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신지우
2025.05.21 15:45전세계 K팝 팬과 대중의 큰 관심을 모은 걸그룹 뉴진스의 갈등이 벌써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여러 차례의 폭로와 반박, 기자회견, 검찰 고발까지 오가며 싸움은 점점 더 깊어졌고, 현재 사안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분쟁은 지난해 4월, K팝 업계 최대 기업인 하이브가 자회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부당하게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민 대표는 언론 앞에서 강경한 발언으로 맞섰다. 이후 민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어도어가 이사회를 열어 민 대표를 해임하자 뉴진스 멤버들은 직접 나서 민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다. 결국 뉴진스는 같은 해 11월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종료하고 독립적인 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뉴진스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NJZ라는 새로운 팀명을 공개하며 연예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멤버들은 '아티스트로서의 주체성'과 '신뢰 관계 파탄'을 주장하며, 어도어에 투자금 이상의 돈을 벌어다 주었으니 위약금은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계약이라는 약속의 근본적 가치를 흔드는 위험한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자회사로서 뉴진스와 공식 전속계약을 맺은 법적 주체다. 이 관계는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회사는 수년 간 트레이닝, 기획, 마케팅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와 리스크를 감수했다. 그럼에도 멤버들과 그 부모들은 "어도어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고 신뢰가 깨졌다"는 이유로 위약금 없이 계약 효력 정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1일 가처분 소송에서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어도어가 전속 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힘들며, 그 수준이 신뢰 관계가 파탄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게 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계약은 양자 간 신뢰 투자의 결과이며 상호 의무와 권리를 명시한 법적 문서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활동을 특정 기획사에 독점적으로 맡기고, 회사는 체계적인 육성과 활동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아이돌 산업의 경우 아티스트를 육성하기 위한 거액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반면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에 회사는 보통 7년으로 이루어지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아티스트의 안정적인 활동을 약속받는 것이다. 이 구조야말로 K팝 산업의 근간이며, 무수한 신인 아티스트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진스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향후 다른 아티스트들도 유사한 논리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를 수 있다. 이는 '표준 전속 계약’ 자체의 균열을 일으켜 K팝 생태계를 위협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민희진 사태'에서 '뉴진스 사태'로
리더십 실패로 끝난 민희진 신화
이번 사태에서 눈여겨볼 점은 뉴진스 멤버들과 민희진 대표 간의 '비정상적 의존 관계'다. 뉴진스 그룹의 부모들은 민 전 대표를 "제2의 어머니"라 표현하고, 멤버들은 그녀 외의 기획자와는 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해왔다. 민 전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뉴진스 엄마’를 자처했지만 잠잠한 물밑 행보를 이어갈 뿐이다. 두 번의 기자회견 이후,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의 갈등 전면에 뉴진스를 방패막이로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뉴진스는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계약 해지 선언을 위해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 오르며, 미국 타임지에 입장을 밝히는 등 대중들 앞에서 심각한 이미지 소모를 겪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선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분리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은 개인이 아니다. 기획사와 아티스트 간의 관계는 계약과 절차, 자본과 책임에 의해 규율된다. 민희진이 뉴진스에게 기여한 바가 크더라도, 그녀는 어도어라는 법인의 전 대표일 뿐이다. 민 대표가 해임되면 후임 경영진에게도 동일한 계약상 권리와 의무가 승계된다. 하지만 뉴진스는 마치 계약 대상이 '어도어'가 아닌 '민희진 개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는 법적 주체와 감정적 주체를 혼동한 위험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단이 진정 자신들의 권익을 위한 것인지, 혹은 특정 제작자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사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를 낳는다. 아티스트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법적 질서와 충돌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 아티스트가 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약화시킨다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와 제작자들이다. 뉴진스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아티스트 보호와 계약 질서 사이의 균형, 그 진원과 경계를 분명히 가려내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가 7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 팀명과 사진을 공개하고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본격적인 독자 행보에 나섰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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