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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국주의 부활 꿈꾸는 독일과 일본…트럼프는 모른척?

    전문위원 이상현

    2025.06.04 10:43
    군국주의 부활 꿈꾸는 독일과 일본…트럼프는 모른척?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러시아의 족쇄를 풀어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실제 전략적 포석이나 협상을 주도해 본 적이 없는 순진한 학자들의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실제 협상에서 양보라는 개념이 없다. 양보인 것처럼 보이는 마지노선도 당초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해 과도하게 부풀린 전선(front)이기 일쑤다. 관세 협상에서 이미 보여줬고, 일부러 예측 가능성을 낮춰 상대가 비용을 많이 쓰도록 해서 먼저 백기를 들게 하는 수법이 능수능란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단순한 허장성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국과 탈달러(De-dollarization) 공조를 본격화 하지 못하도록 러시아의 약점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진짜 전쟁을 끝낼 생각이 있었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성 정보 제공만 중단해도 그만인데, 그걸 안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론이 설득력을 가진다. 유럽에서 강한 군대를 부르짖는 민족주의 우익 세력들을 두둔하는 것도,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와 방위비 분담 압박도, 모두 러시아와 중국 압박 비용을 분담하는 취지다.

    미국에 호되게 당해본 독일과 일본은 미국의 이런 속내를 모를 리 없다. 만일 미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2의 노르트스트림 파괴’나 ‘제2의 프라자 합의’ 등 무자비한 힘 과시를 통해 현상을 변경시키려 할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그래서 어차피 미국의 그늘에서 더 절치부심 해야 될 팔자라면, 이참에 ‘군국주의 코드'를 활성화 시킬 심산이다. 다만 ‘중러 협력 봉쇄 비용 분담’을 넘어 독일과 일본이 군국주의 발톱을 드러내도록 미국이 내버려둘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심상치 않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조짐

    일본과 미국, 호주, 필리핀 등 4개국 국방장관들이 지난 5월31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를 계기로 모였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리처드 마를스 호주 국방장관, 길베르토 데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필리핀에 무기를 제공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댔다. 

    나카타니 일본 방위상은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활동을 강화, 이 지역에서 불안정을 야기하고 결국 힘으로 현상을 변경할 것”이라며 4개국 공동 감시와 정보 공유를 제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인도 태평양 전체를 하나로 간주해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션(OCEAN, 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을 제안했다. 앞서 그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인도, 필리핀 측과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밝혔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한반도를 모두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보자는 구상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과거사를 잘 아는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일본의 이런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독일도 내친 김에 군국주의 부활 조짐

    지난달 26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타우루스 순항미사일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한 없는 무기 지원에 나서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메르츠 총리는 사거리 제한을 없앤 이번 결정이 사실은 이미 몇 달 전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페르낭 카르타이저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키이우에 보급되는 무기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나라들은 모두 분쟁 당사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은 즉각 “독일은 이제 갈등 당사자이며, 모스크바는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하원 국방위원장인 카르타폴로프 의원은 “기민하게 가혹하고 비대칭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 전문지 <국가방위>의 편집장 이고르 코로첸코는 “우크라이나에서 타우루스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 독일은 이 전쟁 참전국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군대가 오레쉬닉(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으로 독일의 미사일 공장을 파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타우루스 미사일 생산기지는 황무지에 위치해 밤에 오레쉬닉 공격을 해도 민간인 등 인명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딱 두 발이면 족하다”고 덧붙였다.

     

    독일과 일본은 호전적 발표 직전에 미국을 만났다

    지난 5월31일 싱가포르에 4개국 국방장관들이 모이기 앞서 필리핀을 뺀 일본과 미국, 호주 국방장관들이 모였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연습이 포함된 군사훈련,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대한 정보 교환 매커니즘 구축 등을 약속했다. 중국과 직접 맞서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의 MD 정착을 위해 우크라이나처럼 국민들을 제물로 바치는 대리전을 치러야 할 운명에 성큼 다가섰다. 일본과 호주가 거들겠지만,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나라들이 아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젤렌스키처럼 대리전을 순순히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필리핀도 아세안 10개국의 회원이다. 아세안의 상당 수가 중국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아세안 전체의 합의가 없다면 필리핀 단독으로 남중국해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특히 필리핀은 과거 미국의 식민지로서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이런 학습 효과로 균형 외교를 꾀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미국이 조작해 과거 베트남전의 도화선이 된 통킹만 사건이 다시 재현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미국과 유럽은 또 다른 전쟁을 통해 중국을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집단서방내 손쉬운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과 미디어, 인공지능 등 인지전에 활용될 자원을 꾸준히 규합해왔기 때문이다.

     

    메르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한 없는 무기 지원에 영국, 프랑스가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린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전략적 협상 중인 미국측을 배려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모호성을 등에 업은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는 효과를 엿볼 수도 있다. <CNN>은 트럼프의 모호성을 무너뜨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매체는 2일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가 2일 러시아와의 협상을 러시아 영토에서 방해하려는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키이우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패권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 중러의 기싸움 계속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서방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노심초사 하면서 함께 방책 마련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우선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동시에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비판한 점에 대해 강력한 반발 성명을 냈다. “미국은 불장난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허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역내 국가들의 평화와 발전 요구를 무시한 냉전적 사고를 조장하고 진영 간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실제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패권 국가는 미국이며, 미국이야말로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남중국해에 공격적 무기를 배치하고, 아태 지역에서 긴장과 갈등을 조장, 아태 지역을 위험한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한반도 위기를 걱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5월31일 러시아 페름에서 열린 유라시아안보협력체제 공청회에 참석,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핵 요소를 강화하는 쪽으로 한일 양국과 군사협력을 깅화하고 있다”며 “이는 가뜩이나 서방의 높은 압력을 받아온 북한을 더욱 압박, 한반도와 유라시아 동부 안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보 불가분성 무시…서방은 전쟁이 계속되길 바란다

    미국과 유럽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쟁을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중러 양국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중국이 오는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 때 정상 간 협상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9월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승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여한다.

    가틸로프 제네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7일 유엔 연설에서 “중러 양국 정상은 지난 5월8일 전승절 때 만나 유엔 창립 80주년도 함께 기념하면서 군비 통제와 군축, 비확산 진전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 원칙과 접근 방식을 포함한 국제안보 상황 개선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5월8일 양국의 성명은 ‘안보 불가분성 원칙’에 반하는 냉전식 사고방식이 다른 핵 강대국과의 국경 근처에 핵 보유국이 참여하면서 군사동맹을 확대한다고 본다. 특히 “다른 핵보유국의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을 국가 영토 밖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미국과 나토의 행태를 비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집단서방이 핵무기 체계 등을 이용한 예방적 무장해제 공격을 위한 잠재력을 키우고 있으며, 우주에서 전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무기고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5월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 내 기념 원형극장에서 열린 연례 국가 추모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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