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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약화 위해 여러 대리전쟁으로 시너지 노리는 미국

    전문위원 이상현

    2025.06.18 22:18
    중국 약화 위해 여러 대리전쟁으로 시너지 노리는 미국

    돌려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목표는 단연 ‘중국 약화시키기’다. 처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을 때 사뭇 예리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조차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와 미국의 실질 권력 사이의 관계, 트럼프의 외교 안보 스타일, 대리 전쟁 수요와 공급 메카니즘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였다.

    미국은 무기 지원은 줄이되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표적 좌표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에 ‘더 이상 전쟁 비용을 쓰지 않고, 고립을 탈피하려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끊으라’는 냉혹한 메시지다. 

    게다가 미국은 새 전쟁의 불씨도 지폈다. 이스라엘을 앞세워 이란을 침공한 것이다. 전쟁 카드를 꺼낸 든 미국의 노림수는 단기적으로 달러 패권을 지키는 것이다. ‘페트로 달러’를 지키기 위해 지정학적 고리가 취약한 서아시아 지역에서 국내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네타냐후를 앞세워 전쟁을 감행했다. 중국 위안화를 받고 원유를 수출, 미국 면전에서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내팽개쳐 드러내놓고 망신을 준 이란에 ‘참교육’을 할 참이다.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아시아 우방국들에게 방위산업 등의 인센티브가 내포된 대리 전쟁 시스템을 제시하고 물질적 책임을 부여하는 대신 통상정책에서 숨통을 띄워주는 미국의 접근이 관측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이번 이란-이스라엘 분쟁을 “세계질서 주도권을 놓고 집단서방(collective western) 세력과 중러 사이의 대결 구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두 번째 대리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세 번째 대리전쟁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때리기는 중국 약화시키기의 일환…중러 갈라놓기에도 기여할 묘수

    기자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미사일 공격을 개시하기 얼추 두 달 전인 지난 4월 17일자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트럼프는 중국과 물리적 전쟁을 할 수는 없다. 그간 미국의 기득권자들과 짜고 ‘미국을 위대하지 않도록’ 방치해온 동맹국들을 참교육 시키면서 에너지나 우주, 인공지능(AI) 등 굵직한 분야에서 초격차로 앞서가야 한다. 그 점에서 서아시아, 즉 중동은 트럼프의 목적함수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매개변수가 될 전망이다. 거기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에 모여 있던 핵전문가들을 한꺼번에 죽이는 작전에 성공했다. 6월15일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상에 진심이었다면 군사동맹국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막았을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핵협상 자체가 스크린 플레이였고, 그걸 믿은 우리가 잘못”이라고 깔끔하게 자신들의 안일함을 인정했다.

    기자는 당시 칼럼에서 “트럼프 2기 내각이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카드를 구사하는 것은 이란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이란산 석유의 주된 고객인 중국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의 주요 에너지 파트너를 약화시키고, ‘일대일로’의 핵심 지역에서 베이징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 문장이면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중국 약화시키기’는 나름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다. 한 가지 더 있다. 이란이 전쟁에 휩싸이면 중국은 이란 석유 도입이 어려워 지고,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단가 책정 문제로 표류해온 중러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합의가 임박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는 중국 내부의 러시아 견제 의견 그룹에 크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 중러간 간극에 숨은 이해 충돌 소지의 이슈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 낼 수 있다.  

     

    계륵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 떠넘겨…군국주의 부활 허용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무기 공급 자금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살인을 멈추고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이유를 붙였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물론 미국을 실제 움직이는 딥스테이트(네오콘)에게도 ‘전쟁 중인 러시아’가 필요해 보인다. 러시아가 어떻게든 중국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확약을 하기 이전에는 러시아에 씌워진 전쟁의 굴레를 벗겨줄 생각이 없는 속내다. 트럼프와 딥스테이트의 대립과 협력은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는 물론 내부의 네오콘과도 싸워야 하는 고단한 자리라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공직자들과 척을 진 트럼프는 미국 기득권 그룹 전체가 ‘적’이다.

     

    유럽 정치 지도자들을 다수 통제하고 있는 미국 네오콘은 바이든 정부가 훌륭하게 구축해 둔 확장판 나토를 이용, 단극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러시아를 묶어둘 우크라이나 전선과 이란에서 새로 불을 지필 서아시아 전선, 2027년 대만을 침공하도록 만들 중국을 옭아맬 동아시아 전선 등 3곳에서 확장판 나토의 역량을 튼실하게 다질 심산이다.  

    말이 앞서는 유럽연합(EU)은 드러내놓고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지난 10일 열린 ‘미래포럼 2050’에서 “모든 나토 훈련과 본격적인 군사력 증강은 대체로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라는 과업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군사화 방향이 유럽인들의 희생 속에서 진행되는 비합리적인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인들은 탈냉전기 러시아 에너지와 곡물, 비료 등을 토대로 가성비 좋은 경제 생활을 해왔다. 그 모든 복리후생을 포기하고 네오콘의 리더십에 모든 걸 맡기자는 유럽 정치 지도자의 중심에 독일사람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있다. 나치즘 유전자를 간직한 독일이 군사적 부활의 최적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EU 회원국 내의 정치적 분열은 심화되고 있고, 오랜 기간 미국에 모든 것을 의존해 온 유럽이 대륙 전체에 최적화 된 무기와 군수품 등을 갖출 방위산업을 하루아침에 구축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EU 내에서 이미 반기를 든 나라들도 여럿 있다. 독일이 이들을 달래는 데 꽤 비용을 써야 다시 군국주의의 발톱을 세울 수 있을 전망이다.

     

    중동에서 두 번째 대리전을 시작한 이유…미국의 ‘일석삼조’

    ‘중국 약화’를 위해 트럼프 2기 내각이 처음 꺼낸 카드는 관세였다. 물론 중국도 트럼프의 관세 부과 이후 경기가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미국 측의 피해 또한 만만찮다. 야당인 민주당이 증시 불안을 호소하는 월가와 들썩이는 물가에 진저리치는 소비자, 체류가 불안해진 이민자들을 두루 부추겨 ‘트럼프의 실패 프레임’을 본격 공고히 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4월 7일 백악관에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장면을 복기해보면, 이란 핵협상 일정과 이번 이스라엘의 선제 미사일공격 시나리오가 이때 이미 공유됐을 가능성이 높다. 

    연초부터 경기침체 우려가 지구촌 전체를 뒤덮었고, 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은 가뜩이나 원가 경쟁력이 낮은 미국의 셰일에너지에 특히 위협적이다. 게다가 브릭스(BRICS)를 구심으로 한 지구촌 다수(Global Majority)가 페트롤 달러(에너지 대금의 달러 결제) 체제를 더욱 무력화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국내 정적이 설치해놓은 덫에 걸릴 수도 있다. <폭스뉴스> 출신 언론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중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 한 터커 칼슨 기자는 6월초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임박했거나 계획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보는 전혀 없다”며 “트럼프의 적 네오콘이 이란과의 갈등을 이용해 트럼프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황상 트럼프는 ‘중국 약화시키기’에 목숨 걸고 나섰지만, 자국 네오콘이 주도하는 군산복합체의 위협과도 맞서야 하는 처지로 해석된다. 

    자신의 방책인 관세를 밀어붙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네오콘이 제안서를 들고 트럼프 앞에 나타난 정황이다. 미 연방의 최대주주인 이스라엘이 저간의 최대 민원인 ‘이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으니, 이를 고리로 이란 석유의 최대 수요자인 중국을 옥죄는 길을 택하라는 그럴듯한 제안이었다. 트럼프는 이 제안서를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계획대로 안됐다…단기 버티기 차원에서 전쟁 택한듯

    해외 에너지인프라 개발업체 D건설 소속의 한 전문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내각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달러 패권 지키기’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2기 내각 이후 관세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미국이 전쟁을 멈추는 역할을 못하고 외려 자신의 이해관계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 약화와 밀접하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실패한 전쟁은 물론,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제 포기 등은 모두 달러의 횡포와 밀접하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역시 달러 가치 하락의 기폭제가 됐고, 이후 우크라이나 분쟁과 이번 이스라엘-이란 분쟁에서 미국이 점차 사라져가는 페트로 달러의 권위를 되찾지 못하면 달러 단일 헤게모니 체제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카드를 동맹국들에게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로서는 일론 머스크 등 미국 재계인사들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으로 미국 국채를 본격 사들일 때까지 미 국채시장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미국 부자들이 사들인 미국 국채가 안정되면 재정 적자 해소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미국 부자들이 자신들이 비축한 가상화폐로 미국 국채를 살 때까지 버티려면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지구촌 치외법권을 활보해온 이스라엘과 공조,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게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복기해보면,  미국과 유럽이 전쟁을 통해 뜻하는 바를 이루는 것은 고사하고 사소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도 현재로선 어렵다는 게 국내외 군사안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7일 “현재 상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지치고, 서방의 통일이 분열될 수 있으며, 러시아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유럽 정치 상황의 안정은 이제 무기보다는 외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G7 선수 라인업 보니…’힘의 외교’ 시대 성큼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조차 EU 지도부에 일임된 ‘확장된 나토’에 선뜻 발을 담글 정도로 무모해 보이지는 않는다. 서방선진 7개국(G7)은 지난 16~17일 캐나다에서 치른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이외에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 초기멤버 3개 나라(인도, 브라질, 남아공)와 한국, 호주, 멕시코, 우크라이나를 초청했다. G7 지도부의 의중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라인업이다.  

    EU는 G7 기간에 참관국으로 초청받아 참여한 이재명 한국 대통령을 만난 뒤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이를 위해 강력한 대(對)러시아 제재를 함께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측은 분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실 관계자는 18일 “그 부분은 주로 EU 쪽에서 언급했고, 우리는 많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냥 듣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이 앞으로 어떤 황당한 억지로 한국을 압박해올지 모른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분명한 목표인 ‘중국 약화시키기’ 를 확실히 각인하고 단 한 발자국, 단 한 뼘이라도 민족통일과 자주외교의 험난한 길을 내딛고 있다. 이 대통령을 만난 이시바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 중동, 아시아에서 엄중한 국제정세를 지적했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이스라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미국의 단일 패권 약화와 함께 여러 나라에서는 ‘힘’이 강조되고 있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와 <RT>의 공동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니얀은 최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국제법이 어떻게 발전하든, 어떤 평화 조약이 체결되든, 이마에 어떤 인도주의적 문신이 새겨지든, 세계사 발전의 본질은 불변하며 ‘더 강한 자가 옳다’는 가장 단순한 원칙에 기반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시모니얀 편집장은 특히 “오늘날 무력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무력에 반대하는 사람은 더욱 적다. 무력에 반대하는 사람은 찬성하는 사람을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캐나다 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타머 영국총리, 이재명 대통령,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카니 캐나다 총리.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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