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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시대, 확증 편향에 갇히지 않으려면

    전문위원 박경종

    2023.10.25 11:31
    과학의 시대, 확증 편향에 갇히지 않으려면

     18세기 영국 고전주의 대표 시인인 알렉산더 포프 (Alexander Pope)는 '적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위험하다(A little learning is a dangerous thing)'고 했다. 어설픈 지식으로 세상을 다 이해하는 양 하는 것에 대한 경계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 한 권만 본 사람이 위험하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겠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이후에는 학습의 필요성도,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도 없이 지내려는 '지식 무관심족'이라면 뼈 아프게 새겨 들어야 하는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는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과학 기술의 빠른 발전과 미래에 직면한 복잡한 과학적 문제들을 다룰 때 더더욱 그러하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관한 담론,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이해는커녕 무지와 무관심 그리고 과학적 문해력이 부족할 경우 건강 관련 결정, 환경 정책 지지, 기술 제품 선택 등의 의사 결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때로는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적 결정에 부정적 영향까지도 미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과학적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가짜 정보나 유사과학적 주장에 민감하여 이로 인해 오해가 증가할 수 있다. 사람들은 무지로 인하여 위험한 행동을 더 쉽게 할 수 있으며, 안전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 발생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악덕 정치가와 언론인들이 이러한 빈틈을 놓칠 리가 없다. 악덕 정치가나 언론인 못지않게 무지한 정치인이나 언론인들로 인한 폐해는 더 크게 확산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가짜 뉴스나 정보를 만들거나 유포하는 사람들 중에는 평범한 시민보다는 정치인, 언론인이 더 많다. 심지어 정부까지도 왜곡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한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정권에서 저질렀던 선동과 다르지 않다.

     히틀러는 독일을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면서 국민을 조종하고 선동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발언을 사용했는데 특히 국민의 무지를 이용한 선동과 프로파간다가 그의 힘을 유지하고 전개하였다그는 유태인을 국민 경제와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갔으며, "유태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태인을 향한 증오감을 조장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히틀러와 나치당은 유태인에 대한 적대감을 선동하고  반유태인 사태를 조장했다. 또한, 폭동에 대해 대부분의 독일 시민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본 나치 제국은 유태인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치를 확장하고 급진적으로 진행했다그 결과가 바로 비극적인 홀로코스트 이며,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의 여러 민족 중에서도 독일 국민은 가장 합리적이라고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독일인들은 왜 히틀러의 선동에 동조하게 되었는가?
    나치당과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독일 국민의 지지와 매료는 다양한 복합적인 이유와 맥락에 기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다양한 정치적 충돌과 불안정성을 겪는 중이었으며, 인플레이션과 실직률이 상승하며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나치당은 강력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독일 국민들에게 독일 민족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경제 회복을 약속하며 사회 경제적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보였다. 이 과정에서 선동가들이 효과적인 프로파간다와 선동을 사용하여 국민들에게 그들의 이념을 전파했다.  히틀러의 선동은 무지와 미숙한 정보 소비를 이용하여 독일 국민들의 감정과 신념을 조작하였으며, 이는 나치 독일의 극단적인 정책과 폭력 행위로 이어졌다.

     사람들의 무지와 확증 편향이 있는 사람들과의 인과관계는 어떠한가?
     사람들의 무지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확증 편향은 특정 주장이나 신념을 강화하려는 경향으로, 이는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데, 무지한 사람들이 확증 편향을 더 강하게 나타낼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무지한 사람들은 종종 복잡한 주제나 문제에 대한 정보를 부족하게 이해하고, 그 결과로 확증 편향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찾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어서, 확증 편향이 강한 사람들은 정보를 필터링하여 자신의 선입견과 부합하는 정보를 강조하며, 반대 의견이나 정보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무지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 더욱 한쪽으로 편향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소속된 사회적 그룹이나 지지하는 정치적 진영의 입장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지한 사람들은 자신의 그룹과 일치하는 의견을 지지하기 위해 확증 편향을 더욱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에서는 과학적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교육과 과학 정보지식을 학습하려는 태도가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과학적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확증 편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이 중요하다는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교육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하며, 학습과 교육이 사회와 개인의 성공을 위한 열쇠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대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디지털 격차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거나 늘어나는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지는 않을지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AI(인공지능)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 뉴스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도 발표했다디지털 시대의 정보의 오남용과 소외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 받는 유일한 길은 학습하는 개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가짜 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미래 세대 삶이 위협받게 된다고 대통령이 강조한 만큼,  개선된 평생학습체계를 통해 전 국민이 학습하는 사회가 조성될 수 있도록 더욱 구체화된 정책을 교육부에 기대해본다.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차 방류가 시작된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브리핑에서 우리 해역 방사능 조사 지점 확대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전문위원 박경종

    항공우주정책연구원장, (전)공군사관학교 부교장, (전)한국융합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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