러나 막상 대권을 거머쥐자 공약을 내팽개쳤다. 나토 국가들로부터 무기 수입을 늘렸고, 러시아를 계속 자극했다.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개시 사흘전인 2022년 2월21일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포기 ▲군사원조 받기 중단 ▲도네츠크 지역의 독립 인정 등을 요구하며 국경 지대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했다. 미국에도 지역 평화 유지를 위한 합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 주도로 이미 돈바스 지역에서 1년 전부터 전투 준비(미국 매체 <AOL> 보도)를 해온 젤렌스키가 러시아의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푸틴은 결국 그해 2월24일 특별군사작전을 전격 개시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첫 사례…무너진 레거시 언론에 대한 신뢰
마지막 세 번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확대와 지속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1년 말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군대를 동원한 훈련을 하면서 민스크 협정 이행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협정 이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독일, 프랑스는 물론이고 2014년 우크라이나 반러 정권 집권 이후 러시아 약화를 위한 전쟁을 꾸준히 준비해온 미국에게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도네츠크와 크림 반도 사이의 육로를 형성하기 위해 국경을 넘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젤렌스키 정권이 돈바스 지역 민간인 수백 명을 박격포 등으로 살상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고 러시아의 경고를 묵살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공격은 명백한 전쟁 도발이었다. 하지만 천문학적 예산을 쓰며 미국 안팎 언론을 지원해온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중심이 된 하이브리드 전쟁에 동원된 서방 언론에 의해 “러시아의 일방적 침공”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이런 거짓 프레임은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5일 대선 승리 뒤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군병력을 파견,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게 하다가 결국 2022년 2월 24일 전면 침공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2021년부터 돈바스 지역에서 전쟁 도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미국 언론 <AOL>도 보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 정부 국무부 장차관을 나란히 지낸 블링컨과 눌런드가 8년간 우크라이나 현지 공작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은 서구 전문가들조차 수차례 언급한 사실이다.
트럼프 집권 때면 노골적 반미 국가가 되는 한국
트럼프의 구조 개혁에 미국의 소위 주류 언론은 ‘반(anti)트럼프’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속칭 ‘딥스테이트’(deep state)로 불리는 미국의 공직 사회는 미국 언론과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의 6개 거대 언론그룹(conglomerate) 중 ‘뉴스코퍼레이션’을 제외한 5개 미디어 그룹이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공직 사회와 민주당이 미디어 산업계를 기득권 집단으로 확실히 편입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트럼프 측의 주장이다.
다수 한국 미디어들은 미국 주류 미디어들을 ‘신성시(divinization)’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 언론을 포함한 지구촌 다수 미디어들이 미국 레거시 미디어들을 신성시한 대가로 USAID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 7일 USAID가 지난 2023년 최소 30개국에서 활동하는 6200명의 기자들, 707개의 민영매체, 279개의 미디어 관련 비정부기구(NGO)에 자금을 지원해왔다고 폭로했다. 명단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에서 활동 중인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미 의회가 운영하는 <자유아시아(RFA)> 방송은 이미 지국 폐쇄 또는 특파원 운용 중단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에서 일하던 언론인들은 구직 활동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기사를 번역 소개한 한국 국가기간통신사<연합뉴스>는 여전히 서방 언론의 반러시아 보도를 답습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2기 내각 주요 외교 안보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과 배경, 바이든 정부의 패착 등을 언급한 점을 ‘친러’로 틀을 씌운 <뉴욕타임즈> 보도를 아주 자세히 번역,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을 거치지 않은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점령지 4곳에서 2022년 치러진 러시아 영토편입 찬반 주민투표 때) 속이 보이는 투명한 투표함을 쓰고 주민들을 위협, 찬성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는 해당 투표를 무효로 간주해 왔는데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가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냈다”는 <뉴욕타임즈> 보도를 그대로 소개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지난 2010년 미리 특정 후보에 기표된 표가 뭉터기로 투표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야당의원들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투명 투표함을 도입, 운용하고 있다.
<NYT>기사라면 글의 틀부터 인용된 사실, 심지어 표현까지 똑같이 번역해 보도하는 한국 언론에 대해 “트럼프 시대를 맞아 한국 언론이 한국을 반미국가로 만들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2015년 2월 11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민스크 평화협정 장소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뒤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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