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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도 함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김진희

    2024.05.16 11:19
    지구도 함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청춘에게는 무엇이든 경험이 된다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많이 언급되는 건 여행일 테다. 가까운 국내와 아시아 국가들부터 지구 반대편까지 떠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럽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지, 지금 어디를 여행 중인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가 됐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필자도 그런 대열에 합류해 여행을 준비 중이다. 바쁘게 여행을 준비하던 와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여행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구는 여행이 달갑지 않다
     여행은 기후위기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정의 시작인 항공기는 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된 2023년 기준, 항공기는 온실가스 배출의 2.5%를 차지한다. 만약 현재와 같은 수요라면 2050년에는 3배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자동차의 2배, 기차의 20배다. 예를 들어 필자가 이용하게 될 항공기의 탄소배출량을 찾아보자. 구글 플라이트가 제공하는 바에 따르면 이코노미 기준 인천-부다페스트 노선은 477kg, 바르샤바-인천 노선은 455kg다. 왕복으로 비행하는 데에 탄소를 1톤 가까이 배출하는 셈이다. 필자는 자원연구소가 지정한 1인당 연간 탄소 수용치인 2.5톤의 반을 이번 항공편에 사용한다.
     항공 여행이 환경에 독이 된다는 사실을 각국 정부도 직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초로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했다. 프랑스 영토 내에서 철도를 통해 2시간 30분 미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은 국내선 항공노선 운항이 금지됐다. 유럽 항공 서비스 규약 제20조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심각한 환경 문제에 맞닥뜨린 경우 교통권 행사를 제한 및 거부할 수 있으며, 특히 다른 대체 운송 수단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프랑스는 이 규약을 EU 최초로 적용한 국가다. 규제를 통해 파리-오를리와 낭트. 리옹, 보르도 노선이 폐지됐다. 스웨덴은 지난해 4월 스톡홀름 브롬마 공항을 폐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브롬마 공항은 주로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이 취항하는 곳이다. 이 공항을 폐쇄해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스웨덴어로 비행기를 타는 건 수치라는 '플뤼그스캄'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또한 3시간 미만의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했다. 네덜란드도 암스테르담과 인접국가인 벨기에 브뤼셀 간을 연결하는 항공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탄소 배출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연차총회에서 '2050년 넷제로(탄소 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IATA는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381메가톤, 2030년엔 979메가톤, 2040년 3824메가톤, 2050년 8164메가톤까지 줄일 계획이다. 계획 실현을 위해 IATA는 동식물성 기름과 해조류 등을 섞어 만든 '지속 가능 항공유(SAF)'의 비중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SAF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을 기존의 80%까지 줄일 수 있다. SAF의 비중은 2040년 4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국내 항공사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7년 인천-시카고 노선에 SAF를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인천-파리 편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제적 정유사인 쉘과 MOU를 체결해 SAF를 우선 공급받는 한편, GS 칼텍스와 협업해 SAF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나 또한 쉘과 MOU를 체결했다. 
     여행에 꼭 필요한 숙박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1년 기준 관광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 중 숙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아고다, 부킹닷컴 등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는 숙박에서 배출되는 재생 에너지 사용, 에너지 감축, 재사용 등 숙소가 환경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예약 화면에서 제공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호텔 울산을 시작으로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고 물류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고 있다. 세계적 호텔 체인 기업인 힐튼은 미국 최초로 탄소 중립 호텔 브랜드인 '호텔 마르셀 뉴 헤이븐'을 코네티컷 주에서 운영하고 있다. 해당 호텔은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전기를 재생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건물 일부는 1970년대 고무 공장에서 사용했던 조명과 자제를 업사이클링해 지어졌다. 또한 호텔 내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지역 농산물로 만든 요리를 투숙객에게 제공한다. 

    이런 여행은 어떨까
     이런 문제를 걱정한다면 여행을 아예 가지 않는 편이 가장 현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걸 멈추기 보단 조금씩 나은 방법을 찾기로 했다. 환경단체들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일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짐을 최대한 적게 싸 이착륙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이고, 그나마 탄소를 덜 배출하는 직항 항공편과 낮 비행편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숙소를 선택할 때도 재사용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곳을 위주로 찾아보라고 말한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기차를 이용하고, 도시 안에서는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타는 게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필자는 이런 조언에 따라 낮시간대 직항 항공편을 예매했고, 숙소 또한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고 지역 주민을 고용하는 곳으로 예약했다. 도시간 이동을 할 때는 버스 대신 기차를 주로 타기로 했다. 다행히도 방문하는 곳들 전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편리해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것들로 짐을 꾸릴 것이다. 필자가 방문하는 도시는 주로 고기 요리가 유명하지만, 최대한 육류 소비는 줄이고 비건 요리를 파는 식당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여행지의 동물원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비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모든 여행은 우리가 일상을 이어갈 힘과 경험을 준다. 즐겁게 떠나는 여행, 지구까지 지킬 수 있는 여행을 선택해보자. 

    (사진=연합뉴스)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항공편 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의 모습.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김진희

    前홍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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