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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코로나의 바이오산업 출구전략

    전문위원 김진수

    2023.04.25 16:56
    포스트코로나의 바이오산업 출구전략

    포스트코로나의 바이오산업 출구전략
    코로나 대유행은 인류에게 닥쳐온 크나큰 시련이었다. 그 도전 아래서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도약의 호기를 맞았으나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이오산업육성을 내세워 왔으나 한국의 바이오 강국을 향한 꿈은 결국 신기루가 되고 말 것인가? 그러나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바이오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과 대책을 수립하여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 대유행은 국산 백신과 신약개발 등 한국 바이오산업에 성장을 가져와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바이오시장의 열기가 급속도로 식어가자 실망에 빠져 있다. 더욱이 기업공개 봉쇄와 벤처캐피탈 투자 감소 등은 바이오 벤처들의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경영 여건악화로 인한 인력 감축, 급여 체불, R&D 축소는 바이오산업 미래를 한층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EU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바이오분야 전문매체인 바이오센추리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22년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액은 크게 감소하였고 특히, 유럽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고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사업이 부진한 이유로는 대규모 장기적 투자부족과 정부 전략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비즈니스로 연결되려면 투자 자본이 조달되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바이오 선진국은 벤처캐피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백, 수천억 원이 소요되지만 신약개발이 성공하면 수익성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장기투자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바이오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 생산이 주된 사업으로 원천 신약개발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기업들이 신약성공에 대한 모험정신과 투철한 바이오벤처 기업정신이 부족해 장기 투자를 기피하고 있고 벤처캐피탈의 투자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바이오 선진국들은 산, , 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하다. 기업과 연구소·병원·대학교가 모여 바이오 업계의 신기술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혁신을 용이하게 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아직 한국의 바이오업계는 규모도 작고 규제에 있어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미국 FDA 규제는 환자의 필요성에 중점을 둠으로써 기업에 대한 요건을 늘리기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워낙 커서 국내 소부장 생산기업의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기업이 국내 소부장 기업 제품을 사용하면 국내 소부장 기업이 발전하고 세계적인 경쟁력도 생기는 법인데 대외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벤처들이 자금난에 봉착하고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한국의 바이오산업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취약한 구조적 환경을 벗어나 바이오업계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인 제도개선과 정비가 시급하다. 정부는 바이오기업 중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면 시장에 진입해 필요한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은행권 벤처캐피털의 출자 한도 확대, 민간 벤처 모펀드 참여법인의 세액공제, 외부 출자금 및 해외 투자 한도 상향조정 등의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 차원의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메가 펀드조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가라앉은 바이오산업투자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바이오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기술로 부상하고 있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의료 산업 등과의 융합을 통해 산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미래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세계 각국은 정부 주도로 바이오 관련 산업을 지원·육성하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사들도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결국 바이오산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업계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정부의 지원과 제도개선이 강구되어야 한다. 정부는 침체된 바이오업계가 안고 있는 자금부족이나 규제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어려운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위기에 봉착한 한국바이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조속한 대책을 기대한다.

    전문위원 김진수

    전 식약처 기획관리관, 전 식약처 대전, 대구, 광주, 부산지방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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