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EK 책임경영, 혁신성장, 중견련

    로고

    중국의 동아시아 안보 인식과 한반도의 미래

    전문위원 권희영

    2024.03.11 13:42
    중국의  동아시아 안보 인식과 한반도의  미래

      지난 3월 7일에 중국의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외교부장인 왕이는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상황에 대하여 우려를 표현함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평화협상을 하자는 안까지 제시했다. 한편, 북한은 연초부터 대한민국을 향하여 해안포 사격을 개시하고 대한민국 영토를 "평정"하겠다는 선언까지 하였다. 중국은 왜 지금에 와서 한반도의 평화협상을 제안하는지 궁금하다. 
      왕이 외교부장의 한반도 상황 인식에는 독특한 내용이 있다. 그는 "세계는 충분히 혼란스럽고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문제로 냉전대립의 역주행을 하려는 자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자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양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한반도 문제는 오랫동안 끌어왔다...근본적으로 안보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제시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진"을 내세웠다. 쌍궤병진의 내용은, "근본적 해법은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고, 모든 당사국,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이라 했다. 
      한반도에 위기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왕이 외교부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가졌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자가당착에 불과한 발언이었다. 그는 "한반도 문제로 냉전대립의 역주행을 하려는 자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자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냉전대립의 역주행을 하려는 자는 바로 북한이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자도 역시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정복하겠다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나라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2024년 2월 8일 건군절 연설에서 "한국괴뢰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것은 우리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천만지당한 조치입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것을 몰라서 왕이 부장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지난 해 친강 전 부장은 빨간색 중국 헌법을 손에 들고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와 인민의 결연한 결심, 굳건한 의지, 강대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중국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진영의 경각심을 완화시키려는 전술적 발언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의 동아시아 안보 인식은,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패권국을 자처하면서 동맹국인 북한을 비호하고 한.미.일의 안보 동맹에 맞서는 것이다. 중국은 분단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카드를 중국의 목적에 따라 잘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안보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지할 수 없었고, 따라서 동맹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독자적인 노선을 견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전체주의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북한이 세계 최고라고 선전하며, 김일성 혈통의 절대성을 끊임없이 내세우며, 북한의 역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상황에 따라 강온정책을 그때마다 변경시키며 자유진영인 한.미.일 삼각동맹의 경각심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해왔다. 비핵화와 평화 협상을 동시에 추구하자는 쌍궤병진은 중국과 북한이 "자유"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들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자국의 패권만을 내세운 대표적인 사례는 남중국해를 예로 들 수 있다. 중국이 강해지면서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해로 삼으려 하였다. 그로 인해 남중국해가 분쟁의 바다가 되어버렸다. 중국이 진정으로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랬다면, 자유로운 항해를 할 수 있었던 남중국해를 분쟁의 바다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냉전 대립의 역주행"을 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나라가 어느 나라이겠는가?

    (사진=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회의 기간에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소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2024.03.07

    전문위원 권희영

    1989-2021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소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