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윤인모
2023.12.09 23:40의료 비용 관리의 글로벌 흐름: 정량 관리에서 정성 관리로 진화 중
1973년과 1978년의 두 번의 오일쇼크는 세계 정치 경제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았다. 의료복지제도도 당연히 큰 영향을 받았다. 의료도 이때부터 비용 관리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서유럽의 기본적 개혁 방향은 몇 단계를 거친다. 초기인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국가의 직, 간접 통제에 의한 보건 의료비 지출(증가)를 주로 통제한다. (예) 독일의 77년 비용 억제법- 외래 사용과 치과, 의약품 등 부수적인 부분에서의 지출 증가 억제부터 시작). 이를 좀 더 강화하여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예산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예) 독일 1983년 예산 관련법, 1988년 보건의료개혁법의 총액계약제) 총액을 통제하는 것은 의료 서비스의 불편을 의미한다. 결국 일률적인 예산 통제는 국민들의 복지 체감에 불만을 낳았다. 이를 다시 전환하여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근거 기반 (Evidenced-Based) 의료로 전환한다. (예) 영국 2003년의 activity based payment, payment by result(PbR4)). 이러한 노력은 효과는 미미했지만 총액계약제로 의료비는 어느 정도 관리되었다. 그러나 의료진 수익 악화와 이로 인한 해외 유출, 국민들의 체감 서비스 악화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전략의 선회가 필요했다. 이에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의료 복지의 효율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예) 네덜란드의 2006년 의료보험 개혁 이후 주요국은 의료비의 정성적 관리 시대로 진입 중이다. 거시적 시각에서 비용 관리에 강하게 개입했던 국가는 미시적 시각의 운영 효율화 부분에서도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비용뿐 아니라 국민 체감서비스 개선도 목적이었다. 즉 정량적 관리에서 정성적 관리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가치 기반 의료(VBM-Value based medicine) 가 대두되었다.
가치 기반 의료(VBM-Value Based Medicine)
Value-based 란 말은 2000년 초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브라운 박사팀이 언급했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환자의 가치를 추구하여 비용 대비 최대 효용이 보장된 진료" 로 표현된다. 화려하게 표현되지만 개념은 간단하다. 가치는 환자의 결과(효과)/원가, 현실 의료에서는 이를 실현하기는 어려운 개념으로 보였다. 의료 질 관리는 아직도 난제다. 측정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일본 내 최고인 동경여자의대 흉부외과 수술 생존율은 매우 낮다. 나쁜 병원인가? 아니다 의술이 뛰어난 이유로 다른 기관에 갔으면 이미 사망할 사람이 전국에서 모이기 때문에 생존율이 낮아진 것이다. 의료 가치 측정은 여전히 난제임을 알 수있다. 이에 해결 방법에 변화가 필요했다. 가치와 관련 비용 관리는 경영학의 오랜 주제였다. 경영학은 기업 경영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등 조직운영에서 가치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접근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흐름을 위해서 개념을 관통하는 두개의 키워드의 이해가 필요하다. 통합(intergration)과 관리 경쟁(managed competiton)이다.
통합(Intergration)
주요 요소인 의료인, 병원, 의사결정 단계, 보험 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 미국 의료는 진료비, 혈액검사비, 입원료, 물리치료비가 파편화 되어 의료진은 환자 전달 가치보다는 개별 이익에 몰두했다. 이는 의료비의 폭증과 높은 의료사고로 이어졌다. 의료의 특성상 적재, 적소, 적시, 적량이 융합되어 전달되지 않으면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적 가치를 올리기 어렵다. 마치 음식재료가 훌륭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버무려야 가치 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과 동일한 논리다. 따라서 이들의 협력이 절실했고 통합(intergration)은 필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은 의료 시스템의 통합을 시행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 의료기관)로 알려진 공공 의료의 통합 시스템이다. 이전부터 시도되던 부분적 통합을 넘어서 오바마 법에 명시가 된다. 결과는 우수했다. 현재는 이러한 성과의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관리 경쟁(Managed Competition)
통합 후에도 창출된 환자 치료 가치와 적정보상은 어떻게 해야할까. 항상 국가 의료비는 관리가 어렵다. 즉 모든 가치 기반 의료 문헌에는 "한정된 재원"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생략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가장 강력한 가이드 라인이다. 한정된 재원에서 지급하는 방법은 통합된 시스템 간 경쟁을 시키는 것 이외에는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 수익을 위하여 무조건 저렴한 원가는 경쟁우위의 가치를 유지하기는 어려웠기에 경쟁 우위를 지키면서 원가를 줄여야 수익이 발생하는 가장 효율적 구조를 고민하게 되었다. 가치 기반 의료의 목적에 가장 근접한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통합은 또 다른 이점이 있었다. 분절된 공급자를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보의 비대칭 환경하에 경쟁 과열은 소비자 견제 없이 비용이 올라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이 미국의 사보험 시장에 나타났다. 그러나 통합으로 인해 정보의 비대칭이 완화되고 평가가 단순 용이 해지면서 관리된 경쟁은 의료의 가격을 낮추는 힘으로 작용한다.
상기의 통합과 경쟁은 이미 현대경제학에서 군(群) 단위 경쟁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아닌 삼성군(群)과 애플군(群)의 경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치사슬로 연결되고 효율적 전략으로 최적화된 네트워크 간의 최종 승자는 수요자이다. 가치 기반 의료도 의료시스템 간의 최종 수혜자는 국민이다. 관련 이론도 의료분야에 맞게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1972년 플레밍(Flemming)의 구조화된 경쟁 이론(structured competition)에서 시작, 1977년 알란(Alain Enthoven)의 관리 경쟁이론 등이 그것이다. 이들의 이론은 네덜란드의 1987년 데커 위원회에서 구체화되고 2006년 의료개혁의 성과로 연결되면서 관리 경쟁의 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 의료의 미래 주요 키워드는 ‘통합’ & ‘관리 경쟁’
한국은 개혁을 미루는 동안에 의료비 폭증과 필수 의료 붕괴에 직면했다.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것이다. 개선 전략의 수립에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이 참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의 의대 증원에는 반드시 다음의 질문이 선행이 되어야 하다. ‘한국의 강,약점은 무엇이며, 정성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인가’ 실행 사례를 보면 해당 국가의 강. 약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경쟁은 치열하지만 분절된 미국 의료는 약점 보완을 위해서 가치 기반 의료 시행 시 통합에 무게중심을 둔다. (예-ACO) 반면 공공의료가 강한 국가는 통합은 비교적 용이하지만 경쟁에 익숙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은 관리 경쟁에 중심을 두고 시행한다.(예- 네덜란드의 의료보험개혁). 개념은 유사해도 적용은 해당 국가의 강약점에 따라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어떻게 이 흐름을 받아 들여야 하는가. 한국은 90%가 민간의료이고 경쟁상황은 치열하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통합이 잘되어 있는 영역도 있다.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 이러한 진단 위에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미래의 필요 인력 산정에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은 현재 교육 부문에 이어서 의료 부문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대응은 미흡하고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의 위기 해소를 전제로 비상한 노력을 통해 지혜를 모아가길 기대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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