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EK 책임경영, 혁신성장, 중견련

    로고

    ESG경영은 지속가능한가...

    전문위원 김도형

    2023.03.08 15:39
    ESG경영은 지속가능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국내에서는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도 광풍이 불고 있다. ESG라는 개념은 UN 글로벌콤팩트의 ‘Who Cares Wins’보고서에서 최초로 공식화되었다. 이후 금융회사들이 투자대상 기업을 평가하기 위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반영됐다. 그러나 여전히 거기에 대한 법적 정의도 없고, 표준화된 평가지표도 없다. ESG를 음악에 비유하면,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 함께 모여 연주하는 형태인 오케스트라와도 같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멋진 연주가 공연되기도 하지만 불협화음(不協和音)이 날 수도 있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각각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상충되기도 한다. 예컨대, 서민들에게 연탄을 제공하는 봉사는 사회적인 활동이지만, 연탄의 사용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일이다. 또한 투명한 지배구조가 때로는 ESG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한편 국내에서 기업의 ESG 경영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이다. 세계 최대 투자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이 새로운 '투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투자에서 환경 지속성을 강조하여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이로 인해 비재무적 지표인 ESG가 기업의 경영과 투자에서 중요한 핵심요소가 되었다. 기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결국 ESG 경영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ESG 경영은 매우 이상적인 개념으로서 현실과 괴리가 있다. ESG 경영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기업경영에서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은 속성상 이윤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ESG 경영이 반드시 수익이나 이윤창출로 연결되는 보장이 없다. 수익이 창출되더라도 기업보다 투자사나 주주 등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도 있고, 주주 외에 임직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니즈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ESG 경영은 지속가능한가. ESG 경영은 실천에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지속적인 실행이 어렵다. 첫째로, 글로벌한 경제가 저성장에 직면해 있다. ESG 경영을 위해서는 이윤 창출, 즉 경제성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시대이다. 글로벌한 경제 저성장은 이미 1972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보고서에서 예측한 바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경제연구원도 2021‘10년 내 한국 잠재 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강의 기적과 같은 성장신화를 더 이상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현재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기업의 생존 여부가 문제시될 정도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재무적 요소인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ESG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ESG 경영은 위축되거나 우선 순위에서 멀어질 것이다.
    둘째로, ESG 경영은 정치·경제·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하다. 미국에선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가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에 연기금의 ESG 투자를 막는 결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작년에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ESG 평가는 사기(scam)라는 트위터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ESG를 비판하는 칼럼도 게재했다. 주요 쟁점은 불합리한 평가체계, 주주이익 침해 등의 비판이다. 이제는 ESG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을 넘어 'Anti-ESG'로 확산되는 추세다. 다른 한편 최근에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해 각국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쌓고 있는 형국이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제정을 추진하면서 EU내 친환경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로, 예측불가능한 리스크가 상존한다. 최근 ESG 경영에 예기치 않은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단초가 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이유로 EU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EU 각국은 기존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 방향을 수정 선회했다. 예컨대, 프랑스는 화력발전소 재가동을 결정했고, 독일은 탈원전(脫原電) 정책을 수정하여 원전 가동 연장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로 인해 석유 등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껑충 뛰었지만, 반면 ESG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다른 한편 ESG 경영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그러나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 2050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비용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재정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재무적인 리스크이다.
    결론적으로 ESG 경영은 대세이지만 지속가능성에는 강한 의문이 있다. ESG 경영의 지향점이 강한 기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을 수용하더라도 기업이 지속가능한 합리적 성장을 동반할 수 없다면, ESG 경영은 무의미하다.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미래의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전문위원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소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