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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적 투표’, 그 허상과 비정상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안치윤

    2024.04.08 09:53
    ‘전략적 투표’,  그 허상과 비정상

     ‘전략적 투표’라는 말이 있다. 세 명 이상의 후보가 있을 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최악의 후보를 막기 위해 가장 선호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 대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행위를 뜻한다. 

    ‘尹 당선’이 ‘沈 지지자’ 책임? 소수정당 탓 멈춰
     한국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소수정당이 ‘샌드백’이 된다. “B를 찍으면 A가 된다”는 식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구호는 늘 나오는 ‘단골 멘트’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0.73%p로 결과가 갈린 책임을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돌리는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매번 소수정당 지지자들에게 “최악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며 전략적 투표를 요구한다. 소수정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단일화에 조건이 있듯, 전략적 투표를 택한 소수정당 지지자들도 실제로 표를 던진 정당이 자신이 생각하는 의제를 어느 정도 반영해 주길 희망한다.
     그러나 어느쪽이 됐든 거대 양당은 소수정당의 의제를 포용・실현하기보다는 ‘반대 진영 집권’에 대한 공포심을 강화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실망한 소수정당 지지자들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는 말처럼 ‘차악 투표’에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은 ‘자기 생각을 반영해 줄 정당・사람을 지지하는 것’이다. ‘신념에 따른 투표’가 당연하지, 특정 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지지하지도 않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인 상황은 아니다.
     전략적 투표는 양극단 정치를 강화할 뿐이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전략이 통하는 것을 거대 양당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악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 생각했던 전략적 투표는 결국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제의 명줄을 이어주는 선택이 된 것이다.

    다양성 확대를 막는 ‘전략적 투표’
     전략적 투표는 선거가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게 만든다. 소수정당이 가져갔어야 할 파이를 양당이 빼앗는 구도인 탓이다. 특정 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투표가 이어지다 보면, 각자의 생각을 더 분명히 반영하는 정당은 힘을 쓸 기회를 잃는다. ‘어차피 안될 당인데’라는 생각에 양당 중 ‘차악’에 투표하다 보면 각자의 ‘최선’은 사라지고 선택지에는 ‘차악’과 ‘최악’만 남게 된다.
     다양한 각자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면, 전략적 투표는 다양한 생각을 정치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게 한다. 지지자의 스펙트럼이 넓은 빅텐트 정당은 구조적 특성상 여러 지지자의 생각이 다양하게 반영되기보단 ‘목소리 큰’ 지지자들의 의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정치 양극단화의 요인이 된다.
     연정을 통해 각 정당이 뜻을 함께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정은 다양한 이념을 지닌 다양한 정당이 힘을 합치는 형태여야지, 지금과 같이 거대 정당이 소수정당의 지지세를 흡수하는 형태여선 안된다.

    결국, 제도의 문제
     전략적 투표가 나타나는 것은 결국 양당제의 유지에 유리한 제도 탓이다. 지방선거의 예외를 제외하고 한국은 모든 선거에 승자독식형 단순 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여러 후보 가운데 단 한 표라도 더 많은 표를 가져가는 후보가 승리하는 구조에서 ‘차악 투표’가 사라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이 비슷한 정당 간에 ‘표를 갈라 먹는다’며 날을 세우게 되는 것도 각자의 소신대로 투표하는 일이 ‘표를 갈라 먹는’ 것이 되는 구조의 제도 때문이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는 존재할 수 있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후보를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부터,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선호투표제를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같이 하나의 자리를 놓고 열리는 선거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 간에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결선투표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도는 이론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시행・증명되고 있는 제도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을 더 잘 반영하는 것은, 정치권이 하고자 한다면 언제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거대 양당이 누리고 있는 이익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므로 더 나은 제도로의 이행이 요원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목소리를 내며, 흔들리지 않고 각자의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7일 경기도 수원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용연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안치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성공회대학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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