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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의 연애가 죄가 되는 이유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양진서

    2024.04.29 09:56
    아이돌의 연애가 죄가 되는 이유

     최근 연예계는 잇따른 열애설로 떠들썩하다. 열애설 인정부터 사생활 영역이라는 입장까지 소속사의 대응은 제각각이었으나,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아이돌 가수들이 작성한 사과문이었다. 아이돌 가수 겸 배우 윤보미는 23일 열애를 인정하며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언급한 자필 편지를 게재했다. 지난 2월에는 그룹 에스파 소속 멤버 카리나가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하며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 CNN팬들의 극단적 충성심K팝 스타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영국 BBC 역시 한국 아이돌이 견뎌야 할 압박감을 조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연애는 왜 죄가 되는가?
     
    아이돌과 팬 사이의 과도한 유대감을 부추기는 소속사
     아이돌 가수의 가장 큰 특징은 팬과 아티스트의 친밀성이다. 소속사는 아이돌과 팬 사이의 유대감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아티스트와 팬이 일대일로 대화하는 듯한 환상을 갖게 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하며, 포토 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권을 빌미로 높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한다. 데뷔 초에는 연애 금지 조항을 내걸며 팬들만을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렇듯 소속사에 의해 계획된 아티스트를 향한 유사 연애감정이 아이돌의 인기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돌이 연애했다는 이유로 사과문을 작성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애초에 소속사와 아티스트에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팬이 아이돌의 연애에 마치 이들이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소속사가 팬심에 유사 연애의 감정을 주입했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돌 팬들은 플랫폼 버블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개인 채팅을 하는 듯한 유료 서비스를 즐긴다. 아이돌 가수가 보내준 사진과 메시지를 보고 이에 대해 답장을 남기며 설렘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유료 서비스와 팬 이벤트로 소속사는 팬들의 유사 연애 감정을 부추기며 수입을 올린다. 결국 아티스트를 향한 팬들의 연애 감정은 일방적인 게 아닌, 소속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철저히 의도된 감정인 것이다.
     
    케이팝 산업이 아닌 팬만을 비난하는 언론
     많은 언론은 팬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아티스트의 사생활에 분노하는 팬들을 비판하며 아이돌의 연애가 잘못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애에 광분하는 팬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소속사와 아이돌이다. 소속사 앞에서 전광판 시위를 하고, 아티스트의 SNS에 악플을 도배하는 등 열애설을 향한 팬들의 무례한 반응에 아이돌이 사과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팬들이 주요한 고객층이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유대감을 통해 형성된 팬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아이돌이 큰 인기를 구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나, 어떨 때는 독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성 언론은 케이팝 산업의 어두운 측면을 비판하지 않고, 무작정 팬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아이돌과 팬의 과도한 친밀함을 바탕으로 수입을 올리는 케이팝 산업의 기이한 마케팅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앨범을 수백 장 사서 팬 사인회 응모권과 포토 카드만 챙기고 cd는 버리거나 아이돌의 연애에 도를 지나치는 반응을 보이는 등 케이팝 산업에는 분명 기괴한 이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과연 이를 단순히 팬들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케이팝 산업은 자신이 직접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 팬과 아이돌 사이의 지나친 유대감을 부추겨 많은 인기를 누린 동시에, 아이돌의 열애설에 팬들이 격분하는 괴상한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열애설에 사과문은커녕 공개적으로 연애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연애 감정을 의도한 콘텐츠가 아닌 음악과 무대만으로 팬들과 교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케이팝 산업에서도 아티스트와 팬이 음악을 통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연합뉴스) 에스파 멤버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은 공개 연애 5주 만에 결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리나는 열애 인정 뒤 팬들의 반발에 자필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양진서

    前 서울여대학보 대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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