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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리수거가 의미 있으려면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하동근

    2024.05.09 10:59
    분리수거가 의미 있으려면

     필자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영국에 거주한 적이 있다.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처음으로 집에서 요리를 한 날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힘겹게 파스타를 만들어 먹은 뒤, 남은 음식물을 모아 버리려 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음식물을 담는 통이나 비닐 봉투가 보이지 않았다. 선반엔 일반쓰레기를 담는 무늬 없는 검은 비닐만이 가득했다. 결국 룸메이트를 찾아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법을 물었고, 그의 답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냥 일반쓰레기랑 같이 버려.” 벙찐 상태로 그의 말을 따라 일반쓰레기 통을 열어보니 정말로 그곳엔 음식물이 온갖 쓰레기와 뒤섞여 있었다. 통 안에 담긴 플라스틱과 공병이 재활용될 리는 만무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자니 괜스레 억울해졌다. 한국에선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별도로 배출하고. 비닐, 캔 등은 꼼꼼히 분리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분리수거에 공을 기울이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 귀찮은 과정을 감내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분리수거가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다시 활용할 수 없으면 땅에 묻거나 태워야 하는데 이는 대기와 토양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재활용은 그러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소각 행위는 그 자체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므로 경제적인 효과도 두둑하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러한 수고로운 환경보전 행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분리수거를 해봤자 사실 대부분은 그대로 매립되거나 소각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70%에 달하지만, 그러한 폐플라스틱이 실제로 재활용되는 물질 재활용률은 약 18%에 불과하다. 우리가 열심히 분리 수거하는 것에 비해 그 노력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미미한 것이다. 유럽에서 환경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47%에 불과하다. 하지만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우리나라의 1/3 수준에 그친다. 즉 분리수거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아도 그 노력이 대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통계 자료로부터 분리수거 무용론을 펼칠 순 없다. 분리수거는 분명 쓰레기 매립과 소각 등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대신 우리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재활용 시스템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기존 재활용 방식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2020년을 기점으로 하여 폐기물 발생 감축을 위한 정책적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생산자로 하여금 폐기물 절감형 생산을 촉진하고, 유통 포장재 관리를 최소화하며 친환경 소비를 촉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폐기물 특성에 맞는 분리배출을 권장하고, 행정 부문은 안정적인 수거 체계를 정착시킬 예정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물질 재활용률은 낮은 수치에 머무르고 있다. 18%의 물질 재활용률은 2022년에 겨우 22%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환경에 관한 규제와 정책은 생산자에 초점을 두어 이뤄져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미 성실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제도적 보완을 이뤄도 수치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생산 과정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재활용에 적합한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적극 권고하고, 생산 공정에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형태의 보조 · 규제를 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노력이 의미 있으려면, 가장 근원적인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하동근

    고대신문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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