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김진수
2024.09.09 15:52의사회는 책임있게 협상테이블에 나서야
정부가 금년 2월에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고자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추가로 해서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확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의사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7개월 동안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의사회는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이 감소한다며 의사증원을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여야 대표가 만나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정부와 여야가 추석 전에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를 먼저 출범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으나 의사회는 불참의 구실로 이런저런 선결요건을 내세우고 있다. 의사회는 참석을 기피할 것이 아니라 먼저 협의체에 참석하여 의견을 주장하든지 반대하든지 해야 한다. 정부가 이만큼 양보했으면 의사회도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협의체에서 의사회가 양보할 수 있는 솔직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려서 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하고, 노인, 정신건강, 응급실 등에 대한 특정 전문분야의 지원을 강화하여 균형 잡힌 의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 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제와 같은 정책을 통해 지방에 의사를 유치하고, 의사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교육 확대 등에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지원과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의사증원 계획에 있어서 정부의 입장을 보면 국민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리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예산과 정책을 통해 의사 증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의사회의 입장은 단순히 의사숫자를 늘리기보다는 교육과 훈련의 질을 중시하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증원이 이루어질 경우 기존 의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지며, 증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행정업무경감 등의 시스템적인 문제 선결을 비롯한 종합적인 의료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유럽에서는 의사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고, 외국 의사 면허 인정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원격의료의 확대와 같은 새로운 모델 도입 등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의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의사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한 지역 의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국은 공통적으로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채용 방안을 모색하고 특히, 외국 의사의 유입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의사회가 정부와의 협상에 안 나오는 실질적인 이유를 든다면 과거 협상에서의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많고, 의료단체의 요구와 정부의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 협상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며, 회원 간에 다른 목소리가 섞여 있고, 사회적 여론의 불리함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의사회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의사회는 환자들의 불편을 먼저 걱정하며 비록 의사들에게 불이익이 예상되는 정부안이라도 끝까지 협상으로 해결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의사정원 확대와 관련된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성공적인 협상 방법을 제시한다면 첫째, 양측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투명하게 대화하되 감정적인 요소를 자제하고 사실에 기반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셋째,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모색해서 의사 정원확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넷째, 의사정원 확대를 단기적, 장기적 목표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다섯째,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함께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며 상대방의 제안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의 제도개선으로 인해 단체의 이익이 침해될 때에는 해당 단체가 목숨을 걸고 정부에 저항하는 것을 보아왔다. 이번 의사증원계획도 복지부가 지난 한약분쟁에서 뜨거운 꼴을 당하고도 그 교훈을 잊어버린 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시간을 두고 이해당사자와 만나 합의한 계획을 시행했더라면 문제가 없을 것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바이오산업 등에 이과의 수재를 영입하는 학과를 만들어 젊은이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의사지망생의 활로를 틔워줘야 한다. 또한 의사회의 합리적인 요구가 있다면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의사회도 자기 직역만 잘 살겠다고 버틸 것이 아니라 법조계 등의 주변 직역이 겪은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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