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구예승
2024.05.16 11:20 지난달 30일 가결된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살펴보자. 대주주의 100대 1 감자, 워크아웃 전 대여금 4000억 원에 대한 100% 출자 전환, 워크아웃 이후 대여금 3349억 원에 대한 100% 영구채 전환 방안 등이 그 내용이다. 이중 '영구채'가 눈에 띈다. ‘신종자본증권’이라고도 불리는 영구채는 쉽게 말해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상장·비상장 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올해에만 5조 9204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영구채가 무엇이길래 국내 기업들이 발행에 불붙이고 있는 것일까?
영구채는 상환일이 존재하지 않고 영구히 이자를 지급하는 사채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고 발행자의 선택에 의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일반 채권과 달리 재무제표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자금 조달을 하기 때문에 주주가치가 희석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영구채는 통상적으로 콜옵션 행사 시점이 예상 만기일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 시점은 보통 5년이며, 최근에는 2~3년인 영구채도 발행되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중도에 상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이전에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미이행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환을 한 예가 있다
또한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조기 상환을 하지 않았을 경우 이자율이 차츰 증가하는 스텝업 조항도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기업들은 콜옵션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구채 발행이 분식회계가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사실상 5년짜리 회사채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0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영구채가 자본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 영구채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히 공시해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잘못 판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기업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영구채 자체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었기에 부채로 분류될 경우 기업의 재무구조가 매우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은행 및 금융지주사 등 금융사와 카드사의 영구채 발행이 활발하다.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자본 여력 확보와 안정성을 목적으로 이달 5월까지 1%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간단히 말해 위험가중자산에서 일정 비율의 자본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도록 하는 규제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0%에서 1%로 증가시켰다.
이에 더해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에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스트레스 완충 자본' 또한 은행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금융감독원의 규제는 은행과 금융지주사로 하여금 자본을 확립하라는 압박을 주게 되었다.
이러한 영구채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3%대를 아우르고 있는 반면, 최근 영구채의 금리는 통상 6%를 웃돈다. 이처럼 다른 회사채나 예금에 비해 높은 이자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다.
다만 영구채는 재무제표가 악화한 기업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위험 또한 존재한다. 기업의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할 경우 투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이자 지급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기업의 영구채를 구매하는 것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판단일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소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