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양진서
2023.11.24 09:33 식당 웨이팅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부터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스마트폰으로 바로 예약할 수 있는 택시까지. 어느새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것을 쉽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변화는 과연 모두에게 ‘편리’한가? 정보 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일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무인 기기 활용이 대폭 늘어났으나 노인들에게 이는 낯설고 두려운 존재다. 키오스크는 비단 식당이나 카페뿐 아니라, 병원, 버스터미널, 영화관, 은행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되기에 이로 인한 노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디지털재단의 ‘2021년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65~74세의 경우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사람은 29.4%뿐이다. 이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노인들은 일상 곳곳에서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예약하는 법을 몰라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지장이 따르기도 하며,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 문화생활 역시 편하게 즐길 수 없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에서 고령층은 일상에서 빈번한 불편함을 마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가 이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한다는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생존조건이 된 현실에서 노인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불편함을 넘어 일상적 삶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최근 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와 사이버범죄의 경우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인들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총 88억 달러이며, 이중 노년층의 피해액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더욱 심각해질 인구 고령화와 가속화될 기술 발전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 소외 현상에 대한 해결책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은 노인 전용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부천FC는 오는 26일 고령층을 위한 현장 판매 전용석을 시범 운영한다. 해당 전용석은 현장 판매 전용으로 매표소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경기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한 결정인 것이다. 부천FC의 김성남 단장은 “스포츠를 즐기는 데 있어, 한 사람도 어려움을 겪고 소외당하여선 안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로 시니어 고객 맞춤형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선보여 고령층이 더욱 편하게 ATM 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와 달리 정부는 오히려 내년 노인 디지털 교육 예산을 60% 삭감했다. 고령층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기본 역량 및 심화 교육에 사용되는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인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디지털 소외 현상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워진다. 생활 전반에 노인 전용 서비스를 설치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령층이 키오스크 활용법, 티켓 예매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디지털 문해교육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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