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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 된 ‘메가 서울’, 틀렸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안태우

    2023.11.07 21:20
    블랙홀 된 ‘메가 서울’, 틀렸다

     김포가 서울이 된단다. 그러나 여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당내에서 광명, 하남, 구리 등을 비롯한 서울인접도시도 서울로 편입해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여야 정쟁은 격화됐지만 논의의 틀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기껏해야 제1야당은 김포–서울 ‘골드라인’ 문제를 꺼내 들었다. 기성언론의 조명도 그곳으로 쏠렸다. 여야 주요인사의 관련 발언을 시시각각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상정 예정인 ▲노란봉투법 ▲방송3법 개정안 등의 중요성을 상기한 공론(公論)은 사라졌다. 

     애당초 ‘메가 서울’의 방향은 옳다고 보기 힘들다. 김포 서울편입론을 두고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 속 메가시티들의 맥락은 다르다.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대항해 비수도권 도시들을 규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도쿄도에 맞섰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간사이 지역 8개 광역지자체와 도시 4곳을 묶어 ‘간사이 광역연합’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도시권공동체를 설치하고 ‘국토 2040’을 통해 지방을 대도시화하고 있다. 영국의 ‘City-Regions 정책’도 맨체스터, 리버풀 등 여러 도시권을 형성해 지역발전을 도모한다. 

     문제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양적·질적 격차가 극심하다는 점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인구의 과반(50.6%)이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몰려 산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도 심각하다. 인구만 보더라도 수도권 인구는 매년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49.6%, 2018년 49.8%로 상승하며 2020년 50.6%까지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동남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 순이동 인구는 2015년 8천400여 명에서 2020년 2만7천여 명까지 늘었다. 질적 격차도 마찬가지다. 수도권·비수도권의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53만 원, 고용률 격차는 6.7%나 된다. 

     메가시티의 취지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만 보더라도 ‘메가 서울’은 그르다.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메가 서울’은 집값 상승 기대감을 노린 부끄러운 정치적 계산이라는 진단도 많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등장한 이 화두는 정말 필요한 논의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 그 자체가 됐다. 

     언론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중요한 것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국민적 관심을 모아야할 대상은 언론의 자유와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법률안일 테다. 하지만 10대 종합일간지 주요 사설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상기시켜주지 않는다. 뜨거운 감자인 ‘메가 서울’을 두고 여야 반응을 맹목적으로 싣거나 관련 논의의 프레임 안에 갇혔다. 아니면 여야의 정치공학적 계산을 분석하는데 힘을 쏟는다. 

     핵심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국민의 삶과 밀접한 법안을 두고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각각 방송3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각 법안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축소 ▲노동자의 보호 확대 및 노조의 단체행동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 10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방송3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직회부’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하며 국회 본회의의 대상이 됐다. 노란봉투법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지 무려 8년만이다.  

     그만큼 언론의 책무는 크다. 언론은 공론의 장을 열면서도 시민을 설득할 힘도 갖췄다. 정치가 가진 강압 권력이나 현대인의 삶을 옥죄는 경제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다. 이러한 권력 관계를 파헤친 『권력과 진보』(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는 설득 권력에 대해 “누구의 견해가 가치 있게 여겨지고 사람들이 귀 기울이는 것이 될지, 누가 의제를 설정할지도 선택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득 권력으로서 언론의 할 일은 분명하다. ‘메가 서울’ 정쟁이 중요한 이슈가 되어선 안 된다. 공동체의 힘이 대다수 국민의 터전과 거리가 먼 정쟁에 소모되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언론이 곧 열릴 국회 본회의에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아야할 때다. 그것이 시민들에게 충성해야 하는 언론의 바른 자세다.

    (사진=연합뉴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안태우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문화비평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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