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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거진 ‘수원 성인 엑스포’ 논란... 성착취 문제 직시해야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권지은

    2024.04.03 07:55
    불거진 ‘수원 성인 엑스포’ 논란... 성착취 문제 직시해야

     오는 20일부터 수원에서 열리는 성인 엑스포 ‘2024 KXF The Fashion’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행사가 성을 상품화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불과 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려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성인 콘텐츠 업체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 AV 배우 팬사인회, 란제리 패션쇼, 성인용품 체험 및 판매가 이뤄진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달 29일 수원시는 성인 페스티벌 반대 대책 회의를 열고 행사 저지를 위해 행정대집행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원시는 전시장 측에 대관 취소 요청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엑스포 개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주요 근거는 성매매 양지화성 산업 확대 조장이었다. 그렇다면 성매매 양지화와 성 산업 확대는 왜 문제가 될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양론을 살펴야 한다.
     
    취약계층 여성 사정 고려 않는 성매매 합법화
     성매매 합법화에 찬성하는 논리는 성매매를 직업 활동으로 인정하며,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로 해석한다. 또한 법적 규제가 성매매 산업을 더욱 음지화하기 때문에 성매매 합법화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강제노동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와 같은 국가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며 성매매를 합법화해 정부에서 관리하는 공창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정말 성매매 합법화는 자기결정권을 비롯한 여성의 인권을 지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독일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2001년 성매매 합법화 이후 독일에서는 이주자, 난민 등의 취약계층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 현장에 동원되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게 되었다. 성매매 합법화 정책의 영향으로 성을 사려는 남성의 숫자가 크게 늘었으나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업소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간극을 해소하고자 인신매매를 통해 여성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주자나 저소득층, 난민 등 취약계층 여성이 생계 해결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성매매 산업 공급자로 유입된 것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119740명이었던 독일 내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2002년 성매매 합법화가 시행된 이후 22160, 24700명으로 늘었다. 가장 많이 확인된 피해자는 불가리아인, 루마니아인이었고 러시아, 아랍 국가, 중국, 집시나 난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과 비존중
     또한 성매매 여성들은 합법화 이후 더욱 강도 높은 폭력에 노출됐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독일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 중 87%가 물리적 폭력, 59%가 성폭력 경험을 겪었다. 성매매 업소는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하게 되고, 여성의 성은 공공연한 상품으로서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렇게 콘돔 미사용, 구강성교와 같은 폭력적인 행위를 더 많은 서비스라는 명목 아래 용인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자기결정권 행사의 일부이고, 성매매가 직업활동에 포함된다는 주장에도 어폐가 있다. 자기 결정권에는 생명 신체의 처분에 대한 결정권, 피임 결정권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성매매 과정에서 이러한 권리가 존중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자기결정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일을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이상 성인문화라는 말 뒤에 숨지 말아야
     성인 엑스포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향해 주최 측은 한국에서도 성인들이 성인문화를 자유롭게 즐기고, 건전하고 올바르게 공유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부터 성 산업 내 성착취 문제, 인권 문제는 성인문화라는 말 뒤에 숨어 꾸준히 존재해 왔다. 이제는 그 본질을 함께 직시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여성의전화 제공) 성인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행사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높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권지은

    숙대신보 前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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