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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와 트럼프 싸잡아 악마화 NYT 폴 크루그먼

    전문위원 이상현

    2024.09.21 11:32
    러시아와 트럼프 싸잡아 악마화 NYT 폴 크루그먼

    “거의 모든 경제학자는 수입 관세(import tariff)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데 동의한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 소비자가 아니라 외국인이 수입 관세를 낸다고 주장한다. 이는 실패한 소련 농생물학자 트로핌 리센코의 정신이 그의 무역 정책에 반영된 결과다.”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만이 지난 19일(뉴욕 현지시간)자 <뉴욕타임즈> 1면 머릿기사로 실린 칼럼에서 트럼프의 일반 관세 인상 정책에 대해 비판한 대목이다.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을 반대하는 학자 크루그만은 수입 관세도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전가(조세부담의 귀착)될 뿐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치 미국 소비자가 아닌 외국 수출기업이 그 세금을 부담하는 것처럼 묘사한다며 이 같이 비판했다.

     

     크루그만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소련 시절 농생물학자를 소환한 점이 이채롭다. 그는 외국인이 (수입)관세를 낸다는 거짓 주장은 대중의 뇌를 무력화 한 ‘좀비 아이디어’로, 이런 아이디어가 처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좀비 아이디어에는 ‘기후변화는 사기’, ‘부자 감세의 비용을 부자 스스로 부담한다는 주장’ 등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이 대목에서 트로핌 리센코를 소환했다.

     트로핌 리센코는 1927년 완두콩 실험으로 공고화 된 ‘멘델의 유전법칙’을 반박한 농생물학자다. 멘델의 유전법칙은 유기체가 미래 세대로 물려주는 특성이 유기체의 경험이 아니라 유전자에서 유래한다는 이론이다. 멘델은 부모의 형질 중 잡종 1대에서 표현되는 우성형질과 표현되지 않고 숨어 있는 열성형질을 규명하고, 그 비율이 75% 대 25%라는 점까지 증명했다.지만 소련 과학계에서는 이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나치즘을 떠올린 것 같다. 멘델이 종교인(신부) 출신이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완두콩 실험을 짜맞췄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 때문에 소련을 포함한 다른 나라 생물학자들 일부에서는 이를 ‘불완전 이론’으로 간주하기도 했었다.

     

     리센코는 씨앗을 추위와 습기에 노출시켜 수확량을 늘리고 악천후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사전 처리농법을 개발했다. 씨앗이라는 ‘존재(정)’가 악천후 ‘환경(반)’을 만나 강한 종자로 ‘거듭나는(합)’ 원리는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의 뼈대인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설명된다. 그래서 스탈린 집권기 멘델의 유전법칙을 비판한 리센코의 이론은 정치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1929년 당시 과학계에서도 멘델의 유전법칙에 대한 충분히 가능한 반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당시 소련 농생물학계는 “이론과학의 성과를 실생활에 직접 적용한 성과”로 리센코를 높이 평가했다. 곡물 종자를 파종 전에 처리하는 과정을 극도로 단순화하고 일반 농민들이 접근 가능하도록 단순화했다는 호평이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생물학계는 리센코의 성과를 유전학(생물학)의 성과로 보지는 않는다. 리센코의 성과가 스탈린 정치에 과도하게 이용돼 멘델 유전학을 지지하는 소련 학자들을 숙청한 점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러시아 과학계에서는 ‘리센코주의(Lysenkoism)’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이 용어는 ‘행정 자원의 도움을 받아 경쟁자와 싸우고 당국에 호소하는 사회적 관행’으로 통용된다. 심지어 ‘유사과학’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일부 생물학자들은 후생유전학, 세포유전학 연구가 아직 열려 있고, 프리온, 이동성 분산 유전자 등 현대적 신개념들이 멘델 유전학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본다. 멘델의 과학적 성과가 제시한 후속 연구과정 속에서 연구의 핵심이 ‘양적 변화’를 넘어 ‘질적 변화’를 부를 수 있다는 관점이다.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은 그 “변화한다”는 사실 자체에 있는 것이고, 변화 과정은 ‘변증법적’이라는 점도 새삼 강조된다. 소련 시절 리센코와 같은 ‘과학의 정치화’가 심각했다. 비단 소련시대만 그랬던 건 아니다. 과학사를 보면,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과학의 정치화’가 잦았다.

     인류는 우주, 바다에 대해 20% 혹은 30% 정도 알고 있다는 자평한다. 말 그대로 자평일 뿐이다. 분모인 ‘전체 진실’의 크기를 모르는데, 분자인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의 비율이 얼마나 타당할까.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지적 오만일 뿐이다.

     

     크루그만은 “나는 그렇지 않지만, 누군가 마르크스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멘델 유전학이 마르크스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리센코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칼럼에 썼다. 그는 리센코와 그의 아이디어가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스탈린의 관심을 끌었고, 스탈린이 좋아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 

     게다가 그는 교묘하게 소련과 러시아를 혼동시켜 칼럼을 풀어갔다. 예컨대 “어떤 문제에 대해 스탈린과 의견이 다른 것은 극도로 위험했다”고 표현한 대목에서는 ‘소련에서’가 아닌 ‘러시아에서’라고 표현했다. 수십 년 동안 소련 생물학을 지배했던 리센코주의에 반대하는 자들은 서방의 요원으로 비난받았고 어떤 경우에는 포로 수용소에서 죽었다고 강조했다. 과학을 정치화한 소련의 반지성적 권위주의를 부각시킨 것이다. 

     

     크루그만은 “관세의 효과에 대한 경제적 합의를 거부하는 트럼프주의자들과 리센코는 분명히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호무역 정책을 제시하고 고율관세를 앞세운 대중국 무역전쟁을 기획한 피터 나바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을 ‘트럼프의 리센코’로 지목했다. 트럼프가 당내 이견을 가진 정치인들을 악마화, 공천 등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그가 지적한 대목에서 독자들은 스탈린을 떠올린다. 칼럼의 의도 자체가 트럼프에게 러시아의 악마적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었기에, 일반 관세의 문제점 자체를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단지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미국 단일 패권에 도움을 준 이른 바 ‘규칙 기반의 국제 경제 질서’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고만 표현했다. 바이든 정부는 틈 날 때마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조해왔다. 여기에 ‘경제’라는 두 글자를 추가해 ‘규칙 기반의 국제 경제 질서’라고 표현했다. 

     지난 십수 년간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 시킨 점, 미국이 유엔 중심의 인공지능(AI) 거버넌스를 거부하고 서방 중심으로 따로 추진해온 점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미국의 단일패권에 도움이 안 되는 규칙들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가 경제학자이기에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테러조직을 포함한 중동 정치인에 대한 중앙정보국(CIA)의 암살 허가요청을 가장 많이 승인한 지도자라는 점은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일반 관세 인상 방침을 밝혔고, 임기 중 부자 세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모를 리 없을 터다.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ies)는 민주당 집권기마다 동맹국을 포함한 교역국들을 괴롭히는 ‘전가의 보도’역할을 해 왔다는 점도 잘 알 텐데 말이다.

     크루그먼 교수가 과거 소련 시절 ‘과학의 정치화’의 주인공을 소환해서 비판하려면, 사회과학자인 본인부터 ‘정치화’ 되지 않았는지 자기 검열부터 마쳐야 하지 않겠는가. 

     

    (사진=이상현 전문위원) 뉴욕타임즈는 지난 19일자(현지시간) 머릿기사로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의 칼럼을 내보냈다. 크루그만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소련 시절 농생물학자의 실패 사례에 빗대 비판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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