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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중국에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개방한 이유

    전문위원 주은식

    2023.08.01 09:27
    러시아가 중국에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개방한 이유

     미중 헤게모니 쟁탈전이 미중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소련이 붕괴된 후 그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겠다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을 선언한 이래 중국은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신형 대국관계를 설정하고 세력을 확장시키고자 절치부심했다. 러시아는 20233월 시진핑의 모스크바 방문 후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방향에 대한 공동성명 후 후속조치로 블라디보스톡 항구의 사용을 허용했다.
     이는 청나라가 제2차 아편전쟁에서 영국과 프랑스에 패하였을 때 도와준 러시아에 보답하고자 1858년 아이훈 조약을 맺은 이래 국경선을 획책하는 과정에서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를 청으로부터 할양받은 이후 165년만의 대사변이다. 원래 중국과 러시아는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으로 아무르강의 북쪽 스타노보이 산맥(외흥안령)을 경계로 삼았다. 그 이후 베이징 조약에서 아무르강(헤이룽강)과 우수리강의 중앙을 경계로 하는 국경선을 획정하였다. 지금도 양국의 경비정이 강상에서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베이징 조약으로 연해주 러시아령으로 귀속
     하바롭스크를 개척한 러시아인은 니콜라이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였는데 헤이룽강 하구에 짜르의 이름을 딴 도시 니콜라옙스크를 건설하고 헤이룽강과 사할린을 탐험하였으며 크림전쟁때 영국 프랑스에 공격당한 감차카 구원을 구실로 헤이룽강 유역을 점령하고 태평천국의 난으로 곤경에 처한 청국과 조약을 맺었고 헤이룽강 이북의 영유권을 인정받았다. 아이훈 조약은 1860년 베이징 조약에 의해 확정되었다. 이 조약으로 러시아는 우수리 지방과 프리모리에 남부지역의 권리를 확보했다. 무라비요프는 38세에 동시베리아 총독에 임명되었고 그의 동상이 헤이룽강이 내려다 보이는 하바롭스크 언덕에 세워져 있다. 이곳은 북한강 두물머리처럼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곳이다.
     중국이 훈춘에서 바다로 물류를 이동하려면 다롄까지는 1,000km였고 블라디보스톡까지는 200km에 지나지 않았다. 이로서 시간절약과 비용절감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북한의 나진 선봉 항구를 사용하였으나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항구 사용이 불가하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720일 동해에서 군함 10여 척과 군용기 30여 대를 동원한 연합훈련 <북부·연합-2023>을 개시했다. 이 훈련은 '전략적 해상 통로의 안전 수호'라는 목표 아래 양국이 주변 해상과 공중 호위, 억지 및 격퇴, 정박지 방어 등 다양한 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중국에 개방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전략적 파성추(Battering Ram)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 미국 일극 체제를 공동으로 타파하겠다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둘째는 우크라이나와 나토를 조종하여 러-우 전쟁에 관여하고 장비지원과 전쟁 수행 예산을 지원하는 미국의 행보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무리수라는 것을 경고하고 그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해 왔는데 반해 바이든의 정책기조는 상당히 애매했다. 러시아는 그저그런 나라가 아니다. 제국을 경영해보았고 지금은 산업국가로 나아가고자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게 러시아와 척을 지는 무리수를 더 이상 두지 말라는 경고의 의사표시이다.

     이러한 중러관계의 밀착이 초래할 전략적 의의를 살펴보면, 첫째 외교적, 경제적 용도에서 군사적, 정치적 용도로 의미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미국 주도의 해양전략을 표방하고 추종하는 국가에 대한 대륙국가의 연대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러-우 전쟁수행과 관련하여 러시아가 경제적 제재와 금융결제권망에서 소외된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에너지를 구입해주고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중국 경제가 러시아의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7함대의 인도 태평양 방어 역량 분산 및 관심 영역 북극까지 확대 예상
     중국은 소련이 가졌던 헤게모니를 대체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중러관계의 밀착은 앞으로 한미일대 북중러의 대립을 격화시킬 것이다. 우리의 해양전략병참선 유지에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과 부채 덩어리인 중국의 일대일로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동맹세력에 대한 도전이 거세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한국 방공 식별구역(KADIZ)을 제집 드나들듯이 뻔질나게 침범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점증될 것이다.
     중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항로에서 곧 선박 항해가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동계에 일부 결빙되는 라페루즈 해협(사할린과 훗카이도 사이, 길이 20km, 40km, 최대수심 120m)을 이용한 블라디보스톡으로부터 베링해의 접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 함선이 이 항로에 출몰한다면 요코스카의 미 7함대 시선을 더 북쪽으로 옮기도록 강요할 수 있다. 미 전력의 분산을 강요한다면 남중국해에서 중국해군은 더욱 여유를 갖고 미 해군을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블라디보스톡 항구 사용권은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에 큰 부담이 될만한 사건이다.
      러시아를 계속 강하게 몰아붙이는 서방과의 협력에는 신중함과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정전기념일행사에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가 와서 축하하는 모습은 단순한 행보일 수 없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이쯤에서 진정한 국익 관점의 비전과 전략을 고민할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러시아와 거리를 만들수록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밀착될 것이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  은 식
    (사진=AFP통신 연합) 7월30일 상트페테르브르그에서 열린 러시아 해군의 날 퍼레이드 모습.

    전문위원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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