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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 속에 건강한 경쟁이 자리한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하동근

    2024.01.09 09:30
    '다양성' 속에 건강한 경쟁이 자리한다

     한국이 위기에 놓여있다.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이뤄낸 경제적 성장과 인구 증가(베이비 붐), 정치 선진화(민주화)와 기술의 발전을 거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인구 감소에 직면했다. 국방력, 사회 생산능력, 경제활동 인구 등 사회 기능의 유지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인구 감소는 국가의 미래에 직결한 위기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한국의 인구 감소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쟁이 과열된 한국 사회에서 인구 감소는 경쟁의 강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지이다. 이들은 망국적 K-경쟁이 삶의 질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기대치는 높이면서, 결혼-출산-육아라는 일련의 사회 형성 과정이 침체기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사회 내 경쟁을 해소하면 자연스레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동조하듯이, 국가는 사교육 과열과 교육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2028 교육 개편안을 구상했다. 고교 내신에 5등급 평가제를 도입하고, 심화 수학을 고교 교육 과정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교육 정책은 결코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한국은 인적 자원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국가이다. 중국과 같은 풍부한 내수 시장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대규모의 생산 시설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 물건을 판매하는 위치도 아니다. 한반도에는 자원이 풍족하지 않으며, 지리적으로는 열강 사이에 놓여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이다. 결국 한국이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인적 자원 덕분이다. 우수한 인력을 토대로 산업 발전을 이뤄내고 대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경쟁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과열 경쟁은 한국의 환경적 특성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쟁을 부정할 수 없다. 오히려 경쟁을 분산할 계획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시된 교육 정책은 경쟁의 수준을 낮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설사 정책적 효과가 발현될지라도, 그 외적인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미 사회의 반발이 극심하다. 심화 수학을 교육 과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정책은 이공계의 반대에 직면했다. 해당 정책이 유발할 장래의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거니와, 기초 과학과 이공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심화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교 내신 5등급제는 수능 9등급제와 어긋나며 입시에 더 큰 혼란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 등급으로 간략해진 평가지표가 인재를 적절히 선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뒤따른다. 더욱이 이것이 경쟁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결국 우리는 사회 내에 존재하는 경쟁을 인정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쟁이 다양한 분야로 분산돼서 건강하게 치러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청년 계층이 보다 다양한 진로로 눈을 넓힐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지방 발전 등을 통한 인구 분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 내에 만연한 비교 의식과 비정상적이고 소모적인 경쟁 심리 또한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교육 과열은 학업과 입시에 편향된 시각에 기인한 것이다.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을 향한 열망이 깊어지며, 학생들은 저마다 비슷한 모양의 꿈을 그려나간다.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가 만들어낸 병폐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거니와, 이 길이 모두에게 맞는 길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학업을 통한 성공이 ‘정도(正道)’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그러해야만 한다. 더 넓고 다양한 기회의 문이 열릴 때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하동근

    고대신문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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