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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믹스 정책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미승인 권오길

    2023.04.12 11:01
    전원믹스 정책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수준은 세계 최상이다. 세계에너지 및 기후통계(Enerdata)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총 발전량은 약 595TWh로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브라질 및 캐나다에 이어 세계 8위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독일(584TWh)과 프랑스(555TWh) 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여 소비한 것이다. 전력공급의 품질면에서도 141개국 중 최고수준인 7개국에 랭크되었다(국제 에너지기구 자료). 전기요금 또한 저렴하다. 가정용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40%, 산업용은 약17% 싸다(2021년도 기준 한국전력 자료).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토대가 된 양질의 값싼 전력은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효과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이다. 전력공급 사정이 매우 나빴던 1962년 전원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경제개발계획을 뒷받침 할 전력공급을 도모한 것이 그 첫 출발이다. 당시의 5개년 계획은 한국전력㈜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였으며, 1981년 5차 계획을 끝으로 장기전원개발계획으로 대체되었다. 1985년부터 매 2년마다 수립된 장기전원개발계획은 1991년도에 장기전력수급계획으로 변경되어 2000년까지 계속되었다. 그후 2002년에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역시 매 2년마다 15년의 장기계획으로 개정·수립하는데, 2002년 제1차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올해초 수립한 제10차 기본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년 1월에 산자부가 공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년~2036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반영된 제8차 및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그 이전의 계획들과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방향을 되돌린 것이기 때문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원자력 발전이 포함된 균형잡힌 전원믹스가 되살아난 것이다. '에너지안보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경제성(비용 효율성), 환경성(온실가스 감축), 안전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탈원전 및 탈석탄과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골자로 하는 제8차, 제9차 기본계획을 '실현 가능하고 균형잡힌 전원믹스에 원전의 활용, 적정 수준의 재생에너지로 추구하는 것'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 제10차 기본계획이다.
    제10차 기본계획의 전원믹스 개요를 살펴보자.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제10차 기본계획이 제8차, 제9차 기본계획의 기조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격 설비용량 기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1년 33.6%(제8차), 2034년 40.3%(제9차)이고, 제10차 기본계획은 2033년 41.3%, 2036년 45.3%이다. 신ž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석탄화력의 비중을 살펴보면, 2034년 15%(제9차), 2036년 11.3%(제10차)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큰 석탄화력은 계속 감축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2034년 30.6%(제9차), 2036년 27%(제10차)이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오히려 축소되었는데, 그것은 원전을 유지함에 따라 천연가스발전 비중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10차 기본계획의 원자력 비중은 2033년 14.3%, 2036년 13.2%이다. 원전의 비중이 약간 줄어든 것은 전체 전력 설비용량이 더 큰 폭으로 증가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서 탈원전 시나리오에 따른 전력수급 영향을 살펴보기로 하자.
    총발전량 기준의 비중을 살펴보면,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과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알 수 있다. 2022년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원전은 설비용량의 비중이 17.4%이나 발전량(전력 거래량)의 비중은 30.3%나 되었다.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 비중은 원전보다 높은 19.6%이지만, 발전량의 비중은 5.7%에 불과하였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24시간 연속으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밤이나 장마철에는 발전할 수 없고, 풍력 또한 바람이 불지 않는 시간에는 전력을 얻을 수 없다. 반면 원자력은 연속으로 발전을 하며, 기저부하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감당한다.
    탈원전을 하면, 원전의 역할이 어떤 에너지원으로 대체될까? 우리나라는 석탄화력(34%), 원자력(30%)와 천연가스(29%)로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한다(전력통계 시스템 2022년 자료). 탄소중립과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기 때문에 종국에는 천연가스와 신ž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을 생산해야 한다. 천연가스가 원전이 담당하던 기저부하는 물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원이 발전할 수 없는 시간대의 부하까지도 감당하게 된다. 이는 주된 에너지원이 천연가스로 단일화된다는 얘기이다.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천연가스가 주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큰 위험이다.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에너지 빈국이므로 그 위험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 2월의 천연가스 발전전력의 KWh 당 매입단가는 원전전력보다 6.6배나 비싼 289.2원으로, 재생에너지 전력가격보다도 50% 이상 높다. 이 전쟁이 끝나면 천연가스의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적인 가격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거의 모든 나라들이 천연가스 발전을 대폭 확대하고 있고, 천연가스 또한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 수급이 불안정해 질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된다. 전력가격의 급등과 더불어 전력공급이 원활치 못하면, 한국의 산업과 경제는 정말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탈원전에 따른 전력요금의 상승요인은 어느 정도일까? 2023년 2월의 KWh 당 전력 매입단가는 원자력이 43.7원이고, 태양광이 165.4원, 풍력이 173.6원이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 매입단가의 약 1/4 가격으로 전체 발전량의 30%를 공급한다. 원전 대신 태양광과 풍력 전력을 사용한다면,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전체 전력 30%의 원가가 4배 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대신 천연가스 전력가격을 적용한다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전력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 전체 전력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로 볼 때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원자력발전의 공백을 메우는 계획은 지속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값싸게 연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전이 뒷받침 되어야만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전은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도 큰 이점이 있다. 석탄화력을 천연가스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천연가스 발전 역시 석탄의 50%를 웃도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원자력 발전은 탄산가스 배출없이 대규모의 전력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추구와 에너지 안보를 위하여 많은 나라들이 원자력발전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22년 EU의회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지속가능한 그린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을 의결하였다. 미국의 에너지성 또한 원전을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33개 국가가 441기의 원자로를 이용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처음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방글라데시, 튀르키예 및 이집트를 포함한 17개 국가에서 총 설비용량 약 53.7GW의 원전 52기를 건설하고 있다.
    사계 전문가들이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전원믹스 정책방향을 정치적인 목적이나 편향된 시각으로 일순간 변경해서는 안 된다. 여러 관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성 있는 전원믹스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에너지 안보와 환경적인 측면, 경제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잡힌 에너지 정책을 반드시 지속해야 한다.

    미승인 권오길

    한국전력기술(주), 핵융합실험로 국제기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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