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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의사보조(PA)제도로 의료체계 보완해야

    전문위원 김진수

    2024.02.29 14:55
    한국형 의사보조(PA)제도로 의료체계 보완해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하는 등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의료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의 의료체계가 과연 타당한지 정부는 깊이 고민해 봐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보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처럼 의사의 집단 파업이나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같이 의료대란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모색해 볼 때다.
     
    대안 의료 인력 제도화 필요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협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박근혜, 문재인 등 역대 정부에서 의사들은 실력 행사를 통하여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의 시도를 매번 무산시켜 왔다. 전공의들이 한 달만 파업해도 나라의 의료체계는 붕괴되고 만다. 이러한 의료체계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의협은 환자를 볼모로 여태까지 정부의 의료개혁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의 여론이 의료계에 등을 돌리고 그들의 주장이 아전인수격이라고 비판에 나서자 그간 수차례에 걸쳐 정부와 협상 때는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철회를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원점에서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전공의들이 하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전담인력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정부 의료정책을 저지하는 의협의 동일한 수법에 수차례 당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정부에도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부터라도 다른 나라의 유사사례를 참고하여 그 대안을 마련해서 대비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의사보조(PA, Physician Assistant) 제도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다양한 비의사 제공자(Non-Physician Providers)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1965년 미국에서 도입한 PA 제도를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 보조인력을 양성하여 배치하는 PA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PA 개념은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으로 퍼져 나가 영국에서도 이를 토대로 의사동료(PAs, Physician Associates)’라는 명칭으로 주요 의료전문직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공의료에서 주활용하는 미국의 PA
     미국에서 PA 태동은 의사 부족 사태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에 일차 진료의사 부족으로 지역별 불균형 분포가 그 출발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의 역할과 업무 범위는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의사의 감독 하에 지정된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이 공통적이다. 주로 PA는 공공 의료시설인 재향군인병원, 요양원, 보건소, 교정시설을 포함하여 민간 병원에서도 광범위하게 근무하고 있다. PA는 외과와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분야에 많이 분포하고 있고 2021년 기준 종합병원급에서 2만 명가량 근무하고 있다. PA 교육 프로그램은 화학, 생리학, 해부학, 미생물학, 생물학, 행동과학 등의 기초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임상실무교육 위주로 평균 3000시간 이상 직접 환자를 돌보는 실무를 경험하고 있다. PA 교육과정은 석사학위과정으로 공인 PA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PA 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간호대학을 나온 간호사조차도 PA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공인 PA 자격증을 취득해야 활동할 수 있다.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2년 또는 3년마다 일정 시간 직무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재인증을 위해 10년마다 인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PA는 의사의 감독 하에 약물 처방도 가능하고 종합병원 수술실을 포함한 광범위한 진료에 활용되고 있다.
     
    의사 인력 부족 지역 1차의료기관 활동하는 영국의 PA
     영국은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전통이 강해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발생한 진료 공백과 지방 의사 부족을 채우는 진료지원인력으로서의 PA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영국에서 PA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용된 시점은 2002년 정도이며, 농촌 지역 등 의사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일차의료기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2006PA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2007년부터 공인 PA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PA 교육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은 자연과학 또는 생명과학 분야의 학사 학위 소지자이거나 간호사, 조산사 등 자격이 부여된 의료전문가여야 한다. 미국의 진료지원인력이 종합병원 등 광범위한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것에 비해 영국의 진료지원인력은 일차의료기관과 중소병원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미국의 PA와 달리 영국의 경우 의료팀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며 업무 범위에 대해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PA 제도 도입 절실
     한국의 의료현장에는 미국, 영국의 PA 같은 직군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간호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이 진료지원인력, 진료보조인력, 의료보조인력, 임상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 등으로 불리며 합법화되지 않은 가운데 활용되고 있다. 금번 전공의 의료중단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비공식적인 의사보조 인력 활용사례와 미국, 영국에서 시행하는 PA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PA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책이라 해도 향후 여사한 상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PA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병원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전공의로 채움에 따른 폐단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정부의 의료개혁은 어떠한 세력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안한 직무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문위원 김진수

    전 식약처 기획관리관, 전 식약처 대전, 대구, 광주, 부산지방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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