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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NIH 설치가 시급하다

    전문위원 김진수

    2023.03.08 22:27
    한국판 NIH 설치가 시급하다

    한국판 NIH 설치가 시급하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보건의료와 바이오산업의 거버넌스는?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오산업 강국 실현을 위해 켠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국은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이제 더 이상 공약실천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코로나 백신과 신약을 개발하는 등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이 제약바이오산업의 추동력을 키울 가장 적기이다. 이제 바이오산업 분야는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측면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전략 분야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바이오정책과 예산, 규제가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업계는 통합컨트롤타워 설치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검토하다가 중단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합 일원화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 와서야 드디어 국부창출을 위한 바이오제약산업의 초석을 다질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말에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마이데이터를 구축하고,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 지원, 인력 양성을 통해 의료산업 수출을 늘려 바이오헬스 분야를 글로벌 6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대통령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주문했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세계시장규모가 약 2,600조 원에 달하고,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게 커서 한국의 미래 경제성장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정부가 모두 바이오산업의 육성발전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신약강국을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상태이다. 그 결과 국내 바이오산업은 세계무대에서 그 존재감이 미미하고, 국가차원의 전략정비와 대책마저 미진한 실정이다. 현재 보건의료 및 제약바이오산업의 연구개발업무는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으로 분산되어 체계적인 연구개발정책과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이 되지 않아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독립된 통합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정부부처 간의 할거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에 있어 코로나 상황과 정권 초기라는 절호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보건의료와 바이오제약산업이 단일한 컨트롤타워를 가지게 되면 기술혁신이 가속화되고 적극적이고 집중적으로 연구개발됨으로써 바이오산업은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성장동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바이오제약 분야가 국부창출의 원동력임을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역할에서 깨닫고 일본판 NIH를 설치하였다. 일본은 보건의료와 바이오산업의 기초연구 분야가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용화 성과가 저조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초연구성과를 실용화하기 위한 중개연구활성화대책 일환으로 2013년부터 일원적 의료분야 연구개발체제 구축을 준비했다. 의료분야 연구개발의 사령탑으로 내각에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미국 NIH를 벤치마킹한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 설립을 위해 독립행정법인으로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 법안을 20142월 국회에 상정하여 523일 상원에서 가결하였다.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의 연구개발추진계획을 근거로 의료연구개발기구가 정부 R&D자금을 배분한다. 참고로 일본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를 일본판 NIH로 명명하고 있으나 산하에 연구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반면 미국 NIH27개의 산하기관(20개 연구소, 7개 센터)으로 구성되고, 산하 연구소들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직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왜 지금 한국판 NIH를 설치해야 하는가?
     
    한국판 NIH 설치 여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미국은 정부 R&D 예산의 36%를 무기개발연구 등을 위해 국방부에 할당하고, 30% 정도는 신약개발 연구 등을 위해 대부분 보건복지부 산하 NIH에 할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국부창출을 위해 정부 R&D 재정의 많은 부분을 무기와 신약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그것은 이 두 분야가 미국의 국부창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2,600조 규모의 세계바이오시장에서 보건의료와 바이오제약산업이 차지할 목표를 엄정하게 세워야 하고 세계 6-7위의 수출입국 지위를 다지려면, 보건의료산업과 바이오신약개발을 위한 집중사령탑과 추진력 있는 집행기관을 독립적으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이기주의를 타파하고, 대규모 민관지원과 투자를 비롯하여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일본은 보건의료와 바이오제약산업 연구과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과학기술을 관장하는 문부과학성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하여 오다가 일본판 NIH 설립을 계기로 보건의료분야의 연구정책수립과 연구개발업무를 독립시켰다. 바이오제약 분야의 연구과제관리가 일원화되면, 기초연구에 따른 중개 후속연구도 계속 일어나고 병원을 통한 임상연구로도 직결되어 바이오제약산업은 현재보다 훨씬 나은 신약연구개발 환경이 조성되어 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산하에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가칭)이나 바이오제약혁신본부(가칭)를 설치하여 바이오제약산업의 연구개발정책업무를 독립시키고, 총리실이나 보건복지부 산하에 특수법인으로 건강의료연구원(가칭)이나 한국보건연구원(가칭)을 설치하여 업무를 집행하면 될 것이다. 일본판 NIH 설치는 거의 10년 정도 되므로 한국판 NIH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설치도 용이하고 운영상의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판 NIH설치는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창출하고, 의료기기 수출은 약 2배를 달성해 세계 5위의 수출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올해 정책목표도 보다 쉽게 달성하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위원 김진수

    전 식약처 기획관리관, 전 식약처 대전, 대구, 광주, 부산지방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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