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주은식
2024.05.13 09: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레믈린 영빈관에서 지난 7일 제 5기 취임식을 갖고 연설한데 이어 이틀 뒤인 9일 크레믈린 광장에서 2차대전 승전기념일 연설을 했다. 취임식에서 푸틴 대통령은 네오 리버럴 체제와 싸우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것을 다짐하였다. 그는 두 차례의 연설을 통해 소련에서 러시아로의 변화는 반혁명적이었으나 서방세계가 오히려 혁명을 겪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담았다.
개략적으로 취임 연설을 살펴보면 서방의 글로벌리즘에 대하여 여하한 경우라도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에 대해서는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현재의 시련과 제도에 결연히 맞설 것임을 밝히는 등 국가원수로서 높은 사명의 본질을 상기했다. 러시아는 현재 심각한 외부 도전에 직면하여 있지만 러시아 문화와 가치가 발현되도록 직책 수행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방의 루소포비아 강조에도 불구, 대화 전개 제의
그는 서방세계가 루소포비아를 부르짖고 있으나 서방과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나아가 안보와 전략적 안정성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동일한 조건에서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전개하자고 제의했다. 이는 다극 체제로 나아가는 세계질서 속에 평등하고 분할할 수 없는 안보시스템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내부 혼란과 격변의 비극적 대가를 잊지 말고 교훈을 상기하면서 정치에서도 러시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시스템이 유연해야 하며 그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국가 발전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러시아의 힘을 강화하는 젊은 세대를 육성 교육하는 일과 인종 간 조화를 기반으로 국가발전을 도모하며 러시아 내 모든 공화국과 민족의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하여 모든 필요 조치를 강구하며 헌법에 명시된 국가원수로서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은 오랜 역사와 조상들에게 책임을 진 자로서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강대국으로 창조 계승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갖고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 국가주의를 강화해 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그는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함께 승리해 가자고 강조하였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수행에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
한편 승전기념일 연설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전승절 기념식 귀빈석에 전쟁영웅과 노병들이 대통령 좌우에 함께 자리를 했다. 금년도 전승절 행사에는 예전의 1만 2000명의 병력이 동원됐던 것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8000명 정도의 병력만 자리했으며 대신 2차 대전시 나치를 격퇴하는데 큰 역할을 맡았던 T34 한 대가 기를 달고 상징적으로 선두에서 행진했다.
그는 5월9일이 모든 세대를 하나로 묶는 날이라 했다. 그는 전승기념일에서 전쟁 승리 자체보다 오히려 러시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반을 조성하며 국가변혁을 도모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특별군사작전의 관점에서 승리의 날을 축하하며 전선에 있는 모든 참전자들이 국가의 영웅이라고 했다.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헌신에 감사하며 러시아 전체가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차원의 전쟁 방지 노력 경주 및 러시아 위협 불용 천명
푸틴 대통령은 서방세계가 러시아와 제2차 대전을 같이 싸우고 나치를 물리쳤지만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방세계가 나치즘에 맞서 싸운 투사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철거하고 생명을 바친 희생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갈등과 인종, 종교 간 적대감을 조장하고 세계발전 추세의 주권적 독립적 중심을 억제하려는 것이 서구의 일반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글로벌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동시에 누구도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전략군은 항상 경계태세에 있으며 서방은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잊고 싶어 하지만 전후 평화는 러시아 전역에서 피 흘린 대가이며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결정되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5월9일 전승기념일은 감동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날임을 덧붙였다.
영웅을 존중하며 그들의 무용담을 상기한다고 했다. 승전의 날은 모든 세대를 하나로 묶으며 전통을 바탕으로 전진하며 이러한 노력이 러시아국민을 단결시켜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게 된다고 연설했다. 그는 전선에서 싸우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영광을 돌리면서 러시아와 승리를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지도자의 궁극적 책임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임을 강조
푸틴 대통령의 취임사와 승전기념일 연설을 종합하여 평가해 볼 때 러시아는 서방과 대화를 기다리며 러-우전쟁을 크게 확대하여 세계대전화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국가 이익을 지키고 이를 침해당한다면 좌시하지는 않겠다고 천명했다. 전략군이 경계태세를 높이고 있는 것은 핵전 전개 자체보다 러시아 영토가 침해를 당한다면 러시아의 모든 국민들과 병사는 결연히 저항하겠다는 의지표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둘째, 전쟁영웅과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노병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확고히 하는 상무정신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노병을 늙은이가 아니라 어르신으로서 예우하며 국가행사에서 대통령 좌우 측에 자리잡게하여 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깊이 배려했다.
셋째, 국가안보를 위해 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을 영웅으로 칭하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도 전쟁은 희생을 필요로 하며 승리에 대한 영광스러운 감동도 있지만 병사들과 국민들의 희생을 요하므로 승리를 위한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러-우전쟁에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을 러시아는 감내해야 함을 은연중에 내비추었다.
넷째, 올해 기념행사는 2/3규모로 축소 진행한 것과 별개로 국가원수이자 통수권자로서 단호한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삶의 질 향상과 경제발전으로 국가 번영을 위한 프로젝트도 이미 준비되어 실행 중이며 이에 대한 큰 책임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어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더 높였다.
어떤 나라든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슨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적과 싸워 승전국이 될 때 국민의 자부심이 증대될 수 있다는 사례를 우리는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와 전승절 기념행사를 통하여 국민을 단결시키고 상무정신을 고양하는 모습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글로벌 신질서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전환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국제적 힘의 균형추가 변하고 있으며 국가 번영의 근간이 되는 경제 지형도 바뀌고 있다. 세계주의에서 국가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힘의 공백을 채우고 산업경제의 기회는 확대하는 지략과 비전이 절실한 때임을 한국인 다수는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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