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김진수
2024.11.13 09:47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내년부터 기존 883만 원이던 신약 허가 수수료를 4억10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그 대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심사팀을 보강해 약 420일의 신약 허가 소요 기간을 295일로 단축하고, 신개발 의료기기 허가 기간도 약 300일에서 230일 내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수수료 인상 배경 및 득과 실
식약처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신약 허가 수수료가 53억 원, 유럽 의약품청(EMA)이 4억9000만 원인 점을 고려해 한국의 수수료 역시 인상한다고 그 배경을 밝히고 있다. 국내 신약 허가 수수료를 인상하게 되면 식약처의 재정적 안정성을 기하고, 전문 인력 확보로 허가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서비스와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신약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허가 수수료 증가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우려도 있다. 아울러 높은 수수료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 개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신약의 시장 진입을 저해할 수도 있다.
식약처의 신약 허가 상 문제점들
식약처는 재정 부족으로 인해 그간 신약 허가 과정에서 허가 지연 등의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약 허가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심사가 필요했으나 인력 부족으로 허가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고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제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일관성 없는 심사 기준으로 신약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심사 기준에 문제가 드러나고 특정 질병에 대한 연구 부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관련 데이터 부족은 신약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지게 했으며, 제약사와 식약처 간의 소통 부족은 허가 과정의 오해나 정보 부족으로 이어졌고 규제가 복잡하여 시간과 비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미국 FDA는 신속 심사 프로그램을 통해 긴급한 신약을 빠르게 허가하고 있으나 식약처는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수료 인상에 대한 바이오 산업계의 반응, 부정 일색
하지만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 발표에 제약 바이오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물론 신약 심사 기간 단축에는 긍정적이나 약 50배에 달하는 허가 수수료 인상이 유예 기간과 순차적 적용 없이 갑작스레 시행하는 데에는 불만 섞인 반응이다. 또한 중소제약사, 영세 바이오벤처에서는 심사 수수료가 50% 감면된다 해도 지나치게 큰 폭으로 수수료가 오르면 제품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희소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신약은 수수료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고 허가 기간 단축 보장을 위해서는 관련법에 단축기간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수수료 인상이 개발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을 우려하며 기업의 재정적 부담 가중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져 신약 개발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소 제약사들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높은 수수료가 새로운 기업의 진입 장벽을 높여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부에 대해 수수료 인상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며 신약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 강화와 함께 수수료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고 더욱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은 제약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미 FDA 신약 허가 수수료 관리
제약 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만 40조 규모에 이르며 세계 시장은 4000조 규모다. 치열한 글로벌 신기술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될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그렇기에 신약 심사의 수준을 선진국에 버금갈 수 있도록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관련 업계가 지적하는 문제점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한다면 시장도 잃고 바이오산업 자체의 발전도 반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식약처는 미국 FDA의 신약 허가 수수료 관리에 관한 절차와 시스템 운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신약 및 생물의약품의 허가를 위한 사용자 수수료를 부과하는 PDUFA(신약 사용자 수수료법)를 통해 수수료를 관리하며 이 법에 근거하여 제약 회사가 신약 신청 시 FDA에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매년 수수료의 금액을 설정하되 인플레이션 및 FDA의 예산에 따라 조정한다.
수수료는 신약, 생물의약품 신청, 관련 서비스에 따라 다르게 책정한다. 예외 및 면제조항으로 소규모 제약 회사나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다. 수수료 수익을 사용하여 인력과 자원을 확충하고, 신약 검토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약사의 신약 개발 단계에서 사전상담을 통해 개발 계획을 논의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 연구 설계와 안전성 문제를 검토하며 신약이 승인된 후에는 시판 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 평가 등의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약품, 생물학적 제제의 신약 평가 과정에서 매우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신약 심사인력 수준 제고와 국가 R&D 지원으로 혁신과 도전 지원해야
핵심은 도전과 혁신을 통한 성과물의 도출이다. 수수료 인상을 통해 조성한 재원은 무엇보다 신약 심사 인력의 수준을 신약 개발자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인적 혁신 부문에 집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이미 9년 간 바이오산업 연구개발(R&D) 등에 총 1조 1628억원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행정 관리 비용이 아닌 실질적인 도전과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성공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관련 업계에서 지적하는 문제에 대한 보완책 마련 또한 꼼꼼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수료 인상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 개발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유예 기간과 순차적 적용 등의 조정이 필요하고,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연구 기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수수료 인상이 신약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필요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나 보조금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들의 신약 허가 수수료와 비교 시 적정 수준으로 책정되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입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수료 인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제약·바이오기업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수료 인상에 따른 득과 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수수료 인상 계획을 시행할 때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서울시내 약국거리에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입고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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