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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가...

    전문위원 김도형

    2023.03.24 15:26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가...

    국내·외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투자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예컨대, 2006년에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반영되었고, 2015년에는 ‘국민연금법’에 투자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ESG 투자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즉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실제로 ESG 투자와 수익성이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일부 결과가 있기도 하다. 또한 ESG가 새로운 투자의 기준이 되면서 외형적으로 투자규모의 증가 등 일부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의하면 글로벌 ESG 투자 자산규모가 2020년 기준 35.3조 달러 규모로 2012년 기준 13.3조 달러 대비 약 165% 증가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속성장 Report’에 의하면 국내 ESG 채권 발행액이 2018년 1.3조원 규모에서 2020년 63.7조원 규모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가. 최근 일련의 두 가지 사례는 ESG 투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첫째로,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12년부터 매년 연례 서한을 보내고 있는데, 2018년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 등 ESG를 포함한 가치투자를 선언했다. 2020년에는 한발 더 나아가 기후변화가 금융 시장의 '장기 투자 리스크'라고 밝히며, 향후 10년간 ESG 투자를 10배 이상 늘릴 것이라는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천명했다. 그러나 블랙록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의 기업에 계속 투자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ESG 투자에 대한 입장마저도 180도 변했다. 급기야 지난 3월 래리 핑크는 연례 서한에서 이전에 환경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에너지 전환, 대리 투표, 경제적 취약성 등의 주제만을 언급하였다. 특히 ESG 또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둘째로, 최근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미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의 파산이라는 점에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SVB야 말로 경영과 투자에 있어서 ESG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실행한 은행이다. 1983년 설립된 SVB는 실리콘밸리 등에 소재한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핵심적인 은행으로, 일반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생 스타트업에 특화된 ‘벤처 대출’ 등의 금융상품을 운용했다. 잘 알다시피 ESG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일반적인 투자에 있어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SVB의 파산과 관련하여 지난 3월 15일 미국의 NEWSMAX 보도에 의하면, SVB의 이사회 인적 구성의 비전문성이 파산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SVB의 이사진 중 관련 분야인 투자 은행경력을 가진 전문가는 오직 한 명뿐이었고, 그 외 이사들은 모두 정치적 의제와 관련된 인사로 구성했기 때문에 은행이 파산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지배구조(G), 즉 이사회 구성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은행 본연의 업무인 금융지식과 정보, 운용의 전문성이 더 일차적이고 중요한 고려사항일 것이다.

    한편 ESG 투자는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하고, 결국 수익성을 동반하지 않는 투자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최근에 미국에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연기금의 ESG 투자를 막는 결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ESG가 정치적으로 이슈화가 되어, Anti- ESG의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미국은 근로자의 퇴직연금으로 ESG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ESG 펀드의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시장 벤치마크 수익률은 연 8.9%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ESG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6.3%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라 2022년 미국 ESG 펀드의 규모는 31억 달러인데, 이는 2021년 700억 달러 대비 4%에 불과하고 2015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축소되었다.
     
    국내는 어떤가.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사상 첫 마이너스(-0.18%)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어 10년 만인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수익률이 다시 마이너스(-0.92%)로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한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은 –8.22%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손실금은 79조6천억원이다. 2015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의 투자 관련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ESG 투자가 국민연금의 대폭 손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수치적으로 알 수는 없고 그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ESG 투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5년 이후인 2022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이전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ESG 투자를 하더라도 경기침체, 금융위기 등 불확실한 리스크가 있는 경우에는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합리적인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ESG 투자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부터 투자에 있어서 ESG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보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를 위한 수익성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전문위원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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