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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광구, 석유만큼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2024.01.25 13:59
    7광구, 석유만큼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

     1978년 맺어진 7광구에 대한 한일공동개발구역(JDZ) 협정 종료를 5년 앞둔 지난해, 각종 매체에서는 JDZ 문제의 현황을 앞다퉈 재조명했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 중 한 국가가 종료 시점으로부터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 '3년 뒤 종료' 통보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일본이 먼저 종료를 통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골자다. 협정 이후 바뀐 유엔해양법의 기준으로 인해 7광구에 대한 권한이 일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까지 7광구 개발에 개입할 가능성까지 보여 JDZ에 대한 대책은 시급해 보인다.

     7광구에 대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일본의 행보가 예상되는 만큼 조속히 자원 개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유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구조상 7광구 석유 탐사는 필수적이란 관점에서 나온 접근이다. 한편 7광구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거나 오보를 낸 기사도 존재한다. MBC는 지난해 6월 7광구에 대한 경제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바 있고, 서울경제는 지난해 11월, 7광구에 대한 한·일 간 탐사가 재추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정부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7광구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단일한 접근에 얹혀가거나 자칫 혼란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언론 매체들의 보도대로 대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의 리비아-몰타 사건 판례에 따라 대륙붕에 대해 200해리 거리 기준이 공식적으로 적용되면서 초기 협정이 이뤄졌던 시점과 달리 7광구는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전부 포함된다. 다만 한·중·일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만큼 한국과 중국의 수역도 일부 중첩된 상태다. 1986년 일본은 석유가 안 나올 것이라는 판단으로 개발 중단을 표명한 바 있지만, 바뀐 국제 해양법으로 협정 종료 이후 단독 이익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 주된 예측이다. 7광구에서 불과 860m 떨어진 곳에서 중국이 유전을 개발하려고 하자 인근 자원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본이 강력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JDZ에 있어서는 공동 개발이기 때문에 일본의 동의가 없다면 개발이 진행될 수 없음에도 부동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협정 종료 방식의 제고 또는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두영 전 국제해양법재판소 사무차장은 한 연구소의 칼럼을 통해 7광구에 대한 기대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제주도 남부 중간수역에 대한 해양 경계 확정을 추진하자면서 한·중·일 사이 불안정한 해양 경계선 문제를 꼬집었다. 여기서 되새겨야 할 것은 7광구가 에너지 문제이기도 하지만, 불안정한 영해에 대한 외교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조약과 법은 좋게 말하면 유연하고, 나쁘게 말하면 구속력이 크지 않다. 7광구를 둘러싼 갈등과 유사하게 북극해 또한 5개의 당사국의 영해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북극해의 국제법적 지위와 성격의 모호성으로 인해 서로 유리한 근거를 모아 권한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극 심해의 바닥인 로모노소프 해령이 북극해의 중심에 위치해 경제적, 군사적 지위가 막강한 만큼 이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면 새로운 전쟁 형태를 띠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북극해의 당사국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중국마저도 북극으로부터 800마일 떨어져 있을 뿐이라며 당사국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토, 영해에 대한 중국의 행보는 광범위하면서도 집요하다. 7광구의 협정이 이대로 종료되면 한·일을 넘어 한·중·일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단 뜻이다.

     협정 종료 이전에 7광구에서 실제로 석유가 발견되고, 채취 전 설정일로부터 30년간 공동 개발이 존속돼 엄청난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에 대해 기대 이익이 그만큼 클 것이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움직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는 명백히 협약에 대한 일본의 불이행 문제와 중국의 끊임없는 독단적 행보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선례를 남길 일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움직임과 언론의 보도는 7광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해양 권한에 있어 국제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국제법적, 정치적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Google Earth)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前 한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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