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최준성
2023.10.02 20:57 공산당을 인정 못하는 국가
"그러면 대한민국의 공산당을 인정하시는군요?" 지난 5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김행 현 여가부장관 후보자가 토론 중 한 발언입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와 관련된 토론 맥락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김 후보자 발언의 기저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공산당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당시에는 여가부장관 후보자가 아니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 후보자를 여가부장관 후보자로 채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윤 정부의 인사가 대부분 그러하였듯, 곧 '후보자' 명칭을 떼고 장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용산 사람들도 공산당에 관해 김 후보자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대목입니다.
이 칼럼이 게재되는 FNO에도 지난 4일 '홍범도 흉상, 육사에는 안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올라왔으며 주 골자는 '홍범도 장군은 자유민주주의의 주적인 공산주의자니 국가 안보의 핵심인 육군사관학교에서 흉상을 철거해야 한다'입니다. 이 칼럼의 기저에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양립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민주주의/사회주의, 자본주의/공산주의
위의 김 후보자의 발언처럼, 혹은 위의 칼럼처럼 대부분의 공산당에 대한 비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공산당을 인정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들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혼용해 비판을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체제입니다. 그리고 공산주의는 경제체제입니다.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정치체제는 사회주의이고 공산주의와 반대되는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입니다.
민주주의에서 이론적으로는 경제체제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중 어떤 경제체제든 채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궁합이 잘 맞는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임을 역사가 증명해왔고, 우리나라 역시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해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민주주의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공산당을 지지하거나 따르고 싶다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만일 공산당이라는 이유로 비판받는다면, 이는 미래에 '민주당을 지지한다' 혹은 '자유당을 지지한다' 등의 정치 경향에 따라 '주적'이 되는 등의 차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민중주의, 중우정치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것이 비판받아서는 안되는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민주주의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주권이 있는 국민 한명한명의 의견은 존중받아 마땅함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의 방점은 '다양성의 존중'입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면 공산주의를 인정해야 합니다. 미국, 독일, 일본 모두 공산당 혹은 공산당의 후예를 자처하는 당이 현재도 존재하고 의석을 확보한 적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우리나라 일부는 공산당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특성 중 '다양성 존중'이 아닌 '다수결을 통한 우위'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수결주의의 지배는 건전한 민주주의가 아닌 '민중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습니다. '쪽수 많은 쪽이 최고'라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라는 뜻을 가진 중우정치는 민중주의가 가져오는 폐해입니다. 포퓰리즘밖에 남지 않고 정치인들은 더욱 국민을 우습게 보며 독선을 향해 갑니다. 이번 장관 인선 역시도 그렇게 보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윤 정부의 인사를 설명할 때, '자기가 B급이니 주위에 C급만 둔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렇게 옹졸할 것이라는 설명에 동의하고 싶지 않으나, 지금 행태를 볼 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첫 칼럼에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자의 학력을 보니 연세대 사회학과 석/박사입니다. 같은 학교의 같은 학과를 다니는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는 김 후보자처럼 생각하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구분해 이해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를 민중주의로 혼동하지 않기에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합니다.
혹시 모를 오해가 있을까 말씀드리면, 저는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는 볼테르 전기에 나온 문장으로 글의 동기를 갈음합니다.
(사진=연합뉴스) UN이 제정한 '세계 민주주의 날'을 하루 앞둔 9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민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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