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박경종
2023.09.04 15:48
최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서 이전하는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람들이 위인들의 동상을 세우는 목적과 이유는 무엇인가? 동상은 그들의 뛰어난 업적과 공헌을 기리는 동시에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업적과 노력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과 시대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 사회적 연결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2021년 8월 14일 문재인 정부는 최고의 예우를 갖춰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했고, 육사에 홍범도 장군이 포함된 5인의 독립운동가 흉상을 설치하였다. 홍범도 기념사업회 자료에는 무장독립투쟁에 관한 자료와 함께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사실, 1921년 원동공화국 인민혁명군 제2군단에 교섭하여 독립군의 제2군단에 무기를 넘기고 자유시(스바보드니) 참변 이후 레닌으로부터 권총과 금화를 받는 등 공산주의자로서 활동한 사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에 입당은 했지만 박헌영이나 이동휘 같이 모스크바에 유학을 하고 돌아온 공산주의자와는 전혀 다르다"라며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로 활동을 한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내놓아 보라고 해라"라고 주장하지만 영향력 있는 독립군 지도자가 공산당에 입당한 것만으로도 공산주의자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지 않은가?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초강대국으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이 늘 있지만 최고의 위협적 존재는 당연히 북한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지속되고 있으며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으로서 반드시 물리쳐야 할 대상인 것이다.
헌법 5조에 나와 있듯이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 각 군 사관학교의 역할은 국가방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엘리트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다. 사관학교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수능 성적이 좋다고 무조건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최소한 상위 20퍼센트 이상에 속해야 들어갈 수 있으며, 뛰어난 학업성적과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지닌 자, 그리고 그 무엇보다 심층면접 과정에서 국가를 향한 충성심과 안보관이 확인된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년에 한국군은 외형적인 성장과 기술발전에 비하여 정신전력 측면에서 우려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군 기강 해이로 인한 사건사고보다도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목표의식 부재가 가장 심각하며 이는 군내의 정신 교육과 직접 관련이 있다. 대한민국 군에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는 주적에 대한 인식의 부재, 그리고 군 기강의 문제점은 대북유화적인 정치체제의 거듭된 집권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정권 수년 동안, 북한은 우리의 형제요 동포지 우리의 주적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적성 문화 군내 확산을 위해 각 군 사관생도 교육장에 종북 운동권 정치인사들을 불러 생도 정신교육을 시키는 등 장병들에게 지속적으로 그리고 은근하게 세뇌교육을 해왔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게 될 소위 Z세대(Generation Z)의 속성은 현실 세상에 대한 경험들을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서 갖게 되며, 국가, 민족, 애국심, 도덕성, 돈, 가치 등에서 기성세대들과 상당한 개념적 차이점들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 전체를 넘나들면서 왜곡된 가짜 뉴스와 정보들로 인해 왜곡된 국가관과 안보관에 노출된 상태이다. 소주병에 담겨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눈 앞에 자주 놓이고 있는 신영복체는 소주 상표 그 이상의 함의를 갖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 대공수사능력을 초토화하고 국정원의 원훈을 바꾸면서 사용했던 신영복체가 그의 사상과 무관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토양 속에서 이적성이 보편화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장병들은 전쟁없는 한반도 평화와 무사안일주의, 가치관 혼란에 빠지면서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지 않음은 물론 견적필살의 마음도, 전쟁을 할 의지도 없는 심각한 문제적 군인정신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전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사상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적을 적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군의 교육시스템은 북한의 위협 앞에서도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게 만든다.
홍범도 장군이 항일 투쟁한 역사는 사실이다. 그리고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여 활동한 것도 분명하다. 레닌·스탈린의 충직한 당원으로서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그는 공산당원이었다. 그리고 독립군 간의 비극적인 학살 사건의 중심에서 가해자인 러시아 내의 공산주의 한 부분이 되려 했던 러시아화 된 한인들인 이르쿠츠크파가 독립군의 무장해제를 강제하는 과정에서 소련의 무장해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대한의용군들을 공격하여 수백명의 독립군들이 사상했던 참변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공산주의 집단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할 엘리트 군인 양성학교인 육군사관학교에 공산당원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비치하여 생도들로 하여금 귀감을 삼도록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군 교육기관 내의 이적성을 용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의 정신문제 차원을 넘어 군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 깊게 침습해 있는 주적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희미한 안보의식은 군 내부에도 스며들 수 밖에 없고 군의 기강을 파괴하고, 결과적으로 안보역량을 훼손케 한다.
홍범도 장군의 항일무장투쟁의 성과를 선양하기 위함이라면 독립기념관에 비치해서 일본에게 나라를 잃은 시대적 상황에서 사상과 이념에 충실했다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 속의 비극적 사실까지 후대에게 알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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