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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파업, 직업 의식 교육 부재의 현주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양현서

    2024.04.22 10:41
    의사 파업, 직업 의식 교육 부재의 현주소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지난달 진행됐다. 의사뿐 아니라 의사의 가족들도 집회에 함께했다. 한 전공의 가족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그동안 잠도 못 자고 공부했다"며 자식의 고생과 그를 의사로 키우기까지 가족들의 노고를 강변했다. 보장된 미래인 의업을 내던지려는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의사가 되기까지 노고를 보상받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는 논리로만 들리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의사 집단이 국민들로부터 계속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가진 직업의식이란 게 겨우 이 정도였나, 하는 씁쓸함을 안길 수밖에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달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중국 5개국의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15개 직업에 사회적 지위를 점수로 매기게 했다. 국가별 직업에 대한 가치, 존경, 중요성을 토대로 한 직업 위세를 알기 위함이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국회의원, 약사, 인공지능 전문가를 상위 직업으로 꼽았다. 건설 일용 근로자 및 음식점 종업원 등은 하위권에 속했다. 이와 반면 미국과 독일은 소방관을 1위로 꼽았으며 국회의원은 비교적 하위권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직업 위세에 대한 인식 편차가 가장 큰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편차가 가장 적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직업 귀천 의식은 한국 교육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유구한 전통이다. 변호사, 의사, 판사 등 이른바 '사'자 직업 선호 현상과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피 업종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사회에서 환자를 볼모로 잡은 의사, 의사 집회에 발 벗고 나오는 부모의 등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의과 대학 졸업식 때 실시되는 제네바 선언에는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며 베풀 것,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기까지 약자를 돌본다는 무거움을 인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해답이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과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 현상 등은 아직 국내에서 의사는 노후가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으로만 부각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우리나라 초··고 교육에 있어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에 관한 교육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현재 한국 교육의 주된 관심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대입 입시제도와 주요 대학 입시 결과에 있다. 실질적 내용보다 평가에 치중한 교육에서 자기책임성에 따른 주체적인 직업 선택 과정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직업의식은 단순히 백과사전적 지식을 달달 암기하는 과정에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훔볼트는 직업의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중·고교 교육이 전인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인교육의 목적은 자신의 세계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망하고, 자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만들 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다.
     
    실제로 이런 교육 정신에 입각한 독일교육은 모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소명의식을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프로그램 등 다양한 직업교육을 통해 직업소명의식을 함양하도록 한다.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직업 과제를 수행하고 인성적, 사회적 자질을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점수가 아닌 본인의 잠재력에 따라 관심 분야를 선택한다. 중학교 1학년부터 기록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주체적인 진로 결정이 가능하다.

     우수 대학에 진학해 흔히 자로 끝나는 직업을 얻겠다는 다수의 갈망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전인교육에 입각한 직업의식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면 진로 선택에 있어 최소한의 소명의식이 마련될 수는 있다. 금전적 조건뿐만 아닌 이타적인 정신과 자기만족에 의한 직업 선택은 이런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 직업의식 교육의 현주소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환자를 볼모로 잡은 의사뿐만 아니라 근로의식이 결여된 유약한 지식인이 사회에 넘쳐날지 모르는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대구 한 대학병원 진료 대기실에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는 가운데 전공의 공석으로 진료 지연이 예상된다는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양현서

    前서울여대학보 사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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