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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세워야 할 대통령의 인사 기준

    전문위원 이규형

    2023.10.27 10:02
    새로 세워야 할 대통령의 인사 기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13일 장관에 대한 인사 원칙을 피력했다.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서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게 인사의 기준"이라고 했다. '능력과 인품'을 장관 선정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여섯 달 뒤인
     2022년 10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국정목표로 윤석열정부의 1기 내각이 꾸려졌다. 국무총리 한덕수를 비롯하여, 추경호(기획재정부), 이주호(교육부), 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진(외교부), 권영세(통일부), 한동훈(법무부), 이종섭(국방부),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조규홍(보건복지부), 이정식(고용노동부), 김현숙(여성가족부), 원희룡(국토교통부), 조승환(해양수산부), 박민식(국가보훈부)이 장관에 임명되었다. 

     6대 국정목표와 12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반이 넘는 동안의 16명 장관들 중에서 일반 국민의 기억에 남는 장관은 다섯 손가락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국민이 기억하지 못하는 장관이 많은 이유는 국정 목표와 가치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정책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권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인사의 기준을 바꿔서 국정 목표와 가치에 적합한 인물을 국무위원으로 보강해야 할 때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새로운 인사 정책을 펼 수 있다.  


    인사의 기준 1: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자
     대통령이 정책 일선에서 혼자 뛰는 듯 주무 장관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여기 저기서 벌어지는 것은 왜일까? 각 부처의 책임자인 장관들이 정책을 책임지고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이 정책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부의 국정 목표에 깊이 공감하지 않거나 정권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이 다르면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 책임의식이 없으면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는 리더는 앞줄에 선다. 
     장관은 자기 부처의 정책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하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설득하지 못하면 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책임 의식이 없는 장관은 대통령을 앞줄로 밀어 세우고 자신은 대통령의 뒷줄에서 유구무언으로 일관한다. 

     능력과 인품만 평가하여 장관 자리에 앉히게 되면 정부의 국정 목표에 대해 책임 의식이 없는 인사가 선임될 우려가 있다. 그들은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워 왔을 것이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 그 정도의 경력과 역량을 키운 인물들은 수없이 많다. 다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일을 해왔는가가 장관직에 더 중요하다. 그의 가치관과 신념이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되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고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장관이 갖춰야 할 제1의 인사기준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가치 파트너인가를 가리는 것이 돼야 한다.

     박정희대통령은 조국을 구하는 신념으로 죽음을 불사하며 뜻을 함께 한 소장파 장교들이 있었기에 혁명에 성공했다. 쿠바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다음의 명언을 남겼다. '뜻을 함께 하는 동지 20명만 있으면 혁명을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카스트로는 전투에서 살아남은 16명의 동지와 함께 2년 만에 쿠바혁명에 성공했다. 그들은 가치를 공유하여 뭉쳤기에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정치는 가치의 선택이다. 정치 지도자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파트너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인사의 기준 2 : 조직경영능력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공감, 업무 능력, 인품,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고 해서 장관 선임의 필요 충분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장관은 국정 목표에 맞는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조직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조직경영능력은 크고 작은 조직을 경영해 본 경험을 필요로 한다.
     장관은 조직의 장이다. 조직을 장악하여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과 자원을 적절히 배분 운용하여 성과를 내 본 경험이 있어야 조직을 어떻게 운용하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감을 잡는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을 깊이 이해하고 장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직을 경영해서 성과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인물은 조직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릴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제2의 인사기준은 조직경영의 능력과 경험치가 필요조건이 되어야 한다.

     실전 전투가 장수의 능력을 시험하는 곳이 아니듯, 장관은 능력을 테스트해 보는 자리가 아니다. 전략 전술로 병력을 경영하여 전과를 올린 장수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조직을 경영하여 성과를 내 본 경험자가 아니면 갑자기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국민을 상대로 장관의 능력을 시험할 수는 없다.
     조직 경영의 경험이 없는 장관이 단신 부임하여 조직을 장악하고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조직 내부에 연고를 갖지 않은 외부인, 특히 '혼자서' 연구하고 '비판'하는 것에 익숙한 대학교수 출신이나 연구자들을 장관에 임명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그들은 오히려 차관으로 보임하여 조직의 두뇌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전의 경험자는 이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없는 이론가는 빈손이 되기 쉽다.

    인사의 기준 3: 식탁에 초대하라
     마지막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가치의 공감이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탁에 초대하는 것이다. 가치를 공감할 때 비로소 동지를 얻을 수 있다. 가치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선행되어야 하며 소통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시간이 마주쳐야 한다. 시공이 겹치는 식사자리가 최선이다. 인간은 식사를 하며 경계심이 사라지고 우의가 확대된다. 밥 먹는 자리를 잘 활용하면 적을 동지로 만들 수 있고, 동지의 충성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인사권자는 식사자리를 적극 활용하여 소통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밥을 함께 먹으며 소통하면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후보자의 가치와 신념이 인사권자의 철학에 일치되지 않음을 확인한다면 인사의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인사권자의 가치와 진의를 이해시켜 동의하고 공감한다면 새로운 동지를 얻게 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장관 인사의 결과는 정책의 성패를 결정하고, 국정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위에 열거한 인사의 기준이 국정목표 달성의 동력이 되는 인재 기용의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연합뉴스)

    전문위원 이규형

    조직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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