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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없는 괴물, 에브리타임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신지우

    2024.02.19 16:16
    괴물 없는 괴물, 에브리타임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전국 약 400개 캠퍼스에서 439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단연 1위 대학생 커뮤니티다. 에브리타임은 시간표 작성, 수업 및 학생 활동 정보 공유 역할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그러나 본래의 기능과 달리 에브리타임의 익명 게시판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글이 있다. 바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 글이다. 그 대상은 여성을 비롯한 동성애자, 외국인,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다. 2021년 서울대저널이 서울대 학생 11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에브리타임 이용자 중 83.5%가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원인으로 ‘혐오 표현(75.6%)’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남녀 갈등 조장(62.1%)’, ‘막말, 비방(58.5%)’ 등이 뒤를 따랐다.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 및 직업군에 대한 비하, 인종 차별, 장애 및 외모에 대한 조롱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익명 게시물의 특성상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혐오표현에 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수자 대학생’은 대다수의 재학생이 이용하는 학내 커뮤니티 속 차별과 혐오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한 대학교의 성소수자 공동체가 정식 동아리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있으니 정식 동아리 등록은 안 하는 게 어떻겠느냐”, “동아리방이 생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등의 발언을 듣고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공동체는 학교 본관 앞에서 혐오 발언을 한 사람들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으며, 동아리 활동 인권 규정 신설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 해당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학생들은 “성소수자는 정신병” 등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글이 다수 개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의 일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수자들을 '이상한 존재'로 여기는 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며 익명성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타인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차별적인 표현을 겉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인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혐오성 게시물을 직접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게재하거나 관람하는 행위 또한 소수자를 향한 소극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의도가 분명한 차별 행위와는 구분되지만 사회적 약자를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단순히 혐오성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아닌 '그들'이 됨으로써 소수자들에 대한 타자화, 대상화는 더욱 쉽게 일어난다. 그러면서 의도와 무관하게 사소하고 평범한 편견과 모욕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소수자를 희화화하는 유머나 표현에 웃는 행위 등 무심코 혐오의 감정을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이는 단순히 표현만이 문제가 아니라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온라인 혐오 표현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포털사이트 '다음(DAUM)'은 기존 뉴스 댓글을 없애고 실시간 채팅을 가능케 한 '타임톡'을 도입했다. 뉴스가 업로드된 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창이 완전히 사라진다. 제한시간이 경과된 이후부터는 다른 사람의 댓글은 물론이고 자신이 게시한 댓글도 볼 수 없게 된다. 일부 이용자의 부적절한 의견이 일반화되는 것을 막고 선동적인 댓글을 걸러내기 위한 노력이다. 대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댓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대책이다. 이처럼 비난과 혐오의 장이 아닌 건강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대혐오'의 시대를 역행하는 새로운 소통과 정보 공유의 방식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널리 퍼뜨리는 곳이 되어선 안된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 사람으로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약자들이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사회와 단절된 삶을 선택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사진=연합뉴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신지우

    서강학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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