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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착순 사회...이대로 괜찮을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가을

    2024.03.21 10:15
    선착순 사회...이대로 괜찮을까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도라는 유행어가 생길 만큼, 한국 사회는 빠름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는 것 같다. 취약계층 복지 사업까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을 만큼 말이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부터 고속철도까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은 죄다 선착순으로 결정되는 것이 익숙해진 사회에서 이제는 교육까지 선착순이 되고 말았다. 국내 대학 대부분이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받기 때문이다.
     
    희비가 엇갈리는 시간, ‘1
     한 학기, 나아가서는 대학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수강신청은 찰나의 순간으로 결정된다. 실패한 학생은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듣는 것으로도 모자라, 필수 수업의 경우 졸업을 유예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졸업조차 선착순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해 조급해진 학생들은 대학 커뮤니티에서 강의를 양도해달라고 애원하기 바쁘다. 떠나버린 기회를 후회하며 자책하는 일은 오로지 학생 개인의 몫이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수업을 듣기 어려운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편,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공평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선착순은 결코 공정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수강신청이 시작되는 시간대에 시간이 되지 않거나, 몸이 불편해 수강신청 자체가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에서 단지 남들보다 느렸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권을 박탈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당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사회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고속철도, 고속버스 등 각종 교통수단의 좌석을 온라인을 통해 선점하는 시스템은 누군가에게 편리한 만큼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다가온다. ‘디지털 약자라 불리는 노인 세대의 경우, 교통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탓에 입석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서 선착순이란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각자의 상황을 고려할 것 없이, 순서대로 줄을 세우고 필요한 만큼만 수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가 필요한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선착순은 너무나 가혹한 방법이다. 어떤 상황과 맥락도 고려되지 않은 채, 자칫하면 기회조차 잃기 때문이다. 선착순은 모두에게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를 정당화하며,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다.

    실수하면 권리 박탈방식의 전환 필요해 
     정해진 수량보다 원하는 사람이 더 많을 때, 그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는 일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결정하는 방식이 선착순이라는 것에는 회의감이 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선착순은 결코 공정한 방식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21 기사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수강신청이 제비뽑기로 진행되며, 모든 학생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이 한 장씩 주어져 반드시 듣고 싶은 강의는 무조건 수강이 가능하다고 한다. 만학도, 장애인, 학생회 활동가 등에게는 우선권이 더 주어지는데, 이런 점에서 진정 공정한방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더욱 공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교통약자에게 먼저 자리를 예매할 기회를 주거나, 자리 일부분을 현장 예매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말이다.
     
     당장은 시스템 전환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정말로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강의나 티켓이 돈으로 거래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 그러한 경쟁에서 실패했던 적이 많은 사람부터 먼저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과목을 계속해서 수강하지 못해 졸업에 곤란함을 겪는 일 등이 없도록 말이다.
     
     선착순의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것만 선택하고, 불필요해진 경우 별도의 거래 없이 취소하는 등 모두가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회는 방식을 개선하고, 사람들은 정직하게 행동하여 이제는 무엇이든 공정한 방식으로 분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연합뉴스) 수강신청에서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이 커뮤니티에 양도를 부탁하는 게시글들을 올리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가을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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