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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한국전쟁, 과연 멀기만 한 이야기일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2023.11.17 14:17
    제2차 한국전쟁, 과연 멀기만 한 이야기일까

     세계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2년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아가 지난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졌다. 두 전쟁 모두 없던 갈등에서 비롯된 전쟁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크림반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과 돈바스 전쟁이 있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는 오래 묵은 종교 갈등과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 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있어왔다.
     

     다음은 어디일까. 아마 주변국과의 오랜 갈등을 겪고 있는 대만과 한국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우크라이나도, 이스라엘도,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대만도, 한국도, 주된 공통점은 미국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만과 한국을 향해 전쟁을 일으킬 주체는 중국-북한 측이 될 터인데 앞선 두 전쟁이 장기화가 되거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되게 된다면 미국의 시선은 분산될 것이 뻔하다. 한국 측에 서줄 미국의 지지가 전폭적이지 못할 것이란 의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 휴전의 기미가 슬슬 보이지만 여전히 그 긴장감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반드시 주목해야할 내년 대만과 미국 선거
     한반도를 운명의 기로에 결정적으로 놓이게 할 것은 곧 있을 내년 1월 대만의 총통 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아닐까. 현재 대만의 총통은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며 친환경, 동성결혼 합법화 등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지도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중 외교에 있어서는 강경한 듯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펼치는 데, 대외적으로는 중미 수교국인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고, 92공식을 수용하지 않는 등 대만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상 완전한 독립을 천명하지는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민진당에서 차기 총통 선거 후보로 확정된 라이칭더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은 강력한 반중 성향의 인물로서 대만이 이미 주권 국가임을 강조하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앞서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듯한 차이잉원의 ‘하나의 중국’에 대한 우회적 거부감에도 중국은 반발심을 보였는데,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라이칭더가 당선된다면 중국 대만 사이 긴장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이미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으며, 무기 수출을 줄이고, 국방 예산을 늘리는 등 사실상 전시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이야기를 해보자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는 팬데믹 시기 대대적으로 중국에 대해 강성 발언을 일삼은 인물인데다 재집권 시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중단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등 반중 정책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답게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강경한 미국 중심 정책을 펼치는 한편,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독트린을 유지해 온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르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만 방어에 있어서도 그는 미국 투입 방어 여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을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중국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물론 중국 상황도 전쟁을 일으킬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지난 2021년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기업 헝다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고, 최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헝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될 정도로 심각한 신뢰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으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발 부동산 위기의 조짐이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당장 내년 대만과 미국 선거 결과에 따라 곧바로 대만 전쟁이 터질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문제는 근래 일어났던 전쟁 모두가 비이성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대만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이는 국내 상황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위기는 더욱 극심해질 것인데,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나온 최근 논문에 따르면 대만과 홍콩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연안국들은 남중국해의 차단 유무에 따라 GDP의 변동 또한 겪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미국 사이 정치적 중도 노선을 거의 포기한 듯한 한국에 있어 치명타다.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전쟁 상황에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북한과 중국이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한반도까지 엿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 정치권은 중국, 대만, 미국의 행보를 예민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기억에 크게 남았다. "이제 국가 지도자들은 전쟁도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쟁의 긴장감이 기저부터 서서히 퍼지고 있는 시점이다.

    (사진 연합뉴스=내년 대만 총통 선거에 도전하는 라이칭더(왼쪽)와 미국 전 대통령 트럼프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前 한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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